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남다른 아이와 세심한 엄마를 위한 심리 처방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나는생각이너무많아 #센서티브 #예민한아이 #육아고민 #부모교육 #크리스텔프티콜랭 #학교생활 #섬세한아이 #과잉행동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부키 출판
첫 몇 장은 내가 읽을 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소위 말하는 여러 종류의 정신적 질환 딱지를 붙여버리는 아이들에
관한 책인가 싶은 생각에
정상적인 우리 아이니까, 라는 안일한 생각이 들었다.
몇 장 더 읽다 보니
민감하고, 감정적이고, 정 많고 감정이입이 심한 아이, 조숙한 아이들이
내 아이일 수도 있고 내 아이의 사회를 형성하는 아이들이 될 수도 있듯이
아이를 키우는 우리라면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를 읽어보며
이러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을 조금 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른들의 큰 착각과 시선들이 많은 예민한 아이들의 심리를
자기들 식으로 결론지어 아이들에게 치명적인 상처와 흉터를 남기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겨 주는 책이므로
과잉행동이나 예민한 아이들의 부모들만이 아닌
앞으로 사회에 나올 수많은 이러한 아이들을 품어야 하는
어른들 모두가 읽어보며 깨달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감각이 과민해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한 ‘과잉’에 가까운 내 큰 아이와
공감되는 부분이 수두룩했다.
엄마가 어떤 책을 읽는지 늘 궁금해하는 9살 아들이
“아이는 지나치게 민감하고 감정적이다.
잠이 별로 없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거나, 반대로 뭔가에 푹 빠지면 방 안에서 몇 시간이고 처박혀 있기 일쑤다.”(p.19) 초반부를 읽어보더니
“난데!~ 내 얘긴데??!!”라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저자는 이 시대가 아이들을 자기들의 잣대로 의학적으로
너무나 쉽게 딱지를 붙여버리는 것에 대해 분통을 터져 한다.
심리학자인 저자가 충분히 반문할 법한 지적이란 생각이
책을 읽어 내갈수록 더욱 이해가 되고 설득력이 있었다.
나 또한 부끄럽게도 주변 아이들에 대해 주제넘게 했던 것 같다.
내 자식도 이해하지 못하면서 값진 다른 아이들을
너무 쉽게 평가하며 내뱉는 경솔한 행동을 때때로 하며
나의 행동에 질겁할 때도 있었다.
ADHD나 자폐, 강박충동 장애 등 생명력과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가
조금 요란하다고 ‘과잉행동’으로 딱지를 붙이고 학습의 일시적 장해물까지도
질병으로 ‘장애’라는 진단을 너무나 쉽게 낙인찍어 버리는 현실에 대해
알게 되었고 참혹한 기분이 들었다.
특히 이 과잉행동이라는 시점으로 바라보게 되는 아이들.
학교에서 고분고분 따르게끔 하기 위해,
머리 쓰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선생님 말씀에 귀 기울여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시적인 효과뿐인 ‘항우울제’를 처방받는 사회에 대한 작가는
열일곱 살에 약물에 빠질까 봐 걱정되니까
예닐곱 살부터 이런 약들을 먹이는지
대체 이 약을 언제 끊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모순을 지적한다.
갈수록 이런 치료를 받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현실에서
이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과연 건강한 미래사회가 실현되어 있을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조숙하고 감성적인 아이들은 피해망상에 쉽게 빠질 수 있다고 한다.
보통의 사람보다 유별나게 성능 좋은 감각 기간을 타고난 아이들은
예민한 감각기관을 자신들에겐 피로한 환경에 억지로 적응하려 노력하면서
울음, 화, 삐짐, 혼자 있고 싶은 감정 등으로 피로감을 표출하는데
그 감정들을 존중받기보다 꾸중이나 비난, 비판을 받으며
늘 싫은 소리 속에서 세상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느끼며
더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기 안에서 더욱 예민해져 가는 건 아닐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발달한 감성을 가진 아이들을 내 규범에서 벗어나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보다는
다름을 인정하고 이해가 필요한 우리 아이들의 감성이 얼마나 가치있고
귀한 것인지 인정해주고
그들에게 휴식과 발산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주는 사회가 되길
저자는 호소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과잉감성을 지닌 아이들만큼은 아닐 테지만
분명 보통 아이들보다 유난히 감성적이고 조숙한 모습의 내 아이,
누군가 보면
너무 바른 모범생 아이이지만
호랑이 같은 엄마 때문에 깊이 감춰둔 자신의 본 모습을
때때로 들키곤 한다.
여전히 심하다~ 싶을 만큼 잠도 없고 두려움도 많고 예민하고 감성적이고
포효하는 아이를 늘 채근하고
나만의 표준적 범위에 속에서 옥죄였던 지난 실수들
아이의 잠재력을 내다볼 줄 아는 세심한 엄마로
다른 아이와 내 아이가 왜 다른지,
내 아이에게 어떤 것들을 해줘야 할지 나름의 기준이 설 수 있게 해준 책.
‘내 아이는 생각이 너무 많아’
아이가 앞으로 ‘나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고 이해해가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엄마가 어떻게 아이에게 조언해 줄 수 있을지도 알 수 있었던 뜻깊은 책이다.
엄마는 알아야 할 것도 참 많고
이해해야 하는 것도 참 많은 것 같다.
섣불리 아이들을 표준화하지 않는 것.
생각이 많은 이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것을 내게 숙제로 남겨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