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계에서도
이현석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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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와는 헤어졌다. 서로를 천천히, 나중에는 허겁지겁 읽어가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뒤표지를 덮어 각자의 서랍장 안에 넣어두었다. 그와 보낸 서너 계절이 그저 사랑일 뻔한 순간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고, 그와의 연애도 짤막했던 다른 만남들과 다를 바 없으며 단지 낭만적 각본에 좀 더 충실했을 뿐이라고 여기고 싶지만 끝내 그러지 못한 나는 지금도 간혹 서랍장을 열어보곤 한다. 노란 색감과 따스한 촉감으로 충만한 기억을 되새기다 보면 결국에는 단단해 보였던 우리의 관계가 열없이 허물어져간 장면들에 당도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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