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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ㅣ 쏜살 문고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미애 옮김, 이민경 추천 / 민음사 / 2016년 11월
평점 :
63쪽
원하지 않는 일을 늘 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항상 부득이하지는 않았짐나 그렇게 하는 것이 필요해 보였고 또 모험을 하기에는 너무 큰 이해관계가 걸려 있기에 노예처럼 아부하고 아양을 떨며 그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그것을 드러내지 않으면 죽는 것이나 다름없는 단 하나의 재능 - 작은 것이지만 소유자에게는 소중한 -(이) 소멸하고 있으며 그와 함께 나 자신, 나의 영혼도 소멸하고 있다는 생각, 이 모든 것들이 나무의 생명을 고갈시키며 봄날의 개화를잠식하는 녹과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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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나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같다.
다만 이 구절이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돈 없는 모든 사람들이 겪는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재능이 있는 사람뿐 아니라 그저 영혼을 갖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일이라는 점도.
130쪽) 한 여성이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러나 그녀가 방으로 들어갈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를 그녀가 말할 수 있으려면, 영어라는 언어가 가진 자원이 훨씬 늘어나야 하고 모든 단어들은 날개를 달고 뻗어 나가 파격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겁니다.
137쪽) 그녀는 여성으로서, 그러나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여성으로서, 글을 쓴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녀의 책은 성이 그 자체를 의식하지 않을 때라야 생겨나는 그 신기한 성적 자질로 가득 차 있습니다.
132쪽) 누군가가 날짜와 계절을 정확히 꼬집어서 1868년 4월 5일과 1875년 11월 2일에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그녀에게 묻는다면 그녀는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아무것도 기억할 수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언제나 저녁식사를 준비했고 접시와 컵들을 닦았지요. 아이들은 학교에 다녔고 사회에 나갔습니다. 그 모든 일에서 남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모두가 사라져 버렸지요. 어떠한 전기나 역사도 그것에 대해 한마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소설은 그럴 의도는 없더라도 불가피하게 거짓말을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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