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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과 하나님의 사랑 - 롬 8:1-39 ㅣ 복음주의 설교자 존 파이퍼의 로마서 강해 시리즈 4
존 파이퍼 지음, 이선숙 옮김 / 좋은씨앗 / 2015년 3월
평점 :
623페이지, 하드커버. 받으면서 기분은 좋았는데 주눅이 들었다. 그리 책을 빨리 보는 편이 안되는지라 또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을지 부담이 앞섰다. 그러나 책이 가진 위용(!)과 함께 내용 또한 풍성하고 마치 여러 권의 책을 한 번에 읽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이런 책은 종합선물세트이자 격조 있게 ‘풀세트'라고 해야하지 않을까! ㅎㅎ 어쨌든 다 읽었고, 마음이 풍성해진다. 더 꼼꼼하게 읽는 것은 다음으로 미루고 거칠게나마 읽었던 부분을 정리하니 내 마음에 잔향이 남는다.
로마서 8장에 대한 강해서이기에 기대감이 컸다. 로마서 8장. 성경에서 유명한 장들이 있다. 시편 23편, 히브리서 11장, 마태복음 5장, 로마서 8장… 그 외에도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장들이 있겠지만 나는 로마서 8장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아니 내게 구원의 확신을 선사해준 놀라운 성경이다. 내 얘길 좀 하겠다. 대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1994년 대학 1학년 1학기 큐티를 통해 학년 총대를 하기로 결심했고, 보기 좋게 총대에 당선됐다. 하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았다. '우루과이 라운드 쌀수입개방 반대’라는 이슈가 총대의 역할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시간이 좀 지나서였다. 반장이 하는 역할 마냥 좋은 관계를 만들어내고 잘 챙기고 연락하는 정도의 일이라고 기분좋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대학 1학년은 붕뜬 마음마냥 삶은 형편없었다. 자주 집에 일찍 돌아가 새로 구입한 VHS 비디오 플레이어로 영화에 의탁해 현실을 잊기 일수였고, 현실의 팍팍함 속에서 소화되지 않는 데모(학생 운동의 거의 마지막 때였던 듯하다)에 동참하며, 2박3일이나 되는 한총련(한국대학생총연합회) 대의원 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선교단체 선배들의 격려(!)까지 받으며 부산에서 조선대까지 가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삶은 행동없는 신앙으로 인해 그리스도인의 정체성마저 혼란을 겪던 불안한 시기였다. 그러할 때 여름 수련회는 내게 해방구였고, 적시에 내린 은혜의 단비였다. 일주일간의 로마서 강해는 박영덕 목사님(<차마 신이 없다고 말하기 전에>, 주은혜교회 담임목사)을 통해 내 머리를 말끔하게 정돈시켜 주었고, 생생하게 내 가슴을 때렸다. 로마서 8장에서 나는 하나님의 은혜에 녹아내렸다. 그 시간 나는 구원의 확신이 내 힘이 아닌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임을 제대로(!) 깨달았다. 복음에 대한 진정한 깨달음은 우리의 삶을 바꾼다. "‘주권적인 은혜-신뢰하는 성도’는 은혜가 전권을 발휘하여 저항하려는 우리 의지를 이겨 내고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고 신뢰하도록 만들어 모든 구원을 이룬다."(519쪽) 나는 그 은혜에 잠겨 마치 천국에 일주일이라도 갔다온 마냥 기쁨을 회복하였다.
존 파이퍼는 기독교 희락주의자라는 별명이 있다. 그만큼 복음이 주는 기쁨을 설파하며 강조한다. 이는 말씀 자체를 제대로 전달하려는 의지의 발현이자, 제대로 된 연구와 깨달음을 통해서 분명하게 ‘복된 소식=기쁨의 소식’이라는 복음을 전하기 때문이다. 벧엘 신학교 교수로 있다가 베들레헴 침례교회의 담임목사로 33년간의 사역을 마치고 지금은 베들레헴 신학교 학장으로 섬기고 있다. 저자는 거의 100권에 가까운 책(알라딘에서만도 77권이나 된다, 물론 절판된 책이 다시 나온 겹치는 부분을 생각하면 그보다 적겠지만… 번역 안된 책까지 생각한다면… 80권이 넘는 책을 냈다)을 펴낸 영감있는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저자이다. 그는 톰 라이트와의 칭의 논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고, 선교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목회자에 대한 올곧은 시선 또한 견지하고 있다. 그가 전하는 로마서 강해집 네번째에 해당하는 이 책은 내 귀에 "믿음의 힘을 활용하라"고 속삭였다.
