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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 책 옆에 책 1
이수은 지음 / 스윙밴드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사무실에 앉자마자 인스턴트 블랙 커피를 위에 급하게 쏟아 넣어야지만 눈빛이 그나마 살아나는 지금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안가지만 한 때 나도 문학소녀(?)를 꿈꾸던 풋풋한 대학 신입생 시절이 있었다. 대학 입학 후 설레는 마음으로 교내 학생회관 서점에 가서 나는 **대 필독도서 목록을 정리해 놓은 책을 한권 샀다. 요즘도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대학 다니던 그 옛날(?)에는 대학교 출판부에서 필독도서 100선인가 무언가 했던 제목의 책을 팔았다. 목록을 보니 그동안 여기저기서 들어봤던 온갖 고전 목록들이 올라와 있는데, 정말 읽어보고 싶은 책은 단 한권도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대학 졸업 때 쯤에는 빛나는 지성인이 되어 그 목록의 대부분(90%정도?)은 읽게 되겠거니 했다. 물론 그 목록의 대부분(95%정도?)을 못 읽고 졸업했다(안 읽은 것일 수도 있다). 

대학을 졸업한지 벌써 몇년이 흘렀는지 딱히 헤아리고 싶지도 않지만, 아무튼 그 긴 시간동안 역시나 고전이라고 이름 붙은 책은 거의 1년에 1권도 제대로 읽지 못한 것 같다. 서점에 가거나 도서관에 가면 고전이 전시되어 있는 섹션에 가서 한번 펼쳐보기는 하지만 나의 저급한 문해력으로는 도저히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 왠지 언젠가는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 마음의 부담을 주는게 고전이 가진 유일무이한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고전에 대한 부채의식을 항상 갖고 있는 나에게 역시나 [숙련자를 위한 고전노트]라는 제목은 눈에 금방 들어왔다. 누구나 그렇듯 책을 고를 때는 저자소개를 주의깊게 보는 편인데 여러 면에서 저자 소개에 끌렸다. 첫째 저자가 여성이다. 나는 여성 저자를 아주아주 편애하기 때문에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우선 확 끌렸다. 둘째 저자의 이력이 특이했다. 유학한 곳이 네덜란드인 것도, 유럽중세사라는 전공도 모두 특이하게 느껴졌다. 셋째 19년이라는 꽤 긴 시간동안 책을 만지는 일을 했다는 것이 좋았다. 책을 좋아하니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책을 만지는 일을 했을 것이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책에 관한 책이라니 너무 읽고 싶어졌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 분께서 독자에게 정확하게, 그러면서 효율적으로 책을 정리하여 보여주시려고 노력한 것이 많이 느껴졌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강의도 듣고, 책을 읽을 기회가 많은데 그 때 고전이 인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그 고전에 대한 줄거리나 배경지식이 없으면 엄청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부지기수인데 이렇게 전문가가 잘 설명해 놓은 요약본을 통해서 배움의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것도 삶의 지혜인 것 같다. 물론 직접 읽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이런 책을 활용하여 나의 배움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전문가의 가이드를 통해서 훑어 본 책 중에서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책이라면 직접 읽어 볼 수도 있는게 아니겠는가?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 깊이 있는 사유, 폭넓은 식견은 제쳐두고, 우선 책에 관한 요긴한 책이 되고자 한다. 그 쓸모가 무엇인가 묻는다면, 책의 내용을 이만큼만 알아도 그 책이 한결 친숙해질 것이고, 심각한 고전을 읽는다는 부담과 두려움도 덜어질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을 읽다가 고전의 숲으로 본격 원정을 떠나볼 마음이 생길지도 모른다


