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우니 르콩트 감독, 고아성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이창동 감독이 제작하고 우니 르콩트 감독과 공동 각본을 쓴 프랑스와의 합작 영화라고 한다.

고아성의 연기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무엇 보다 김새론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해준 영화 (영화 아저씨를 통해 먼저 알았기 때문에)

김새론의 데뷔작이기도 한 이 영화는 김배우가 만 9살에 개봉되었다. 촬영은 짐작건대 아마도 한 두 해 전에 이루어진 것 같은데 8살의 나이에 이렇게 담백하면서도 농도 짙은 감성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최근 들어 한국전쟁을 전후로 특히 60-80년대에 외국으로 입양된 많은 한국계 입양인(입양아가 아님)들이 ngo나 기업에서 주관하는 모국 여행 프로그램이나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거나 `귀국`하기 시작했다. 또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학계나 예술계에서 해외입양을 반대하는 비판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한국에서도 이들의 역사와 경험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는데, 2009년에 해외입양이라는 키워드를 스크린에 담아낸 이 영화의 시도는 이런 맥락에서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많은 한국계 입양인들이 자신들이 입양된 서구권 국가의 민족 정체성과의 인종적 차이로 인해서 겪은 정체성의 혼란이나 인종차별을 토로하고 있다는 점과 이들이 모국을 찾았을 때 다시 한 번 느끼는 언어 장벽이나 문화적 이질감을 고려한다면 입양인을 ˝여행자˝로 묘사한 영화의 관점은 적절한 것 같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A Brand New Life인데, 이것은 영화에 등장하는 많은 `고아`들의 환상이기도 하며, 한편 주인공 여자아이가 가장 두려워하고 거부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녀에게 그것은 사랑하는 아버지를 마음에서 지우는 것, 아버지와의 인연의 끈을 포기하는 것, 그리고 그동안 아버지의 딸로서 자신을 구성해온 과거의 기억을 상실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입양의 경우 입양을 통해 아이의 과거(기억, 끈, 유대 등)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부여/강요한다는 점에서 이를 풍자하는 영어 제목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창동의 많은 영화가 그렇듯이 이 영화에서도 불필요한 말/대사가 과감히 생략되고 인물들의 감정/심리를 표정이나 행동으로 대체하여 표현하는데 그래서인지 관객이 받는 울림이나 파장이 더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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