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강신주의 다상담. 1: 사랑, 몸, 고독 편 - 사랑, 몸, 고독 편 강신주의 다상담 1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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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철학박사답지않게 이 책, 쉽다.
거침이 없어서 불편하기도 하고 생소해서 어리둥절하기도 하다.

제 1권의 소제목은 '사랑, 몸, 고독 편'
물론 사랑을 못하는 청춘들이 고민을 적어보냈고, 몸을 성으로만 인식하는 덜 성숙한 이들이 참여했고 고독의 수위를 조절하지 못해 고독의 방류를 막아달라는 나름 찌질한 분들이 상담을 요청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랑을 잘하는 사람들은 요따위 상담도 필요없을 것이고, 당신을 차버리고도 행복하며 그 어디에서 오늘도 훌륭한 사랑을 하고 있을 것이라 약올리기도 한다. 


그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이 책은 빨간 표지가 참 잘 어울린다.

70년대 만화주인공 주먹대장의 주먹같은 글씨, 일명 주먹체라 불러도 되려는지.

읽다보면그 주먹에 얻어맞는 것처럼 멍할 때가 있다.

강신주, 
이 남자 너무 진지하게 의식의 혁명을 부추긴다. 말 잘 들어서 좋아할 사람은 선생님하고 부모님 뿐이라며 왜 이타적으로 사느냐? 누구 좋으라고? 이기적으로 사는 거다.
넌 왜 이렇게 이기적이니? 라고 하는 부모님의 말씀을 칭찬으로 알아들어라.
그리고 사랑?
그거 한 사람하고 하는 거 절대 아니고 한 서른 명하고는 해봐야 제대로 된 거 하나 건지는 거다.
빼지 말고 만지고 싶으면 열렬히 만지고 음, 채이면 어떡하냐고?
걱정하지말고 다른 사람 만나면 되잖아!!
사람이 어떻게 한 사람만 사랑하고 사나?
안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가두니 당연히 결혼은 미친 짓이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져라. 

솔직히 여자친구하고 있는 게 좋으냐? 엄마하고 있는 게 좋으냐?
그럼 엄마말 듣지 마라.
 
장남이 내 등 뒤로 와 조용히 책을 들여다본다.
엄훠, 너 왔니? ^^;
다상담이 뭐야, 엄마?
어, 상담해주는 내용이야.
나도 모르게 이게 무슨 금서인 양 내 아들 읽지 말았으면 하는 심정으로 다른 책 밑에 끼워넣고 말았다.
 

*사랑


그가 말하는 사랑이란 자신을 조연에서 주연급으로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상대방을 사랑한다면 자신도 상대방을 멋진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어야한다.
순전히 둘만 보이는, 다른 사람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 그 상태를 무한대로 즐겨라.
만지고 싶으면 만지고 같이 살고 싶으면 살아라.

하지만 사랑이 영원하다는 환상은 금물이다. 서로 손을 잡은 것과 같아서 내가 그를 잡고 있고, 그가 나를 잡고 있는 상태이지만 언제고 내가 그리고 상대방이 손을 뺄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라. 그것은 그 때를 두려워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고 긍정하라는 이야기이다.
 
사랑이 영원하다는 건, 꽃이 피었다는 거예요. 그것은 질적인 비약을 이야기하는 것이지,
시간적인 지속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에요. 영원한 사랑이란 정확히 말해 너무나 강렬해서 영원히 온몸에 각인된 사랑을 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든 꽃, 그러니까 조화를 원하세요? 우리는 조화를 원하는 게 아니잖아요.
우리의 사랑이 꽃폈다는 것이 중요하지, 지는 게 중요한 건 아니에요.   - 71p

 

*몸

 

인간은 금지된 것을 욕망한다는 조르주 바타유의 말이 빠질 수 없다.
몸이라고 하면 섹스가 떠오르는 그대여, 판타지에서 벗어나 성숙해질지어다.

몸은 악기와 같아서 연주되기 위함인데 그것은 세상의 모든 것과 부딪쳐 쾌감을 얻을 때

제대로 연주된다고 볼 수 있다.

나를 제대로 연주해 줄 수 있는 사람과 만나는 것! 그런 영역을 만나는 것! 그것이 행복이다.

