진홍빛 하늘 아래
마크 설리번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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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붉은 표지가 독자를 맞는다. 핏빛으로 물든 하늘이 이 소설의 배경이 되고 있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하다.

저널리스트 출신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소설가 마크 설리번이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운명처럼 피노 넬라의 실제 이야기를 만났다고 한다. 10년간의 조사와 준비를 거쳐 탄생한 소설답게 탄탄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독자를 유혹한다. 심지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스타 톰 홀랜드 주연의 영화제작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식은 기대감을 한층 더 높여준다.

키 185센티미터, 몸무게 75킬로그램인 고작 열일곱 살짜리 남자아이 피노 렐라가 격은 전쟁 목격담이다.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과 늘 그렇듯 말썽을 부리며 형을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 미모와 함께 평화로운 삶을 살던 피노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화된 삶을 살게된다.

"필름이 녹아 들어가는 모습이 화면에 그대로 보였다. 대공포가 극장 밖에서 쾅쾅 발사됐다. 이탈리아에 가장 먼저 들어온 연합군 폭격기들이 이탈리아의 만을 휩쓸고 올라와, 앞으로 밀라노에서 벌어질 총격과 파괴의 서곡을 알리고 있었다." (p.39)​

어느날 피노의 삶은 피해갈 것 같던 독일군의 무차별한 폭격이 부모님의 가방가게를 한순간에 폐허로 만들어 버리고, 충격을 받은 피노의 아빠는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카사 알피나의 대성당 레 신부에게로 보내진다.

무슨 이유인지 레 신부는 피노에게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매일 고된 산행을 시키며 단단한 체력과 알프스 산맥의 다양한 길을 익히게 한다. 예정된 준비였을까... 피노에게 펼쳐질 앞날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을 암시한다.

"피노는 지난 몇 주간의 실험이 다른 관점에서 보이기 시작했다. 기대감에 들뜨고 새로운 목적의식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p.112)​

레 신부와 함께 유대인의 탈출을 돕던 피노는 또 한번의 변화를 맞아 안전함을 이유로한 부모님의 강요로 독일군으로 자원입대를 하게 된다. 그리고 겪게된 또 한번의 폭격과 우연한 만남. 피노는 이탈리아 군수장관의 전권대사를 맡고 있는 한스 레이어스 소장의 운전기사가 되어 또 다시 전쟁터의 한가운데 서게 된다.

"이제 네가 그 대단한 장군의 개인 운전병이 된 거야. 레이어스가 어딜 가든 네가 함께 가고, 레이어스거 뭘 보든 네가 함께 보고. 너는 독일 최고 사령부 내부애서 우리의 첩자가 되는 거야." (p.243)

스치듯 만난 인연을 잊지 못하고 있던 피노는 운명의 장난처럼 레이어스 장군의 집에서 일하고 있던 그녀를 다시만나 한 조각의 위안을 얻고... 피노의 상황을 모르는 친구와 가족은 이탈리아를 배신하고 독일을 위해 싸우는 나치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를 배신자로 여기게 된다. 피노는 견딜 수 있을까? 전쟁은 많은 사람들의 무고한 생명과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피노의 절절한 사랑마져도 말이다.

"내가 격은 전쟁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네, 밥. 하지만 옛날에 아주 현명한 사람이 나에게 말하기를 우리는 마음을 열고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인간이 되며 결함이 생기기도 하고 완전해지기도 한다네, 이제 나는 완전해질 준비가 됐어."​

원하지 않았던 나치 군복을 입어야 했던 현실, 그 안에서 자신의 소신을 지켜나갈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피노 그리고 안나.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는 이들의 삶이 속도감 있게 전해지는 글이다.

