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다 되었네요."
"희망을 가지세요."
전자는 이주민을 향한, 후자는 장애인을 향한 모욕적인 표현의대표적인 예로 언급되었다. 당혹스러웠다. 이 두가지 표현은 얼픽칭찬이나 격려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정말로 칭찬과 격려의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말을 한 당사자에게이런 표현이 듣는 사람에게는 모욕적일 수도 있다고 알려준다면그는 어떻게 반응할까? 그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항변한다면 더이상 문제가 아닌걸까? 모욕을 한 사람은 없고 모욕을 당한 사람만 있으니, 모욕을 당한 쪽에서 감내하거나 생각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 - P8

이 책은 이런 개인적이고 사회적인 고민에서 출발했다. 희망적인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별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다만 차별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을 곳곳에서 만난다. 나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 기묘한 현상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이미 많은 연구자와 학자들이 풍성한 연구와 논의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그들의 작업을 따라가면서 최근 한국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에 비추어 생각을 연결시키는 작업을 시작했다.
- P11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영화 「부당거래,
(2010)에 나오는 유명한 대사다. 영화에서 이 말은 부패한 검사를비꼬는 의미였다. 극중 검사인 주양(류승범)은 경찰의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에서 이렇게 말한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알아요. 상대방 기분 맞춰주다보면 우리가 일을 못한다고." 간단히 말하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신을 잘 대해준다면 그건 나의 호의일 뿐 당신의 권리는아니라고 관계를 설정함으로써 무례함을 정당화시킨다.
- P26

호의와 권리에 대한 이 이른바 ‘명언‘은 불평등한 권력관계를선명하게 보여준다. 무언가 베풀 수 있는 자원을 가진 사람은 호의로서 일을 하고 싶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권력관계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의성(시혜성) 자선사업이나 정책은 그저 선한 행동이 아니다. 내가 당신을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주고 말고를 결정할 수 있는 통제권이온전히 나에게 있는 일종의 권력 행위이다. 만일 당신이 권리로서무언가 요구한다면 선을 넘었다고 비난할 수 있는 권력까지 포함한다.
- P27

누군가는 여전히 특권이란 말이 불편할 수 있다. 한국인으로서혹은 남성으로서 이렇게 살기 힘든데 나에게 무슨 특권이 있는 거냐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불평등이란 말이 그러하듯, 특권 역시상대적인 개념이다. 다른 집단과 비교해서 자연스럽고 편안하고유리한 질서가 있다는 것이지, 삶이 절대적으로 쉽다는 의미가 아니다.
- P33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이 과거에 비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에 대한 설문에, 백인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고, 흑인은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꾸준히 나타난다. 대니얼 카너먼 Daniel Kahnerman 과 아모스 트버스키 Amos Tversky 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전망이론 prospect theory을 통해, 사람들이 손실의 가능성과이익의 가능성 가운데 손실의 가능성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손실회피편향 oss aversion bias 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이론을 반영하듯, 미국사회의 인종차별 개선은 특권을 잃는 백인의 입장에서 흑인보다 더욱 크게 체감한다.
기존에 특권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사회가 평등해지는 것이 손실로 느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평등을 제로섬 게임 ero-sumgame 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상대의 이익이 곧 나의 손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성평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비슷한 긴장이 감지된다. - P35

한국인 여성은 소수자 집단인 여성으로서가 아니라 주류 집단인국민으로서 권력을 행사했다. 여성으로서는 아니어도 한국인으로서 상대적으로 "큰 노력 없이 신뢰를 얻고, 나를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가진다. 평소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국민으로서 누리는 특권이다. 반면 제주도의 예멘인들은 계속된 의혹의 눈초리를 받았다. 성범죄를 이미 저지른 사람인 것 같은 오명 외에도 "가짜 난민" 이라며 근본적인 의심을 받았다.
여성이 주류 집단이라니 이상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일이 일어난다.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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