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김명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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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나 제목을 보고 아련하고 잔잔한 연애소설을 예상하고 읽기 시작했다. 3부로 이루어진 글의 초반부는 예상한 내용이 맞겠구나 싶을 정도로 초등학교 어린시절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의 삼각관계에 대한 에피소드가 중심이 되고 있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좋아서 책이 술술 읽힌다. 하지만, 후반부에 닿을때쯤에는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치솟는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저절로 살의가 생긴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혀야 할 정도로 화가난다.

하은이가 예쁜 아가달이라고 이름지어준 반달이 어쩌면 볼품사납게 삐뚤어진 준태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나 싶다.

산자락과 냇가 사이에 자리한 자람초등학교의 라이벌 준태와 민우(소설의 화자) 그리고 이둘을 라이벌로 만든 그녀 은주가 중심이 되어 전개된다. 예쁘고 자신만만한 은주는 그녀의 마음을 내어줄 한사람을 정할듯 말듯 준태와 민우를 두고 경쟁을 부추긴다. 두 라이벌의 전쟁터는 반장선거가 되기도 하고, 거친 물살의 강가를 건너는 수영이 되기도 하고, 역전의 싸움터가 되기도 한다.

"공원은 어둑하고 하늘에는 달이 이지러져 있었다. 은주와 나 사이처럼. 바닥에 쌓인 메마른 낙엽과 나무의 앙상한 가지도 그러했다. 달은 반달이었다. 보름달처럼 둥글고 완전한 달이 아닌 반쪽 난 볼품사나운 반달." (p.131)

그러던 중 각자의 사정으로 민우는 고향에, 준태는 부산으로, 은주는 서울로 흩어지고 서로를 잊은 듯하다. 6년이 지난 어느날 이들은 우연히 대학에서 조우하고 두 라이벌 준태와 민우는 다시금 무모하고 지리한 싸움을 시작한다. 운명의 장난처럼 목숨을 건 암벽의 전쟁터에서 민우는 일말의 여지도 없이 패하게 되고 준태는 타고난 두뇌와 집안의 배경을 등에 업고 화려한 검사로 초라한 라이벌 민우를 딛고 선다.

겉모습에 현혹되어 준태에게 기울었던 은주의 마음은 신앙을 부정하고 폭력적인 모습에 두려움을 느껴 멀어지고, 또 다시 조우한 민우의 따뜻하고 인간적인 모습에 자신의 모든것을 내어준다. 부모님을 설득하기까지 조금은 힘들었지만 신앙을 의지하며 예쁘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느님의 선물처럼 반달을 좋아하는 하은이가 찾아오고, 은주와 민우는 꿈처럼 행복한 시절을 보낸다.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글은 반달이 뜬 어느날, 홀연히 하은이를 데려간다. 치밀하고 잔인한 악마의 계획으로 은주와 민우의 행복했던 시간은 산산조각 난다.

잔인한 범죄로 아이를 잃은 부모의 모습을 생생하고 섬세하게 써내려간 글을 읽으면서 함께 분노하게 된다. 올 연말이면 출소하게 되는 악마 조두순이 떠오른다. 어쩔 수 없는 법의 판단이라고 하지만 잔인한 범죄에 내려지는 가벼운 형벌에 몸서리 쳐진다. 이지러진 볼품없는 반달로 보여지는 세상이 아닌, 하은이처럼 예쁜 아가달로 볼 수 있는 세상이기를 더이상 가슴아픈 일이 세상에서 일어나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책을 덮는다.

"나는 보름달에서 이지러지는 하현달보다는 보름달로 가는 상현달이 더 좋더라. 둘 다 보름달처럼 둥글고 완전한 달이 아닌 반쪽 난 볼품사나운 반달이지만. 아니, 그렇게 말하면 상현달과 하현달에 대한 모독이니까 우리 앞으로는 둘 다 이쁘게 아가달이라고 해 주자. 아빠, 어때? 아빠도 동의하는 거지?"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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