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다. 오욕칠정과 그 안에 내재한 공허감의 깊이. 진정으로 경험한 자에게서 나오는 진심이 묻어나는 문장들. 자신의 감정 안에 온전히 몸을 담가보았던 자. 보통 사람보다 더 극심하게 달려오는 감정의 파도에 질식해 보았던 자. 심연을 유영하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앞서 별로 좋아하지도 않은 사람이 막상 나를 싫어하는 것은 또 견디지 못해서 겉으로는 그 그 사람이 썩 좋지도 않으면서 그가 내게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 더 강박적으로 불안해했다.왜 그렇게 계속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어야만 했던 걸까? 곰곰 생각해보니 나는 자존감 부족을, 나의 불안정한 자아를, 타인과의 관계 즉 인정 욕구로 채우려고 했다. 그러려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단 1명도 있어서는 안 되었다. 하회탈을 쓰더라도 `좋은 사람`이 되면 사람들로부터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있다 착각해서 스스로에 대해 안심하게 되지만 실상은 진심으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오래 버텨낼 수가 없다. 그 어느 때라도 인간관계가 기쁘기 위한 기본은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의 내 모습을 내가 좋아하는가`이며 연기는 언젠가는 끝나기 마련이다. 196쪽좋은 품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 때문에 무리하는 사람보다 자기에게 솔직해질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조금만 촉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무리하는 게 다 보이고 그게 불편해서 먼저 멀어져가기도 한다. 나 자신을 존중하는 마음이 없다면 상대도 나를 존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19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