내가 딱 저자의 말처럼 본격 원정을 떠날 마음이 생겼다. 나는 문학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중에서도 범인이 그나마 접근 가능한 소설을 정말 좋아한다(시는 천재의 영역이라 그런지 읽고 또 읽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작품이 너무 많다). 책의 저자가 소개한 책들 중 저자의 특별한 애정이 느껴지는 작품은 [이방인]이었다. 나는 사실 제목만 익숙할 뿐 내용은 전혀 모르는데, 저자가 이 책을 소개한 부분이 나로 하여금 꼭 이 책은 읽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어릴 적 책장에 꽂혀 있던 전집 세트에서 [데카메론]이나 [분노의 포도]를 꺼내 심심풀이로 들춰보긴 했지만, 이것들을 다 제대로 읽어보자, 결심하게 된 것은 [이방인]을 읽고나서였다. 말하자면 [이방인]은 나에게 문학의 힘을 인식하게 해준 첫 책이었다. 그 후 여러 고전을 읽었고 직접 편집해본 작품도 더러 있지만 나에게 변함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은 언제나 [이방인]이다. 어째 좀 부적절한 표현 같아도 이게 정확하다. 이 책을 평생 한 번도 안 읽는 사람은 있어도 딱 한 번만 읽는 사람은 없다.

시중에 고전을 요약해서 설명해 놓은 책이 많지만, 이 책은 저자의 책에 대한 사랑이 구석구석에서 배어 나와서 좋았다.  확실히 진심이라는 것은 직접 목소리를 듣지 않아도 활자가 적힌 종이를 통해서도 전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의 표지에는 "책 옆에 책 1"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 책이 2편, 3편 시리즈로 계속 제작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고전을 잘 설명해 주는 좋은 책이 계속 나온다면 고전을 어려워하는 평범한 독자에게는 너무 반가운 소식이다. 나처럼 고전을 읽고 싶지만, 길잡이가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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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셈육아 -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고타케 메구미.오가사와라 마이 지음, 황소연 옮김 / 길벗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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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일본의 보육교사이자 자녀교육 관련 법인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2명의 전문가가 공저한 책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가득하신 분들 같고,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넘치시는 따뜻한 분들이시라는게 책에서 느껴졌다. 그래서 부모를 대상으로 쓰여진 책 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듯 다정다감하고 따뜻하게, 메세지도 짧고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어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에 잘 와 닿았다.


우리 주변에 일본과 관련된 것들은 정말 셀 수 없이 많다. 서점에 가 보아도 번역된 일본 책들이 정말 많은데 그 분야는 우리 실생활에서부터 비즈니스 분야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그런 책들 중 몇권만 읽어 보아도 우리 나라보다 정말 한~참 앞서나가 있는 일본의 전문성에 역시 선진국은 선진국이구나 하면서 혀를 내두르게 되는데, 역시 육아도 그랬다. 이 책의 저자들이 전달하는 메세지는 단순해 보여도 사실 아이와 부모에 대한 깊은 이해와 믿음, 육아에 대한 따뜻한 기본 원칙이 세워지지 않으면 금방 잊혀지고, 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우리 주변에 실제적으로 부모와 아이가 직접 참여하고, 부모와 선생님이 깊은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몇개나 될까? 난 아이를 키우면서 서울 시내에 두 군데의 구에 살아봤고, 양쪽 구에서 어린이집 대기를 넣었는데 주변 동네 엄마들에게 부모와 아이가 함께 참여하는 어린이집이있다라고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는 엄마와 이 어린이집을 다니는 일본의 아이들이 부러웠다. 그런데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했는데 어쩌겠는가? 보낼 수 없다면 까짓것 뭐 집에서 이 책에서 가르쳐 주는 방식대로 해보는거지 뭐. 그러라고 이 책의 저자가 책을 쓰시고, 길벗 출판사에서 한국어로 번역을 해서 책을 내주신거 아니겠는가? ^^ 

  

