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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간질간질한 로맨스를 담고 있을 것 같은 분홍분홍한 표지가 나를 맞지만, 열아홉번이나 '캐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친구에게 대차게 차이는 콜린의 이야기를 담은 장편소설이다. 열아홉명의 캐서린을 만나기도 힘들었을테고, 열아홉번을 차이기는 그 보다 더 힘들었을 것 같지만 콜린을 따라 책을 읽다보면 열아홉번이 아니라 또 다른 캐서린을 만나도 다시 차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독특함을 느끼게 된다.
지금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첫번째 캐서린에게 2분30초만에 차인데 이어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다시 차인 콜린은 유명한 신동이다. 어려움이 외국어를 익히고, 단어를 재구성하는 애너그램을 즐기기도 하지만 보통의 평범한 일상이 어려운 천재다. 콜린의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콜린의 유일한 친구, 또 다른 괴짜 하산이 함께 한다.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이고 의욕을 잃은 콜린은 하산의 부추김으로 잃어버린 조각을 찾기위해 낡은 영구차를 타고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된다.
"넌 말이야... 네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경쟁력을 잃을까 봐, 여자 친구에게 차일까 봐 걱정하는 데만 쓰는 것 같아.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잖아." (p.56)
엉뚱한 천재 콜리은 왜 토끼와 거북이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는 것일까? 평범함을 넘어선 천재인 탓에 캐서린에게 계속해서 차이고 있는 걸까... 토끼와 거북이의 단순한 교훈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특별한 것을 찾기위해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탓에 열아홉명의 캐서린들이 버티지 못하고 그를 떠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그가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만족시킬 수 있는 캐서린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지쳐서 말이다.
"네겐 여자친구가 필요 없어, 콜린. 네게 필요한 건 오리지 '널 사랑해'만 연말하는 로봇이야."(p.61)
콜린은 문득문득 떠오르는 캐서린에 대한 기억을 안고, 엉뚱한 천재답게 남녀 관계를 정의할 방정식을 만들어 상관관계를 분석하려고 노력한다.(이래서 캐서린에게 자꾸 차이지 싶다) 자동차 여행중 더위에 지쳐 찾은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의 무덤이 있는 것샷에서 우연히 또 다른 콜린을 남자친구로 두고 있는 린지를 만나게 된다. 콜린에게는 첫번째 린지이자, 린지에게는 두번째 콜린이되어 세상의 커플들에 대한 운명을 공식화하기로 한다. 다소 엉뚱한 출발이기는 하지만 둘은 함께 그래프를 그리면서 급격히 친해지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갖게 된다. 과연 이들은 사랑의 정리 공식을 넘어서는 미래를 맞을 수 있을 것인가!
영재에서 천재가 되고 싶었고, 캐서린을 비롯한 그녀들에게 버림받는 것이 두려웠으며 지식을 습득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콜린의 외로움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이지 싶다.
간간이 등장하는 그래프와 콜린, 하산의 엉뚱함 덕분에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남녀와의 관계는 물론이거니와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그래프로 정리되지 않음을 깨닫는 콜린의 성장도 함께 할 수 있다. 과거는 이미 벌어진 일을 정리할 수 있지만 미래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수학적 논리로만 정리할 수 없는 세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유레카의 순간을 말이다.
"무한한, 절대로 알 수 없는, 그리고 아름다운 미래. '유레카' 콜린이 말했다. 그의 생애 첫 속삭임 이었다." (p.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