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버터
유즈키 아사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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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고 해서 당신이 대체 어떤 기행을저질렀는가 했더니, 그냥 살이 쪘다는 거야.
걱정이 돼 죽겠대. 당신이 살쪄서 이미 세간의상식에서 벗어나버렸다는 거야. 기가 막혀서.
바보 아냐. 남의 체형이 좀 달라진 것 가지고, 원세상에. 왜 그렇게 심란해하지. 이 인간이나, 저인간이나....... 왜 그렇게 남을 신경쓰는 거야?
남이 어떤 모습인지, 남이 욕망을 드러내고있는지, 어떤지. 그런 일로 불안해하기도 하고우월감을 갖기도 하다니, 이상해. 남의 모습이자기 속에서 일어나는 일보다 훨씬 더 걱정이돼 죽겠다니 미친 거 아냐?"
가지이의 목소리는 명료했고 지금까지 한 어떤말보다 진지했다. 그대로다. 지난 몇 개월,
리카가 주위 사람에게 계속 느껴온 위화감 그자체다.
- P399

정반대의 것이라도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면받아들이고, 직감을 믿고 섞는다. 그거야말로요리의 묘미이고 어쩌면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방법이지 않을까. 말하자면 감각이라든가유연성이라든가 지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모른다. 기본에 충실하고 요리를 잘하는가지이지만, 믹스만은 할 수 없었다. 빨강이나하양, 오로지 극단적으로 달려나갔다. 그런자신에게 피곤함과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지않았을까.
- P581

가지이는 살인범이다. 직접 죽였든 그렇지않았든 그런 건 문제가 아니다. 그녀 속에는명백히 타인에 대한 격렬한 증오가 있다.
자신이 이렇게 사라질 뻔할 때까지 몰랐다.
자신의 부주의가 자초한 사태이긴 하지만,
가 지이에게 받은 충격이 없었더라면이렇게까지 정신을 놓칠 일은 없었다.
- P632

외모를 비웃는 말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리카는 기사에 관한 의견보다 자신의 체형이나생김새를 두고 퍼붓는 말이 훨씬 신랄해서경악했다. 비만도 아니고, 그렇게 못생기진않았다고 생각했던 만큼 충격이 컸다. 사람들앞에 서는 직업이면서 체형 관리나 화장을게을리하다니 여자로서 직무 태만이다, 노력이부족하다 같은 신경질적인 의견이 눈에 띄었다.
이것이 가지이 마나코가 이제까지 받아왔던시선이라고 생각하니, 그녀가 왜 그렇게 완고한주관을 구축하고 살아왔는지 비로소 이해가됐다. 그 정도로 장벽을 치고 강인한정신력으로 자신을 긍정하지 않으면 당당하게살아가기 어려울 만큼 외모에 대한 세상의기준은 엄격했다.
- P638

이 사회는 여성에게 그리 쉽게 합격점을 주지않는다. 지금 이러는 동안에도 기준은 계속올라가고 평가는 점점 엄격해진다. 이런무의미한 심판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아무리두렵고 불안해도, 누가 비웃지 않는지 몇번이고 뒤를 돌아보게 되더라도, 자기 자신을인정하는 수밖에 없다.
- P658

품이 많이 드는 맛있는 음식만 먹고 싶은 것은아니다. 심야에 사무실에서 허겁지겁 먹는편의점 도시락이나 컵라면, 혼자 있는 밤에목이 메여가며 먹는 찬밥과 낫토, 플라스틱밀폐 용기에 쟁여둔 반찬. 상상이 가지 않는미지의 맛까지 전부 똑같이 좋아한다. 괴로운감정이나 굴욕도, 두려움도 앞으로 실컷맛보겠지만, 그것 역시 그리 싫지 않다고생각하는 이유는 모든 맛을 알고 최악의 상황을헤쳐나온 뒤이기 때문일까.
- P680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미루고 참으면서 도와주는것 보다 지금처럼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자기 관리하는 게 효도야. 엄마도 몸 관리잘해서 즐겁게 살아볼게. 그러려고 이혼했는걸.
괴로워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워지려고."
u - P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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