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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하라 - 세계를 뒤흔드는 용기의 외침
슬라보예 지젝 외 지음, 유영훈(류영훈) 옮김, 우석훈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점령하라>는 월가의 99%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을 담고 있어서, 나를 무척이나 기쁘게 해줬다. 내가 찾고 있던 책이 바로 이런 책이기 때문이었다. 월가의 점령시위가 이어지며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었다. 그 때부터 언론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월가 시위에 대한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월가의 시위가 근래 들어서 매우 이례적일 정도로 조직적이고 열정적이고 의미가 있는 시위였기 때문에 나는 깊이 있게 알고 싶었다. 그렇지만 국내의 사건이 아니어서 그랬는지, 기사로만 접하는 월가 시위의 모습은 늘 무엇인가가 부족했다. 제3자의 시각이 아닌, 당사자의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글을 쓴 사람들은 총 20인으로서 작가, 대학교수, 대학원생, 사회운동가, 예술가, 구술 역사가, 잡지 편집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일부의 글에서는 주관적인 서술이 다분히 느껴지기도 했지만, 주관성을 완전히 배제하고는 이런 글을 쓸 수 없다는 걸 감안한다면 크게 거부감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점령하라>를 읽고 있다보면, 그 어느 순간, 가장 깊게 몰입하면, 나도 모르게 월가 시위 현장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월가 시위를 시작하게 된 경위, 그리고 진행되면서 그들이 겪은 일들, 처음에는 대다수가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지만, 어느 순간 그들이 세계를 움직이는 용기 있는 자들, 그 무리의 선봉이 되었음을, 세상은 이렇게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라는 걸 실감나게 보여준다. 곳곳에 실린 사진들과 삽화들을 비롯한 생생한 기록들이 책에 몰입하는 데에 더욱 효과적이었다.
유엔 프랑스 대사이자, 작가로 매우 유명하게 알려진 스테판 에셀은 젊은이들에게 분노하라고 했다. 분노만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촉구했던 분노의 표현의 상징이 바로 이 월가 시위라고 생각한다. 과연 역사는 월가 시위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우리의 후대에서는 이 시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자본주의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서, 무엇이 진정한 자본주의가 될 것인지, 이 세상을 움직이는 이념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를 다시금 사람들에게 일깨워주는, 가슴이 뜨끈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