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아랫목에 궁둥이를 붙이고 앉아 이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을 덮으니 하얀 꽃이 만개한 배 밭을 중심에 둔 송백리가 눈앞에 그려졌다. 빼그녕의 눈으로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빼그녕에는 여러 인물들이 입체감있게 등장한다. 흥미진진한 묘사와 전개 덕분에 다 읽고 나니 그들에게 정이 들었다. 소설 속 악역인 가지마오 할아버지조차 어느새 걱정하고 있었다. 특히 주인공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특별한 생명체도 만날 수 있었다. 빼그녕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주는 할머니를 읽으며 나의 외할머니가 떠올랐다. 어릴 적 할머니 댁에서 보낸 시간은 지금도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는 할머니를 등에 업으면 세상 무서울 게 없어진다. 심지어 빼그녕의 할머니는 신선이 되어 그녀와 함께한다. 빼그녕이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동네를 활개 치고 다니는 건 할머니가 그녀에게 준 믿음 덕분이다. 드라마 몰아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을 잠시 내려두고 정감 가는 송백리로 떠날 준비가 되었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