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
알랭 드 보통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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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읽는 이 책은 감히 말하건데, 낭만적이고 순진하다.

책을 덮고 나서, 미국 뉴욕에서 전공을 바꿔 저널리즘 대학원에 가겠다고 사회학 교수님께 말씀드렸을 때 내가 받은 첫 질문이 떠올랐다. ˝뉴스의 객관성이 뭐라고 생각해요?˝

내 대답은 ˝정말 완벽히 객관적인 뉴스란 없다고 생각합니다.˝ 였고, 교수님은 ˝그렇게 대답하면 저널리즘 대학원 가기 어려울 거에요˝ 라고 답하셨다.

얼마전 비대면 졸업식을 마치고 저널리즘 학위를 딴 지금은 글쎄, 오히려 더 확고하게 내 대답이 맞았던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는 알랭 드 보통이 말한 ‘뉴스에 대한 맹목적 믿음‘ 이 사회학 교수님께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도 든다.

뉴스를 생산하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미 ‘무엇이 뉴스감인가(Is it newsworthy?)‘ 따질 때부터 저널리스트의 가치 판단이 안 들어갈 수가 없다. 그리고 리포터든, 에디터든, 다른 사람의 것이든, 누군가의 가치 판단이 들어간 순간 완벽한 객관성에 대한 미신은 깨진다. 이를 인정하는 점에서 알랭 드 보통이 이 책에서 말하는 ˝뉴스˝란 내가 생각하는 뉴스와 일맥상통한다.

단지... 그렇다고 해서 취재와 보도를 호메로스가 오디세이아 쓰듯이,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 쓰듯이, 그리고 알랭 그가 수필 쓰듯이 할 수는 없다. The Life Span of a Fact 라는 책 한 권 읽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해당 책은 수필가 존 드가타(John D‘Agata)가 실제 사건에 대해 쓴 글을 저널리스트, 그중에서도 오류점검/사실확인 전문가(factchecker)인 짐 핑걸(Jim Fingal)에게 7년간 검수 받으면서 생긴 일을 기록한 책이다.

알랭 드 보통이나 존 드가타 같은 작가들이 ‘인간적인 감정‘ 을 전달하기 위해 작품에 불어넣는 기교나 감성이, 의외의 나비효과로 보도의 가장 중요한 목적, 정보전달을 어렵게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아주 상상도 못 할 곳에서 되돌릴 수 없는 피해가 양산될 수도 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말 한 마디에.

취재/보도가 문학과 달리 취급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알랭 드 보통이 원하는 것처럼 ‘뉴스룸 한 켠에 작가가 글을 쓸 수 있는 책상‘을 놓아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읽으면서 때때로 뉴스에 대한 새롭고 깊이 있는 시각을 볼 수 있어 즐겁기도 했지만, 동시에 곳곳에서 작가가 문학적 감수성에 대한 열망과 찬양을 가감없이 다른 분야에 투영하는 게 보여 귀여웠다. 어떤 의미에서는 작가도 뉴스룸의 한 단면만을 보고 글을 쓴 건데, 너무나도 자신만만하지 않은가. 물론, 그래서 이 책은 훌륭한 수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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