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부르르 떨며 침대로 들어간 나는 다시은 잠들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잠이 들었다. 금방. - P94

나는 동물이 살해되는 소리에 집에서 자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고, 침실 불이 켜질 거라 예상하며 집을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죽이기는 쉬웠다. - P92

나는 진토닉을 한 잔 더 주문하고 살인에 대해 이 여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서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P85

내가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건・・・・・ 그날 두 사람이 내 앞에서 보인 태도예요. 두 사람은 지극히 태연하고 차분하게 나와 얘기했습니다. 미란다는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죠.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봤죠. 아내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던 그녀의 태도를 곱씹은 끝에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박하고 가식적인 거짓말쟁이. 어쩌면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릅니다. 왜 전에는 미처 몰랐는지 이해가 안 돼요 - P73

나는 옆자리 여자의 말에 바로 대꾸하지 않아도 되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녀가 한 말은 일주일 동안 아내를 죽이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할 때마다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생각과 똑같았다. 나도 미란다를 죽이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옆자리 승객이 갑자기 욕망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 P72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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