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아가 아니었을 때 다시 작가들 8
조재선 지음 / 다시문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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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부로 나뉜 수필집은 어린시절 추억의 놀이, 학창 시절, 가족과의 추억, 음악, 일상의 소소한 발견들로 풍성하게 채워져 있다. 각 에피소드마다 작가의 진솔한 고백과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어 독자의 추억을 골고루 건드린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쯤이면 더 보고 싶어 아쉬워진다. 어떤 주제가 나와도 재미있는 추억여행을 시켜줄 것만 같다.

. 작가의 문체는 친근하고 두런두런하다. 마치 선배와 자판기 커피를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처럼 편안하다. 추운 겨울밤의 포근한 이불처럼 따뜻하고 안락한 이 문체야 말로 수필집의 가장 큰 매력이다. 담백하고 솔직한 이야기 톤은 독자와의 내적 친밀감을 자연스럽게 높인다.

. 오래된 음악을 들으면 처음 들었던 그때로 돌아가게 된다. 조재선의 수필집은 바로 그런 시간여행을 선물한다. 일상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여 우리 모두의 추억을 깨워주는 이 책은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서서 과거를 돌아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 카펜터스의 ‘Yesterday Once More’가 소개된 부분에서 이 노래가 귓가에 들리자 나는 다시 대학생이 되었다. 작가는 음악을 통해 개인의 추억을 소개하고,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는 공통된 감성이 살아난다.

. 과거의 기억을 통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응원도 받게 된다. 이런 따스한 위로를 안고 가는 우리는 무엇이든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겨난다. 연말연시, 코끝이 시큰해지는 겨울밤에 음악과 함께 뭉근하게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장을 덮을 즈음이면, 독자들은 자신만의 소중한 추억들과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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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sun90 2024-11-29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서평을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가까운 사람과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써 내려 갔습니다. 제가 썼다기보다는 우리가 함께 살았던 이야기를 받아 적어 쓴 것에 불과합니다. 공연히 읽는 분들의 귀한 시간을 빼앗는 글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언젠가 제주에서 작은 독립 책방에 갔다가 어떤 시인의 글을 읽었습니다. 어떤 천상의 장인이 있어서 그(녁)가 하늘에 못을 박아 별을 만들고 그 별을 실로 잇는 그런 이야기가 담긴 시였어요. 저에게는 그것이 하나의 시론이 되었습니다. 사람과 사람, 기억과 기억 그리고 사연과 사연을 서로 이어보자. 그래서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 왔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여기서 잇기 시작한 실이 닿는 또 하나의 별이 되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