일본의 식민지에서 독립한 후 그들의 흔적을 지우고 아무렇지도 않게 득세를 하고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독일의 전범들 또한 철저한 신분 세탁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누렸다는 사실에 괜시리 화가 나는 마무리였지만 6백 페이지가 넘는 벽돌 같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겪는 18살 소년 피노의 시선을 따라 몰입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느낌이 드는 책읽기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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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에겐 기본소득이 필요할까 - 삶을 일보다 중요하게 만드는 무조건적 소득의 가치와 실현가능성과 시행에 대하여
말콤 토리 지음, 이영래 옮김, 안효상 감수 / 생각이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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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과 같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복지혜택을 제공하던 선별적 복지의 시대를 지나 아동수당처럼 누구나에게 조건만 충족하면 지급되는 보편적 복지의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보편적 복지제도가 사회전반에 자리잡고 있지는 않지만 아동수당,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교육 등 보편적 복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지급되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아동수당의 지급대상 선정과정에서 쟁점으로 등장했던 과제가 전체 아동양육가정의 90%에 이르는 대상자를 선별하기 위한 행정처리비용과 제외되는 10%에 대한 아동수당과의 비교였다. 결론적으로 제외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행정처리비용 과다로 7세 미만의 아동을 양육하는 모든 가정에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다. 아동수당이 무상급식에 이어 대표적인 보편적 복지로 자리잡은 것이다. 아동수당이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무조건적이고 철회할 수 없는 것을 조건으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아주 미약한 금액이긴 하지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의가 한참 이루어지고 있을 때 학교의 선별적 급식지원제도 때문에 복지대상자로 낙인 찍히는 것이 두려운 아이들이 밥을 먹지 않는다는 사례를 접하고, 아이들에게 밥은 편히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며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써 광분했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무상급식과 아동수당 등의 사례가 등장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기본소득이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는 누구나 제공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통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제도로 보여진다. 물론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어야 하고,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 걷어가는 세액 또한 많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복지는 계속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풀리기도 전 우리앞에 새롭게 등장한 것이 기본소득이다.

"모든 개인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매주 혹은 매달 각 개인에게 동일한 액수로 지급되는 무조건적이며 철회할 수 없는 소득이다." (p.14)

소득이 증가해도 사라지지 않는 기본소득 덕분에 사람들은 보다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는 기본소득이 가지고 있는 무조건성과 보편성을 이유로 한다. 소득이 증가되므로써 받고 있는 복지혜택이 감소한다면 대다수 대상자들의 소득 이 증가할 수 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가만히 놀면서 수급권을 유지시키고자 할 것이다. 게으른 것이 아니라 어쩌면 당연힌 결과일 것이다. 노동활동위 유무와 상관없이 나에게 주어지는 가처분 소득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나부터라도 미흡한 가처분 소득을 위해 일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기본소득은 이와 같은 폐단을 방지하여 시민(기본소득의 수혜자)이 스스로의 가처분 소득을 증가시킬 수 있는 일을 찾게 한다.

기본소득이 주제로 등장하면 항상 재정의 확보라는 대치되는 의견이 등장한다. '무조건적이고 철회할 수 없는' 소득을 보전해 주기 위해서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재정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모든 시민(국민)에게 일정부분 가처분 소득 부여를 통해 소비를 창출하는 등 선순환을 통해 경제도 살리고 시민(국민)의 기본권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반면, 기본소득 반대론자들은 충분한 재정확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창출로 이어질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을 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 무리만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오래되었지만, 실제 적용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에 솔직히 나는 찬반의 입장보다는 중립적인 입장이다. 국가의 재정이 탄탄한 상황이라면 보편적 복지 또는 기본소득을 통해 삶의 질을 보장해주는 것이 국가의 당연한 의무라 할 수 있겠지만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재정확보 방안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복지나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설계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기본소득이 보장돼야 한다. 미국과 같은 부유한 국가는 모든 사람을 빈곤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이 소득에 의존해서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복지가 더 제한돼 있다. 부유한 사람들은 물론이고 가난한 사람들도 여가에 의존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자." (p.234)

어쩌면 생소할 수도 있는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를 육아수당, 실업수당 등 실제 경험해볼 수 있는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또한, 책의 말미에 마련된 '간략한 요약' 편은 기본소득에 대한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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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 - 부동산학개론, 민법 및 민사특별법 | [특별제공] 빈출지문 정리노트, 제30회 기출문제 2020 에듀윌 공인중개사 기출문제집
이영방.심정욱 지음 / 에듀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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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기본서 만큼 중요할 뿐만아니라 시험준비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기출문제풀이다.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시험문제의 패턴을 익히고 실전대비에 철저를 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을 완벽하게 공부했다하더라고 실전에서 적용하지 못하거나 주어진 시간에 풀어내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시험이 다가올 수록 철저하게 실전에 맞춘 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때 꼭 필요한 것이 기출문제집이다.

