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계속해보겠습니다 : 황정은 장편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따귀를 한 대 맞은 듯..


˝잊으면 괴물이 되는 거야.˝

(비록 ebook으로 읽었지만) 책을 덮고 나서 다른 책을 집어 들고 글을 쓰고 저녁을 짓고 설겆이를 하면서도 이 말 한 마디가 따귀 맞은 볼의 통증처럼 계속 따끔거렸다.

Post-세월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죽음 앞에 놓인 인간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해, 생의 무의미를 경험/목격한 후의 좌절과 절망에 대해, 그리고 고통에 대해
한 사람인 듯 세 사람인 소라, 나나, 나기의 목소리를 통해 들려준다.

타인의 고통을 잊으면 어떻게 인간이 괴물로 변하게 되는지, 작가는 (나기를 통해) 잊지 말라고, 기억하라고 따귀 한 대를 때려준다. 소설에서는 `나`만의 것인 줄 알았던 것, 그리고 `너`만의 것인 줄 알았던 고통이 어느 순간 겹쳐지면서 모두 고통 받는 존재로서의 인간이 부각된다(비록 이 깨달음이 사람들 간의 직접적인 연대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이 책이 상실과 고통을 경험한 이들에게, 우리들에게 내미는 것이 값싼 위로나 동정의 손수건이 아닌 `잊지 말라`는 따귀라는 점이 좋다.

커다란 상실과 고통에 대해 사람들은 제각기 다르게 반응하며 겪어낸다. 애자처럼 죽은 삶을 사는 경우, 아니면 누군가처럼 정말로 죽어버리는 경우, 소라 나나 나기처람 각자의 방식으로 견디는 경우.. 애자의 생각처럼 삶은 무한히 무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무거운 무의미의 무게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것 자체가 어쩌면 유일하게 숭고하고 의미 있는 일인지 모른다.

나나가 반복하는 ˝계속해보겠습니다˝라는 말은 서술의 주체로서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계속해내가는 것, 따라서 삶 자체를 계속해나가겠다는 의지와 다짐이다. 살아야 한다가 아니라 살아야겠다는 의지. 잊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다짐.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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