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외진 곳
장은진 지음 / 민음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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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면 마음이 습기 찬 듯 일렁일 때가 있다. 그러면 창밖을 내다본다. 보이는 건 불 켜진 창문들이다. 어둠 속에 떠 있는 조각조각의 위안들. 밤이 좋은 이유는 불필요한 것을 없애고 불빛만 보여 준다는 것이다. 밤의 불안이 밤의 불빛에 묽어지면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은 숨 쉴 수 있게 설계되어 있구나. 돌아보니 불 켜진 창문에 대한 이야기였다. 유리창 불빛에서 위안을 찾던 오랜 나의 습관. 소설이 먼저 나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은 문장으로 창을 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낸 문장의 창이 어둠에 지워지지 않아서 당신 밤의 위안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비록 그 창이 외진 곳에 있을지라도.
-나의 외진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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