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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말 - 나를 향해 쓴 글이 당신을 움직이기를
이어령 지음 / 세계사 / 2025년 2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깊고 넓은 지평선 위에 펼쳐진 빛나는 언어 조각들의 향연. 수 백 권의 저작에서 후대에 남기고 싶었던 이어령의 말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짧지만 깊은 사유의 말들은 고정된 관념을 부순다. 마음, 인간, 문명, 사물, 언어, 예술, 종교, 우리, 창조라는 주제 아래 핵심을 찌르는 어록들은 새로운 정신과 넓은 세계를 탐구하는 창조의 시선을 열리게 한다.
짧게는 몇 줄, 길게는 반장 분량의 글들은 짧지만 그 깊이만큼은 깊다. 잡아당기면 길게 늘어났다가 제자리를 찾는 용수철처럼 훅 다가와 출렁인다.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부터 몇 번은 곱씹어야 우러나는 말까지 다양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단어에 대한 사유는 폴 세잔이 똑같은 사과를 여러 시점에서 관찰하고 입체적으로 담은 것처럼 우리가 평범하게 지나쳤던 단어들의 텍스트들을 한 눈이 아닌 두 눈으로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공감 - 그것은 피아노와 손의 관계처럼 마음이 마음을 건드리는 하나의 음악이다.
_ 22p
기억은 술과도 같아서 시간 속에 발효하고 변질된다. 기억이란 결국 시간이 낳은 또 하나의 사생아일 뿐이다.
_ 77p

나와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가 생각하게 한다. 인간은 완성체가 아닌 죽을 때까지 되어가는 존재라는 말이 긍정의 씨앗은 발현되는 것임을 깨닫게 한다.
같은 계단이면서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계단과 아래에서 올려다본 계단은 어쩌면 그렇게 다른 것일까? 땅을 향해 조금씩 그렇게 하강해가는 계단은 신을 떠나서 제 스스로의 길을 찾아 내려가는 인간의 뒷모습 같은 것이었다.
_ 127p
이성의 문을 열게 하는 열쇠 같은 질문과 통찰이 버려와 할 것과 채워야 할 것들을 알게 한다.
우리의 생명을 만들어주는 흙, 동양적인 관조의 태도, 한복, 창호지 등 우리 고유의 것에서 찾을 수 있는 긍정성과 따로이면서도 함께인 한국인으로써의 우리 정체성을 돌아보게 한다.

책, 차, 활, 계단, 창 등 일상의 평범한 단어들에 대한 의미와 가치의 발견은 고정된 사고의 관념을 부순다. 작은 글라스 속에 물보다 바다 같은 깊은 사색의 물결이 반짝이는 진리를 발견하게 한다.
사물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 세상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 뿌리를 들여다보는 말의 사유들은 짧고 강열한 문장에 흐르는 정수에 감탄하고 전율이 흐르게 한다. 글쓰기를 하는 이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 주겠다.
거품이 없는 맥주는 맥주가 아니다.
거품이 없는 인생은 인생이 아니다.
짧고 깊은 명언의 말들은 언어란 세계가 보여주는 무한한 우주 속 쏟아지는 은하수 같다.
알베르 카뮈의 『전략』에서처럼 떨어지는 세계에 사는 것이 인간입니다. 떨어져 보지 않고서는 상승하지 못합니다. 지렛대는 한쪽이 아래로 내려가야 다른 쪽이 올라갑니다.
_194p
달은 항상 우리에게 앞면만 보여주지만 존재하는 뒷면에 대해 탐사할 수 있듯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에 대한 지적탐험은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들을 들여다보게 한다.
심지에 불을 붙여 밝은 불빛으로 또렷하고 구체화되는 언어의 실체들은 압축되고 개방되어 이 세계를 보여준다. 창조는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라고 한다. 고여있는 지식은 퍼내야 새로운 생각이 새살처럼 돋는다는 것이다.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야.
이어령 저자가 평생 집필한 책들에서 뽑은 경구와 잠언들은 우리가 알아야 할 인생에 대한 거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유와 통찰이 담겨있다.
삶, 자연, 예술, 사회, 경제, 과학을 아우르는 인문학 세계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