 

몸은 사랑이 일어나기도 하고 세계와 관계하는 장소로 긍정해야한다. 몸과 정신이 함께 작동할 때 무아는 오며 몸과 무관한 정신은 단지 추억이나 회상이 될 뿐이다.

스피노자의 말했다.

행복이란 게 그렇게 편하다면 누군들 얻었을 거라고.

 

(........)

011,257,9509 입력된 숫자를 차례로 누르면

한때, 유월의 아카시아 밑에서 들려주던

그대의 노래가 반질반질한 몸으로 손에 잡힌다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위패같은 검은 기계,

숫자로 조립된 그대의 얼굴 없는 말들을

지갑처럼 안호주머니 속 깊이 넣고

오늘도 정신없이,

정신없는 말 속으로 끌려다니고 있다.

                                            - 구석본, <휴대폰> 중

 

그도 핸드폰이 삶과 연애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시각, 청각을 넘어 촉각의 세상을 넘본다고 말이다.

하지만, 자연에서 반짝이는 햇빛과 흔들리는 물결, 신선한 공기를 맞대고 느꼈던 지금 그리고 여기의 느낌은 흉내낼 수 없다고 단언한다.

저장해 둔 애인의 목소리를 반복재생하는 것으로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을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 그리고 여기>를 <언제 어디서나>로 변질시켜 신경계에 가져온 교란이라니. 사라진 아우라를 회복하려 발버둥치지 말고 과감히 삭제하라.


 *고독

 

그에 의하면 고독이란 충족감과 편안함이 사라지는 상태이다. 고독한 상태에서 꿈꾸는 것은 고독이 없는 상태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타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타자야말로 희망이 됨과 동시에 절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관념론은 주장한다.

'타자가 매개되지 않는 자기의식은 없다!'

 

세계와 불화할 때 특히 두드러지는 고독을 몰아내는 데는 몰입이 유용하다. 하지만 잊지마시라.

몰입할 수 있는 것의 가치를 먼저 따지면 삶은 제스처가 된다. 일단 몰입하면 가치가 부여된다.

몰입하라.

단 자신에게 몰입해서 집중하게 되면 세상을 풍경으로 보게 되고 이 때 반갑지 않은 손님인 분열증이 찾아오게 되니 유의하라.

 

'왜 사나?' 대신 '지금 이 시간이 좋은가?'

'이 모임이 좋은가?'  대신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있는 게 좋은가?'

'이 책을 다 읽은 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신 '이 책이 좋은가?'

지금 순간에 집중하라.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그는 그럼 잘 살기만 할까?

그래서 제가 사실 여러분에게 희망이란 말이에요.

'잘 살지 못해도 저렇게 옳은 얘기를 해도 되는구나'라는 희망이요.
 
 

을 읽고 내용과 생각을 정리하면 협소한 정신의벽을 바깥으로 조금씩 이동시키는 행복이 있다.

물게는 별 것 아닌데도 이것이 미래에 자원과 행복이 될 것을 직감으로 알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나는 선언하고버려야 할 것들 앞에서 참 비겁했다.

나쁜 습관과도, 불편한 관계 혹은 회복해야할 관계와도 말이다.

단절된 아우라는 과감하게 삭제하라!

그리고 리셋을 하라! 는 그의 어조를 받아들여볼까 한다.

그래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찌질한 나로부터.

 

혼자 행복해지는 방법으로써는 정말 더할 나위없이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한 사람을 둘러싼 가족과 친구와 연인, 모두 동시에 행복해지기는 힘들 것 같다.

자유선언은 늘 주위에 고통을 가져오기 마련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줍니까?

강신주의 거침없는 입 앞에서 우리 가족은요, 이 사회는요? 하다가는 온 몸에 눈총으로 빵꾸 가날 것 같다.
그러기에 2권을 읽으시면 된다구요. 너무 성급하시다니까.

제2권은 일, 정치, 쫄지 마 편이다.

청춘도 아닌 것이 청춘인 척하고 읽어버린 후유증이 크다.
주책이다.
주책도 책인 줄 알고 읽으려했나보다. 큭큭.

내 아들에게 이 책을 들이밀만한 용기,

과연 준비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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