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법 - 일상은 번잡해도 인생은 태연하게
김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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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같은 표지속에 품은 글도 만화 같았다. 진심으로 부러워지는 일상을 살고 계시는 작가님에 대한 질투가 샘솟는다. 짧지 않은 평생을 자신의 행동과 말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모든 일상에 대한 책임을 부여받고 있는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무책임한 삶'에 대한 예찬론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다.

진심을 담은 '하고싶은 데로 하고 살아'라는 조언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조언이라기 보다는 질타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아마도 많은 상처를 받게 될 것이다. 나는 대체 왜! '하고 싶은 데로 하면서 즐겁게 살아라'라는 조언을 삐딱하게 받아들에게 됐을까. 책임의 무게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아이를 책임지는 엄마로서, 맡은 바 직무를 책임지고 있는 직장인으로서 '책임'이라는 무게는 나에게서 융통성을 빼앗아 버리고 나를 소모하게 만든다.

"자신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을 자격을 얻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도 비축하게 된다. (중략) 끝없이 자신을 사랑한 노력으로부터 오는 준비된 선물. 그러니 기꺼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틈나는 대로 챙기고 돌봐야 한다." (p.75)

'마시지 않고도 취한 척' 살아가는 것은 아마도 '책임'의 무게를 살짝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느끼고 살아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의 일상에 속박되지 말고, 그저 어제가 되어가는 오늘을 후회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라는 의미이리라. 어차피 어제가 되어버리는 오늘을 아둥바둥 살면서 내가 놓쳐버리는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워킹맘을 이유로 엄마바라기 아이의 어린시절을 흘려보냈을 것이며 오가는 길에 흐드러지에 피어있는 꽃들과 나무들을 무심코 보내버렸을 것이다. 더불어 절대로 다시 오지 못하는 나의 어제를 피곤함과 짜증에 묻어버렸을 것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살자'고 태어난 인생을 '죽자'고 흘려보낸것이다.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 죽자고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를 때는 어찌해야 하는가? 그럴 때는 그냥 전전긍긍 낑낑대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게 최고다. 그러다 보면 결국에는 시간이 해결해줄 테니까." (P.43)

옥빛 표지만큼이나 표지넘어의 글도 청량하다. 가볍게 한단락 한단락 읽으면서 '그래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죽자고 덤볐어'라는 생각이 들며 헛 웃음이 난다. 그렇게 답답하게 살지 않아도 됐을텐데 하면서... 가볍게, 편한사람에게 툭툭 던지듯 이야기하는 글은 숨가쁘게 달려온 나의 삶을 뒤돌아 보게 한다. 조금은 천천히 손에 움켜쥔 것들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어깨를 토닥이는 것 같다. 책의 끝자락에 닿을 때쯤에는 남산 성곽마을 백발두령님의 작업실에서 시원한 맥주한잔 얻어 마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시 읽을 때는 책의 아무곳이나 손길가는 데로 펴서, 백발두령님께서 손수 추천해주신 BGM을 틀어놓고 다시 한번 꼽씹듯이 읽어보는 것도 운치있을 것 같다.

"세상은 언제나 내게 책임감을 요구했지만 가끔 그 무게를 내려 놓아도 인생은 망하지 않았다." (표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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