에듀윌 공인중가 1차 단원별 기출문제집은 부동산학개론과 민법 및 민사특별법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과목이 모두 공인중개사 자격취득의 첫 관문일 뿐만아니라 생소한 용어와 방대한 시험범위로 인해 많은 수험생을 좌절시키는 과목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듀윌 수험서는 다양한 구성을 통해 수험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책의 첫권에서 수험생을 맞는 분리가능한 얇은 빈출지문 정리노트는 빈출지문 채우기를 통해 핵심만 반복학습 할 수 있도록 써머리로 구성되어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짬짬이 공부하는 수험생에게 가볍게 휴대하고 다니면서 핵심이론을 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어진 회독용 정답표는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풀어볼 수 있도록 답지를 별도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문제에 대한 수험생의 습득 정도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여 가볍게 보고 넘길 부분과 다시 한번 정독해야 하는 부분을 가려낼 수 있도록 한다. 덕분에 단원별 시간안배 계획을 수월하게 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본격적인 기출문제는 최근 10년간의 출제비중과 출제경향을 반영한 기출문제를 분석하여 자주 출제되는 문제를 확인하고 정확하게 익힐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기본서와 연계학습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기출문제를 통한 개념문제 풀이를 통해 핵심키워드와 이론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기출문제집의 또 다른 매력이다. 또한, 문제별 난이도와 키워드, 해설을 문제마다 함께 설명하고 있어 짧은 시간 기출문제에서 요구하는 학습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페이지별 1~2문제 정도만을 배치하고 있어 기툴문제의 가독성을 높이고 있으며, 빈 공간을 활용해 기출문제에서 꼭 습득해야 하는 이론과 수험생 각자가 부족한 부분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의 경우는 가독성 높게 배치된 수험서를 좋아하는 편이라 다른 수험서에 비해 더 만족스러운 편이었다. 기본서의 빡빡함에서 벗어나 기출문제에서는 약간 여유를 갖고 정리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준다고나 할까... ^^;;

마지막으로 선물처럼 30회 기출문제집이 별권으로 구성되어 있어 실전처럼 최종 정리를 도와준다. 만족스러운 가독성과 기출문제집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구성 덕분에 1차 시험과목의 학습정도를 스스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수험서였다. 에듀윌 기본서와 함께 기출문제집도 완독하면 2020년 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어렵지 않게 통과하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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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달
김명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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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나 제목을 보고 아련하고 잔잔한 연애소설을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3부로 이루어진 글의 초반부는 예상한 내용이 맞겠구나 싶을 정도로 초등학교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의 삼각관계에 대한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책이 술술 읽힌다. 하지만, 후반부에 닿을때쯤에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살의가 생긴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정도로 화가난다.

하은이가 예쁜 아가달이라고 이름지어준 반달이 어쩌면 볼품사납게 삐뚤어진 준태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나 싶다.

산자락과 냇가 사이에 자리한 자람초등학교의 라이벌 준태와 민우(소설의 화자) 그리고 이둘을 라이벌로 만든 그녀 은주가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예쁘고 자신만만한 은주는 그녀의 마음을 내어줄 한사람을 정할듯 말듯 준태와 민우를 두고 경쟁을 부추긴다. 두 라이벌의 전쟁터는 반장선거가 되기도 하고, 거친 물살의 강가를 건너는 수영이 되기도 하고, 역전의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공원은 어둑하고 하늘에는 달이 이지러져 있었다. 은주와 나 사이처럼. 바닥에 쌓인 메마른 낙엽과 나무의 앙상한 가지도 그러했다. 달은 반달이었다. 보름달처럼 둥글고 완전한 달이 아닌 반쪽 난 볼품사나운 반달." (p.131)

그러던 중 각자의 사정으로 민우는 고향에, 준태는 부산으로, 은주는 서울로 흩어지고 서로를 잊은 듯하다. 6년이 지난 어느날 이들은 우연히 대학에서 조우하고 두 라이벌 준태와 민우는 다시금 무모하고 지리한 싸움을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목숨을 건 암벽의 전쟁터에서 민우는 일말의 여지도 없이 패하게 되고 준태는 타고난 두뇌와 집안의 배경을 등에 업고 화려한 검사로 초라한 라이벌 민우를 딛고 선다.

