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전쟁에서 여성들이 강간을 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간은 이미 오래전부터 극악한 전쟁 범죄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군대는 그것을 방지하려고 애썼고,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그런 짓을 부인하거나 감추려고 했다. 반면에 『일리아드』의 영웅들에게는 여성의 육체가 정당한 전리품이었다. 여성은 자신들이 멋대로 즐기고, 독점하고, 처분할 존재였다. 메넬라오스가 트로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아내 헬레네가 납치되었기 때문이다.

오디세우스는 말했다. "제우스는 [우리] 인간에게 고통스런 전쟁 속에서 인생을 살아갈 운명을 부여했다. 젊을 때부터 죽을 때까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우리 모두에게." 무기와 전략을 만들 때는 그토록 비상했던 인간의 창의력도 전쟁의 세속적 원인을 밝히는 데는 소득이 없었다. 사람들은 전쟁의 환난을 인간이 풀어야 할 인간적 문제로 인식하는 대신, 성마른 신들이라는 환상을 꾸며내어 자신들의 비극을 신들의 질투와 어리석음 탓으로 돌렸다.

이렇게 숭앙 받는 존재이지만, 성경은 사실 기나긴 폭력의 찬미나 다름없다.

그는 제 이름이 붙은 ‘솔로몬의 지혜’라는 덕목으로 기억된다. 한 방을 쓰던 두 창녀가 며칠 간격으로 출산했다. 한 아기는 죽었고, 두 여자는 모두 살아남은 아기가 제 아기라고 우겼다. 현명한 왕은 칼을 뽑았다. 아기를 도살하여 피투성이 시체의 절반을 각자에게 주겠다고 위협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주장을 철회했고, 왕은 그녀에게 아기를 주었다. "왕이 이런 판결을 내렸다는 소식을 온 이스라엘이 듣고, 그들은 왕에게 하느님의 지혜가 있어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두려워했다."n25)n이 재미난 이야기는 먼 과거의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 배후의 세상이 얼마나 잔인했던지를 곧잘 잊는다. 상상해 보라. 오늘날 가정법원 판사가 모권 분쟁에 대한 판결을 내린답시고 사슬톱을 꺼내는 광경을. 분쟁자들의 눈앞에서 아기를 도살하겠다고 으르는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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