이 책에서 가르쳐 주는 좋은 가르침 중에는 '기본 중에 기본인데 엄마들이 맨날 잊어버리고 하는 헛발질 육아'들이 많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잘못된 육아원칙이 무엇인지, 아이랑 놀아줄 때는 어떻게 놀아주는게 진짜 아이에게 좋은 것인지, 아이랑 소통하는 방법, 그리고 엄마가 자신을 지키며 아이를 육아하는 방법이 나와 있다. 책을 읽어가며 나의 무지함 때문에 우리 아이가 겪었을 고통(?)이 생각나 가슴을 콕콕 찌르는 부분이 많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주 던지는 말 가운데 "오늘 어땠어?"가 있는데, 참 대답하기 난처한 질문입니다. 유치원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알고 싶어서 질문을 '툭' 던지는 것일 테지만 아이들에게 "오늘은 어땠어?"라는 질문은 외국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낯선 외국인이 외국어로 "오늘 어땠어요?"하고 묻는다면 어른도 대답이 술술 나오지 않겠지요. 따라서 아이에게 질문할 때는 "오늘 점심은 맛있었니?"와 같이 '네', '아니요'로 간단하게 대답할 수 있는 유형으로 질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아이가 "응!"하고 대답했다면, "그럼 어떤 반찬이 제일 맛났을까?"하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겠지요. 이처럼 아이에게 묻고 싶은 게 있을 때는 편안하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먼저 떠올려 주세요. 

이렇게 이 책에는 아이 중심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엄마랑 아이가 행복할 수 있는 육아법을 제시하고 있다. 어렵고 복잡하고,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방법들이 아닌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어른들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아이의 마음을 책에서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엄마가 마음으로 잘 기억하고 있다가 아이를 키우면서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실천해 보면 엄마랑 아이랑 훨씬 편해질 수 있는 방법들인거 같다. 유치원 선생님이 유치원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듯이 엄마들에게도 굉장히 단순하고, 직관적인 언어로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나도 약간 어린시절로 돌아가 따뜻한 유치원 선생님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듣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정확하고, 간결하고, 그러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을 세세하게 상대편의 입장에서 설명해 주고 알려주는게 딱 일본스럽다고 느끼면서도, 육아에서도 이런 일본의 문화적이고 국민적인 특성이 나타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워낙 심리학, 교육학 이런 학문들이 발전을 거듭하다 보니 수많은 육아책에서 제시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육아법들에 기가 질린 엄마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들만 친절하고 정확하게 알려 준 육아법 책으로 심플한 삶을 추구하는 엄마들에게 좋은 육아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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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GRITY NEW YORK
정인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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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뉴욕에서의 삶을 동경하였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룰만한 용기가 없어서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그리고 결혼을 하여 서울에 정착하여 살고 있다. 옛날 어른들이 "내 꿈은 000였었지.."라고 얘기하는 것처럼 뉴욕을 향한 나의 꿈은 아스라히 멀어져 갔던 것 같다.

정상인 사람도 반쯤은 정신이 나가버릴 것 처럼 덥던 폭염을 보내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서재 책상에 앉아 이 책 [INTEGRITY NEW YORK]을 읽어 보았다. 100페이지 남짓의 얇은 책이고, 사진이 많아서 쉽게 즐겁게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두근거렸다. 그렇다. 뉴욕병에 걸린 것이다. 저자가 첫 페이지에 얘기한 뉴욕, 그 문장 만으로도 내 맘은 너무나 두근거렸다.

 

어떤 이는 뉴욕이 더럽고 실망스럽다며 날씨가 따뜻하고 기후가 좋은 LA를, 다른 이는 건축의 아름다움과 잘 정돈된 도시인 시카고를 추천했지만 나의 1순위는 언제나 뉴욕이었다. 그들이 본 여러 단점들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욕은 뉴욕이다. 미국의 수도가 워싱턴 D.C라면 세계의 수도는 뉴욕이다. 정치, 경제, 미디어, 음악, 뮤지컬, 문화, 패션, 박물관, 대학,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뉴욕은 세계의 수도가 되어 왔다.

