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 그림자 - 2010년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민음 경장편 4
황정은 지음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도심 속 재개발이 진행 중인 낡은 전자상가 단지에서 오랜 세월 생활 터전을 자리잡고 살아온 사람들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

소설은 전자상가의 40년 역사를 그 속에서 70, 80년대의 경제개발 시대를 살아온 부모님 세대의 삶과 노동을 주인공들이 유년의 기억을 더듬는 대화의 형식으로 드러낸다.

그리고 그들이 성장해서 2010년대에 88만원 세대가 된 오늘날 자신들을 키워준 생계수단이, 그곳에 깊이 배어든 부모님들의 노동의 때와 흔적이, 가족이 겪은 고통과 상처의 기억이 허물어져 가는 모습을 담담하고 아련하게 지켜본다.

아파트 단지 경계 너머, 다닥다닥 붙은 낮은 상가건물과 그 뒤에 조용하게 존재하는 천막집, 무당집, 구멍가게, 철물점, 베어링가게 등이 있는 골목에서 오후를 보냈던, 손님을 상대하며 언쟁을 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얼굴이 빨개지곤 했던 내 유년의 모습이 겹쳐지면서 더 인상 깊게 다가왔다.

21세기답게 첨단 기술을 동원하여 이뤄지는 조용하고 차가운 철거의 현장 속에서 사람들의 삶의, 노동의, 사랑의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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