이 책은 믿음의 힘을 우리에게 더욱 확신시켜 준다. “우리를 죄와 사망의 법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율법의 행위가 아닌 믿음을 통해서입니다. 매일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믿음을 통해서입니다.(82쪽)”라는 말은 로마서 8장의 시작과 함께 알려주는 믿음의 힘이 우리의 일상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는 마지막에 놀라운 등식으로 성립된다. “의로운 재판장 + 죄인 + 그리스도의 죽으심 + 나의 믿음 = 정죄함이 없음”(571쪽) 그리고 중간 중간 믿음은 로마서 8장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이자 통로이며, 핵심단어이다. “헨리 스쿠걸은 인간 영혼 안에 있는 새로운 신적 생명의 근간은 믿음이라고 말합니다.”(101쪽), “회개와 침례에서 그 핵심은 믿음입니다.”(176쪽), “믿음의 플러그를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소켓에 끼울 때, 성령이 흐릅니다.”(212쪽) “이 땅에서의 삶을 환상적인 유산을 받으러 길을 떠난 여행”(255쪽), “질병의 배후에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이 있다고 인정한 것은 죄가 아니라는 말”(292쪽) 등은 믿음이 얼마나 넓으며 큰지, 우리 삶을 아우른다는 것을 펼쳐보여준다. 율법이 할 수 없는 것을 믿음은 하게 하며, 칭의를 이루는 하나님의 의, 영화로 이르는 과정인 성화(403쪽)는 결국엔 믿음의 과정 과정에 있음을 보여준다. 조나단 에드워즈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이를 잘 드러내준다. “하나님은 믿음의 견인이 그 믿음의 첫 행위 안에 사실상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여기십니다.”(506쪽)
결국 이러한 믿음의 삶은 우리를 전쟁터를 지나 십자가와 부활로 이끌어주죠. “삶이 전쟁이라고 믿기 전까지는(즉 자신의 영혼이 걸린 문제라고 믿기 전까지는), 우리는 진지함이나 경각심, 열정, 전투태세도 갖추지 않고 그저 절반은 장난으로 기독교를 믿는 셈입니다.”(197쪽) 이 말이 주는 위력은 놀랍다. 삶에 대한 태도를, 신앙생활에 대한 내 모습을 다시 가다듬고 전장으로 나아가도록 한다. 말콤 머거리지의 십자가에 대한 묵상은 우리의 삶에 무게감을 더해준다. “저라는 존재를 진실로 발전시키고 더욱 성숙하게 했던 것은 행복을 통해서가 아니라 고통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땅에서 살면서 경험하는 고통을 없애 버린다면, 그 결과 인생은 즐길만한 것이 아니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진부하고 하찮은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저를 그리스도에게로 불가항력적으로 이끌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십자가였습니다.”(373쪽) 그의 고백은 십자가를 새로이 붙들게 해준다. 그런 이후에 부활은 그러한 십자가 죽음에 대한 완성이다. “예수님의 부활은 하나님이 우리의 죄책과 정죄를 완전히 없애는 데 예수님의 죽음으로 만족하신다는 것을 입증합니다.”(569쪽) 믿음의 결국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를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진수”라고 하면서 10개의 단어가 들어간 문장으로 정리한다. 그 단어는 이렇다. (하나님을) ‘갈망하는’(desiring), ‘소중히 여기는’(treasuring), ‘기뻐하는’(delinghting), ‘만족하는’(being satisfied), ‘마음에 품는’(cherishing), ‘맛보는’(savoring), ‘가치있게 여기고’(valuing), ‘최고로 여기고’(prizing), ‘존중하고’(revering), ‘경외하는’(admiring) 것이다.(355쪽) 그 대상이 누구일까? 바로 하나님이다. 저자가 이미 다른 책들에서 말한 하나님이 기쁨이요, 하나님이 복음이다. 그 하나님을 갈망하며 기뻐하는 것, 그것이 믿음의 삶의 요체이다.
이 책은 믿음의 힘을 활용하도록 돕는다. 아니 믿음의 삶이 무엇인지 로마서 8장을 통해서 교리적이면서도 일상적으로 풀어낸다. 저자의 단어 구사력과 설명의 능력은 놀랍다. 그리고 온건하면서 푸근하고 그 속에 복음의 정수를 담담하게 담아내는 탁월함이 있다. '복음과 하나님의 사랑'을 맛보는 책을 통해 '믿음이 가진 힘'을 새롭게 확신하는 시간으로 한 번 빠져들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탁월한 한 권의 책이 열권의 책보다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