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보니
이주형 지음 / 다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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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의 표지에서부터 우리에게 힐링을 준다. 책 제목 옆에 우리 심장을 쿵!,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한문장이 적혀 있다. "삶에도 문법이 있다. 결국 모든 것은 다. 지. 나. 간. 다." 나도 성적 1,2점에 애달복달하던 10대 시절이 지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나만 길을 못 찾는 것 같아서 바닥을 박박 기던 20대를 지나, 이제 그나마 마음이라도(?) 여유로운 30대를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지금, 이 문장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장 한장 이 책을 넘기면서 나는 마음 좋은 인생의 선배에게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뜨겁고도 현명하고도, 지혜로운, 그리고 다정다감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우선 내용에 앞서서 출판사를 너무 칭찬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을 독자에게 잘 포장해서 선물하고 싶은 출판사의 마음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책을 넘길 때마다 책 내용에 맞게 너무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어, 그것만 보고 있어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갑자기 띠지를 벗겨보았더니 너무 예쁜 그림이 나타났다. 마치 눈이 오는 밤하늘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별이 총총한 밤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한 그림이 마음을 다독다독해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을 읽어보면 이 책의 저자가 우리 주변의 꼰대(?)라고 평가받는 아재들과는 너무나도 다른, 마음이 여리고, 사람들을 사랑하고,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멋있는 아저씨라는게 느껴진다. 우리 주변에 아직 이런 아저씨들이, 인생 선배님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소소한 에피소드로 삶의 지혜를 풀어나간 저자의 기록들 중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는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와 <가객 장사익>이었다.

 

우리는 모두 김광석이 노래한 '서른 즈음에'처럼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다. 내 소중한 사람들과도, 내 찬란했던 젊은 날들과도, 지금 이 순간과도 말이다. '서른 즈음에'는 정작 서른일 때보다 마흔일 때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캠핑카에 앉아 황혼을 바라보던 남성의 말이 마음에 묵직하게 가라 앉는다. "세월을 막을 수 있나요? 아무리 잡으려 노력해도 저 예쁜 노을은 곧 사라지고 금방 깜깜한 밤이 찾아오죠. 그래도 저 노을을 바라볼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며 사는 수밖에..."

 

지금은 유명을 달리한 등반가 박영석은 높은 봉우리를 정복할 때는 꼭대기는 쳐다보지 않고 바로 발 앞 1미터에 집중했다고 한다. 그 한걸음이 쌓여야 정상 정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박영석이 사망하기 몇 달 전 장사익에게 직접 한 말이라고 한다. 박웅현이 그의 저서 <<여덟단어>>에서 '지금 내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그 의미 없어 보이는 일들이 연결되면서 나만의 별이 된다'고 한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세상에 가치 없는 일은 없다. 나를 통해 이루어지는 일들이 알게 모르게 작용하여 하나의 열매를 맺는다. 그것이 한 사람의 인격이 되고 인생이 된다. 작은 다람쥐의 귀여운 실수가 참나무 숲을 이루기도 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다.

 

글이...너무 좋지 않은가? 출근길 버스에서 마주치는 중학생, 20대 대학생들의 풋풋함이 부러울 때도 많지만, 인생의 많은 것들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지금도 꽤 괜찮은 시기인 것 같다. 나도 한걸음 한걸음, 거북이 같이 느리고 아둔해 보여도 나만의 발자취를 만들어 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 두렵고, 인생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 헤매는 사람들에게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로 깨우침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 속 어른아이를 품고 있는 이 세상의 작은 어른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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