 

그리고 나서 저자는 각 분야별로 왜 뉴욕이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는지 사진과 글로 설명해 놓았다. 정치, 경제, 미디어, 패션과 문화, 박물과, 대학 그리고 스포츠, 쇼핑, 하이라인, 소호, 루즈벨트 아일랜드. 정말 그냥 인간의 삶과 관련된 모든 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저자는 8가지 색깔의 뉴욕맛집, 미국 수제버거 A to Z 챕터에서 클래식하기도 하고, 모던하기도 하고, 트렌디 하기도 한 여러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다. 언젠가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부모님, 그리고 남편) 손잡고 다정하게 식사하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남편과 약속한 10년 뒤 여행때문이었다.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신랑과 내가 1년간 휴직(퇴직이 될수도 있겠지만...;;)하고 우리가 살아보고 싶은 세계의 몇 도시 중 정해서 여행을 하기로 했다. 그 때 우리가 지내고 싶은 몇 곳의 후보지가 있는데 거의 다 유럽의 도시들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나니 20대때 뉴욕에서 일하고 싶었던 나의 꿈이 되살아 나는 듯 했다. 그 때는 나 혼자였고, 지금은 몇개의 혹(?)이 더 붙었지만 오히려 그 혹들 때문에 내가 한편으로는 더 든든해 진 것같다. 지금은 서울에서 평범하게 회사다니는 아줌마지만, 열심히 살다보면 간접적으로라도 나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올지 누가 알겠는가? 짧은 책이지만, 저자가 정성스럽게 찍은 뉴욕 사진과 저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뉴욕과의 인연과 추억이 담겨져 굉장히 재미있는 책이다. 나처럼 뉴욕에 대한 동경과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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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보니
이주형 지음 / 다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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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의 표지에서부터 우리에게 힐링을 준다. 책 제목 옆에 우리 심장을 쿵!,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문장이 적혀 있다. "삶에도 문법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지. 나. 간. 다." 나도 성적 1,2점에 애달복달하던 10대 시절이 지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만 길을 못 찾는 것 같아서 바닥을 박박 기던 20대를 지나, 이제 그나마 마음이라도(?) 여유로운 30대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지금, 이 문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이 책을 넘기면서 나는 마음 좋은 인생의 선배에게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뜨겁고도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그리고 다정다감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선 내용에 앞서서 출판사를 너무 칭찬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독자에게 잘 포장해서 선물하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책을 넘길 때마다 책 내용에 맞게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것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갑자기 띠지를 벗겨보았더니 너무 예쁜 그림이 나타났다. 마치 눈이 오는 밤하늘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별이 총총한 밤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그림이 마음을 다독다독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의 저자가 우리 주변의 꼰대(?)라고 평가받는 아재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마음이 여리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멋있는 아저씨라는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에 아직 이런 아저씨들이, 인생 선배님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삶의 지혜를 풀어나간 저자의 기록들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와 <가객 장사익>이었다.

 

