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력서
마광수 지음 / 책읽는귀족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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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광수 교수의 작품을 직접 읽어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그의 주변에 넘쳐나는 이야기들만 접해왔다. 그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는 불필요하지 싶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수필이니까. 누군가의 삶은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얼마전 한 교양수업에서 배운 독일의 FKK(자유나체문화)가 생각났다. 사람이 자신의 몸을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 수치심을 느끼는 것을 종교적 기원에서 찾아본다면, 바로 아담과 하와의 원죄라고 한다. 그들이 선악과를 먹고 나서 눈이 밝아진 후에 가장 먼저 한 것이 잎사귀로 자신들의 벌거벗은 몸을 가린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FKK는 이러한 수치심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마광수 교수의 생각도 이러한 사상과 맥락적으로 관련이 있지 싶다.

  그가 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곳곳에 보이는 그의 표현과 생각들을 살펴보는 것 또한 재미있었다. 가령, '아무튼 훈훈한 우정은...담담한 밥맛 같이 변치 않는 면이 있다.' 라거나 '미술은 문학에 비해 그렇게 쩨쩨하지가 않다. 문학은 '문법'이란 게 있어 형식의 지배를 받지만 미술은 미술의 문법이란 게 없어 그냥 즉흥적으로 그려도 된다.' 와 같은 표현들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마광수 교수는 육체의 옷을 벗듯이, 생각의 옷을 벗고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남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 숨길 법한 생각들도, 그는 꾸밈없이 그대로 표현한다. 이렇게 타인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으면서도, 글의 곳곳에는 타인의 평가(동아리 퇴출사건, 학계와 미술계에서의 비판)에 대한 서운함이 드러나는 것 또한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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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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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붐을 타고 철학관련서적이 매주마다 얼마나 많이 발간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흐름 속에서 자칫 식상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때 쯤, 이 책의 제목을 앞에서부터 다시 읽어봐야만 이 책의 성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삶을 사랑하는 기술'. 철학이라는 게 결코 종이 속에서만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아니라, 나아가 우리 각자의 삶을 진정으로 사랑하게끔 만들어준다는 데에 이 책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삶을 사랑하도록 직접적인 강요를 하지는 않는다. 작가가 지독한 우울증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고대철학부터 시작되는 탄탄한 철학이론을 잘 엮어나가기 때문이다. 철학이 나와는 먼 것으로 느껴지지 않게,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식스펙'을 만들어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이 책의 두께를 본다면 왜 식스펙이 자연히 생기게 될지도 추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한 챕터를 읽을 때마다 철학자들의 명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정의에 대해 이야기 하는 '그 교수'의 강의도, 마지막으로 남기는 '그 교수'의 강의도 결국에는 철학을 베이스로 나오는 강의가 아니었던가. 영혼의 주인으로 살고, 흔들림 없이 자신을 단련하며, 지금 여기서 삶을 즐기고,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게끔 도와주는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치유를 받고 영혼을 멋지게 단련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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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맷하시겠습니까? - 꿈꿀 수 없는 사회에 대한 여덟 가지 이야기
김미월.김사과.김애란.손아람.손홍규.염승숙.조해진.최진영 지음, 민족문학연구소 기획 / 한겨레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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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단편소설집, 특히나 현대단편소설집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장편소설에 비해 하나의 에피소드만을 다루기 때문에 깊이가 부족하다 여긴 나의 선입견 때문이기도 하고, 중학교 시절 읽었던 현대소설들이 하나 같이 난해했기 때문에 생긴 거부감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은 탓도 있다. 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현대'가 가장 이해하기 힘들다. 현대미술도, 현대음악도 과거의 '정통'과는 다르게 나가려는 생각에 하나 같이 대중성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때가 많지 않은가.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으로 눈물을 흘릴 만큼 마음이 아팠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만 속으로 끙끙 앓는 생각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에 실린 작품들 하나 하나가 모두 내 상처를 다 안다고 말하며 어루만지는 것 같아 치유되는 과정에서 마음이 아팠다. 특히 김미월의 <질문들>, 김애란의 <큐티클>, 염승숙의 <완전한 불면>은 우리 사회와 젊은이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놀랐던 작품은 김애란의 <큐티클>이다. 인간의 미묘한, 음지의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 치밀하게 묘사를 했는지 모르겠다. 과장이 아니라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이 책을 읽고나서 단편소설집에 대한 나의 트라우마는 제법 사라졌다. 젊은 작가들이 말하는 '지금, 여기, 우리'는 젊은 나조차도 신선하게 느껴졌다. 앞으로 우리나라 문단의 미래가 매우 기대되는 것 또한 이들의 작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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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 행복한 꿈 사용설명서
하지원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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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최근에 읽었던 책 중에서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읽었던 책인 것 같다. 보통 독서에는 목적이 있다. 문학이 되었든, 교앙서가 되었든, 전문서적이 되었든. 정말 마음 편하게 영화 보듯이 책을 읽었던 게 언제적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다.

  하지원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로 손가락에 꼽힌다. 그녀의 대표작은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이다.(다모, 발리에서 생긴 일, 황진이, 내 사랑 내 곁에, 시크릿가든 등) 그렇지만 우리는 정작 그녀의 작품 속에서의 모습 외에는 알지 못 한다.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아 왔을까. 그녀를 보면 나는 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떤 성장과정과 어떤 생각과 어떤 사람들과 어떤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전해림, 배우 하지원이 존재하는 건지 궁금했다.

  하지원의 꾸밈 없는 얼굴, 표정, 연기, 말투, 생각. 이 모든 게 정말 좋다. 일기를 써가듯 조근조근 말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하지원이 이 작품을 찍을 때는 이런 생각을 했고,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구나!' 하며 다시 그 작품을 찾아보는 묘미도 생긴다. 그리고 향초를 피우는 것을 좋아하는 하지원만의 습관에 대해 알게 되는 것도, 대중이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지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매일 매일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열정이 정말 멋있고, 대단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주 달콤하고도 감동있는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것 같다. 배우 하지원을 아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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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Samsung - 세계 최강 삼성 경쟁력의 비밀
배덕상 지음 / 미다스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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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이 발간되기 2년 여 전, (삼성으로서는 불편한 이야기이겠지만) <삼성을 생각한다>가 속편까지 발간되며 인기를 끌었다. 대한민국에서 삼성이 빠지면 한국경제에 대한 논의가 불가능할 만큼 삼성이 전세계에 미치는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많은 사람들 또한 삼성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한다. 삼성에 대한 거센 비판을 서슴치 않으면서도, 삼성맨에 대한 선망과 부러운 시선은 거둘 수가 없는가 보다. 

  바로 이렇게 삼성의 일거수 일투족은 모든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다. 거의 기업홍보에 가까울 줄 알았던 이 책은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삼성맨들의 200% 리얼한 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았을 뿐만 아니라, 삼성의 경영철학과 조직관리에 대한 분석은, 다른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도 훨씬 도움이 될 정도이다. 삼성과 같은 마인드를 가지고 싶다면, 그리고 삼성과 같은 대기업에 입사하기를 희망한다면 이 책은 분명 필독서이다. 특히나 자기계발적인 면에 있어서, 단순한 동기부여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 혹은 자신이 소속된 집단을 위해서 바로 적용이 가능할 정도로 구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도움이 더 되었던 것 같다.

  iNSIDE SAMSUNG이라고 해서 고리타분하게 경영진들의 철학을 담아놓은 게 아니라, 현실적이고도 지루할 틈이 없게 흥미진진한 글의 구성이 나와 같이 선입견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사람도 금세 빠져들게 만들 정도였다. 대학생 이상의 성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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