겉모습에 현혹되어 준태에게 기울었던 은주의 마음은 신앙을 부정하고 폭력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멀어지고, 또 다시 조우한 민우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준다.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 조금은 힘들었지만 신앙을 의지하며 예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선물처럼 반달을 좋아하는 하은이가 찾아오고, 은주와 민우는 꿈처럼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글은 반달이 뜬 어느날, 홀연히 하은이를 데려간다. 치밀하고 잔인한 악마의 계획으로 은주와 민우의 행복했던 시간은 산산조각 난다.

잔인한 범죄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모습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함께 분노하게 된다. 올 연말이면 출소하게 되는 악마 조두순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법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잔인한 범죄에 내려지는 가벼운 형벌에 몸서리 쳐진다. 이지러진 볼품없는 반달로 보여지는 세상이 아닌, 하은이처럼 예쁜 아가달로 볼 수 있는 세상이기를 더이상 가슴아픈 일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을 덮는다.

"나는 보름달에서 이지러지는 하현달보다는 보름달로 가는 상현달이 더 좋더라. 둘 다 보름달처럼 둥글고 완전한 달이 아닌 반쪽 난 볼품사나운 반달이지만. 아니, 그렇게 말하면 상현달과 하현달에 대한 모독이니까 우리 앞으로는 둘 다 이쁘게 아가달이라고 해 주자. 아빠, 어때? 아빠도 동의하는 거지?"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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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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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같은 표지속에 품은 글도 만화 같았다. 진심으로 부러워지는 일상을 살고 계시는 작가님에 대한 질투가 샘솟는다. 짧지 않은 평생을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무책임한 삶'에 대한 예찬론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진심을 담은 '하고싶은 데로 하고 살아'라는 조언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언이라기 보다는 질타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많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나는 대체 왜!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즐겁게 살아라'라는 조언을 삐딱하게 받아들에게 됐을까. 책임의 무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책임지는 엄마로서, 맡은 바 직무를 책임지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책임'이라는 무게는 나에게서 융통성을 빼앗아 버리고 나를 소모하게 만든다.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자격을 얻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도 비축하게 된다. (중략) 끝없이 자신을 사랑한 노력으로부터 오는 준비된 선물. 그러니 기꺼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틈나는 대로 챙기고 돌봐야 한다." (p.75)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것은 아마도 '책임'의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느끼고 살아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의 일상에 속박되지 말고, 그저 어제가 되어가는 오늘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이리라. 어차피 어제가 되어버리는 오늘을 아둥바둥 살면서 내가 놓쳐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워킹맘을 이유로 엄마바라기 아이의 어린시절을 흘려보냈을 것이며 오가는 길에 흐드러지에 피어있는 꽃들과 나무들을 무심코 보내버렸을 것이다. 더불어 절대로 다시 오지 못하는 나의 어제를 피곤함과 짜증에 묻어버렸을 것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살자'고 태어난 인생을 '죽자'고 흘려보낸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죽자고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그럴 때는 그냥 전전긍긍 낑낑대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최고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 (P.43)

옥빛 표지만큼이나 표지넘어의 글도 청량하다. 가볍게 한단락 한단락 읽으면서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죽자고 덤볐어'라는 생각이 들며 헛 웃음이 난다. 그렇게 답답하게 살지 않아도 됐을텐데 하면서... 가볍게, 편한사람에게 툭툭 던지듯 이야기하는 글은 숨가쁘게 달려온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 조금은 천천히 손에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어깨를 토닥이는 것 같다. 책의 끝자락에 닿을 때쯤에는 남산 성곽마을 백발두령님의 작업실에서 시원한 맥주한잔 얻어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읽을 때는 책의 아무곳이나 손길가는 데로 펴서, 백발두령님께서 손수 추천해주신 BGM을 틀어놓고 다시 한번 꼽씹듯이 읽어보는 것도 운치있을 것 같다.

"세상은 언제나 내게 책임감을 요구했지만 가끔 그 무게를 내려 놓아도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표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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