우리는 모두 김광석이 노래한 '서른 즈음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내 소중한 사람들과도, 내 찬란했던 젊은 날들과도, 지금 이 순간과도 말이다. '서른 즈음에'는 정작 서른일 때보다 마흔일 때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캠핑카에 앉아 황혼을 바라보던 남성의 말이 마음에 묵직하게 가라 앉는다. "세월을 막을 수 있나요? 아무리 잡으려 노력해도 저 예쁜 노을은 곧 사라지고 금방 깜깜한 밤이 찾아오죠. 그래도 저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사는 수밖에..."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등반가 박영석은 높은 봉우리를 정복할 때는 꼭대기는 쳐다보지 않고 바로 발 앞 1미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한걸음이 쌓여야 정상 정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박영석이 사망하기 몇 달 전 장사익에게 직접 한 말이라고 한다. 박웅현이 그의 저서 <<여덟단어>>에서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이 연결되면서 나만의 별이 된다'고 한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세상에 가치 없는 일은 없다.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일들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여 하나의 열매를 맺는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인격이 되고 인생이 된다. 작은 다람쥐의 귀여운 실수가 참나무 숲을 이루기도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글이...너무 좋지 않은가? 출근길 버스에서 마주치는 중학생, 20대 대학생들의 풋풋함이 부러울 때도 많지만, 인생의 많은 것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지금도 꽤 괜찮은 시기인 것 같다. 나도 한걸음 한걸음, 거북이 같이 느리고 아둔해 보여도 나만의 발자취를 만들어 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두렵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로 깨우침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 어른아이를 품고 있는 이 세상의 작은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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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는 누구이신가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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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예쁜 책입니다. 코스모스의 여린 꽃잎과 꼭 닮은 여리고, 수줍은 분홍 커버로 쌓여 있는 책. 감촉 또한 보드라운 꽃잎을 만지는 듯, 약간의 서걱거림이 느껴지는게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런데 커버와 달리 무언가 너무 슬픈 판화가 책 왼쪽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크리스쳔이라면,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면 언뜻 눈길을 줘도 그 그림이 무엇을 표현하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가슴 한 구석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림. 다시 보고 또 보면, 그리고 깊이 생각할 수록 밀려오는 그 무거운 느낌. 그 그림을 오래 볼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그분을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정신없이 살아왔는지 나 자신이 너무나 잘 알기에 책 표지를 오래도록 볼 수가 없었습니다.


김남준 목사님. 생명의 말씀사. 믿고 보는 저자와 믿고 보는 출판사이죠.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 책은 성경에 대한 깊은 통찰이 있는 좋은 책일 것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부분에 있어서는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전혀 의심의 여지가 없고요. 저자는 이사야 53장을 한구절 한구절 독자에게 풀어서 설명해 줍니다. 서문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이 책을 두번 읽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설교를 듣듯이 쭉 읽어 나가고, 그 뒤에는 성경을 펴놓고 각주를 읽어가며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말씀하고 계신데, 정말 딱 그렇게 읽는 것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이 책을 한번 전체적으로 순서대로 읽은 상태인데, 앞으로 한번 더 매주 한 챕터씩, 12주 동안 각주를 읽으며 깊게 묵상할 계획입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나는 예수님을 정말 얼마나 알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건가 계속 되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번 밖에 없는 인생 정말 제대로 살고 싶은데,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신앙고백을 한 예수님의 제자로서 정말 잘 살 수 있는 것인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이사야 선지자의 목소리를 빌어 저에게 얘기를 해주더군요. 쉽지 않은 길이라는 거, 많이 힘든 길일 거라는 거, 그 어려운 이야기를  저자는 독자에게 절절한 목소리로 이야기 합니다. 2,000년 전 예수님이 이땅에 계시던 그 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아무도 듣지 않으려 하고, 거부하고 싶은 그 삶을 김남준 목사님은 큰 목소리로 우리에게 이야기 해주시더군요.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너무 중요한 주제인데,  한국 교회 강단에서는 더이상 듣기 쉬운 얘기가 아니니깐요. 


기억하십시오. 그리스도인의 길은 아무나 걸어가는 길이 아닙니다. 참신자의 길은 결코 아무나 걸어갈 수 없습니다. 멸망으로 이르는 길은 넓고 많은 사람이 그곳을 지나기에 외로울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나 생명으로 이르는 길은 지극히 협착하고 위험하며 외로운 길입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인 12장 마지막 페이지에 나오는 글귀입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그리스도인의 삶은 쉽지 않겠죠. 쉽지 않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지만, 그분의 사랑을 경험한 신앙인으로서 그분의 발자취를 배우고 그 길을 조금씩 조금씩 더듬어 따라가기를 원하는 이땅의 진실된 크리스쳔분들께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저도 이번 한번 읽는 것으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목사님께서 권면하신대로 이 책과 성경을 함께 펴놓고 한구절 한구절 더 깊이 묵상하며, 그분께 더 나아가길 스스로에게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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