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한다고 느낄 때면 낮게 출렁이듯 슬픔이 찾아온다. 밀물은 언젠가 썰물이 되고 해는 지고 계절은 하얗게 지나갈 테고 시간은 결코 같은 얼굴로 돌아오지 않으리라고 짐작하면서.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고갱의 그림 속 질문이 더 절절하게 와닿는 이유는, 나의 존재만이 아니라 나와 너의 관계를 두고 우리의 존재를 함께 묻기 때문이다.
나의 사라짐보다 더 슬픈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누군가를 먼저보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사랑하는 누군가의 오고 감을 알 수도 헤아릴 수도 짐작할 수조차 없으리라는 서글픔, 어쩌면 너를 먼저보내고도 네 간 곳을 알지 못해 헤매듯 이 세상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막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