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기본적 권리가 공공질서를 위해 제한될 수 있다는 이 한마디는 상황에 따라 때로 강력한 효과를 가진다. 극단적으로는 다수의 입장에서 소수자의 모든 권리를 부정하고 활동을 억압하는손쉬운 한마디가 될 수 있다. ‘공공질서‘라고 할 때의 ‘공공이 다수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말이다. 다수가 동의하는 질서가 공공질서이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 소수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만능논리가 탄생한다.
- P157

모두에게 표현의 자유가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다수자와 소수자의 자유는 같지 않다. 존 스튜어트 밀lohn Stuart Mil 이 『자유론』에서 지적하듯, 다수자는 소수자의 의견을 거침없이 공격할 수 있다. 반면 소수자는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표현을 순화하고, 상대방에게 불필요한 자극을 주지 않도록 극도로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도록 요구된다. 다수자는 소수자의 이야기를 듣지 않으면서 잘말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사실상 침묵을 강요한다.
- P171

인정은 단순히 사람이라는 보편성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사람이 다양하다는 것, 즉 차이에 대한 인정을 포함한다. 집단의 차이를무시하는 ‘중립적인 접근은 일부 집단에 대한 배제를 지속시킨다.
‘중립‘ 이라고 가장된 입장은 사실 주류 집단을 정상으로 상정하고다른 집단을 일탈로 규정하며 억압하는 편향된 기준이기 때문이다.  - P182

만일 모든 구분이 자의적이고 편견에 의한 것이라면, 오히려 그구분을 없애야 맞는 접근이 아니냐고 질문할 수 있다. ‘흑인은 백인과 다르지 않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흑인의 생명은소중하다 "Black Line Matter는 구호는 인종의 분리를 강화하는 배타적인 구호처럼 느낀다. 이 운동을 비판하며 나온 구호가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All Lives Mater 였던 사실은, ‘보편성‘이 때로 차별을 은폐하는 억압의 기제로 사용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후자의구호는 사실상 흑인이 경험하는 차별이 드러나지 않게 억누르는효과가 있기 때문이었다. - P181

이제 이 심리적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따라 상황은 크게 바뀐다. 부담을 준 사람을 탓할 것인지, 아니면 그 부담을 나의책임으로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정치적 올바름에 반발하는 사람들은 차별에 관한 논의가 과도하고 부당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평등의 이름으로 다가오는 변화에 불편한 마음이 앞선다.
그런데 정말 평등을 위해 감당해야 할 변화가 현재의 불평등보다더 부담스럽고 불편한 걸까? 다른 말로, 현재의 불평등은 우리에게편안한가?
불평등한 사회에서의 삶은 자신의 지위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런 사회에서는 지위의 유동성에 따라 개인의 만족감이 달라진다. 불평등이 있더라도 높은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사람들은 안심한다. 하지만 그 편안한 지위에 오르기 위해 평생에걸쳐 쏟는 수고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 P185

불평등한 사회가 주는 삶의 고단함이다. 어느 정도의 지위에 올라가야 정말 모든 사람의 인정을 받아 만족스러운 상태가 될지도알 수 없다. 결국 일정 지위에 올라간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인정받고 다른 사람을 무시하려는 동기를 가지며, 이는 매우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학식과 경험이 많으며 사회 변화를 이끌어가도록일을 맡은 사람들이 평등한 사회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저항 세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 P186

차별금지법에 대해 누군가는 ‘사회적 합의‘가 없기 때문에 제정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때의 사회적 합의는 적어도 다수결을 뜻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런데 본질적으로 다수결 제도의 한계에서발생하는 현상인 차별을 다수결로 해결하려는 것이 의미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8장 참조) 차별금지법이 과연 논란 없이 제정될 수는 있는 걸까? 이 책에서 다루었듯이 기존의 불평등한 사회의질서를 바꾸려고 하는데, ‘논란‘이 없기란 기대하기 어렵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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