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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불멸의 역사 - 연금술사에서 사이보그까지, 인류는 어떻게 불멸에 도전하는가 ㅣ 한빛비즈 교양툰 19
브누아 시마 지음, 필리프 베르코비치 그림, 김모 옮김, 홍성욱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9월
평점 :
인류에게 있어 ‘불멸’은 떼놓을 수 없는 소재다. 그리스 신화에서 뛰어난 업적을 보인 영웅은 올림포스 산에 올라가 넥타르를 마시고 신의 지위까지 올라간다. 진시황은 불로불사를 꿈꾸며 불로초를 찾아 헤맸고, SF 영화에서는 인간의 육체를 로봇으로 개조하는 등의 설정도 등장한다.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인류의 과학이 크게 진보한 것도 사실이다. 육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던 연금술부터 생물학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불멸은 어쩌면 인간의 망집일지도 모르겠다. 자연의 순리를 인간이 극복하는 것, 다시 말해 인간이 세상에서 최고의 지위를 갖게 된다는 것. 불멸에의 추구를 통해 인간 문명이 크게 발달한 것도 사실이지만, 죽음을 이겨낸다는 것이 망집이 아닐까 하는 것은 우생학의 발달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생학은 잘 알다시피 나치즘에 활용되었던 논리이기도 하다. 인간은 현재의 불완전함을 극복하고, 육체의 한계를 초월해 궁극적인 불멸을 추구하려 하는데, 우생학은 열등한 인간을 배제시키고 우월한 유전자의 인간만을 지구상에 퍼트림으로써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한다. 물론 우생학도 인간의 더 나은 진보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관점도 존재했지만, 열등한 인간은 제거해야 한다는 부정적 관점의 우생학이 대세가 되었다.
현대에 이르러 정보 및 기계 공학과 맞물려 인간의 불멸에 대한 의지는 더욱 높아졌다. 구글은 다양한 방면으로 투자를 유치하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며, 수많은 SF 영화에서의 인간의 모습은 이제는 과거와 달리 그럴듯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트랜스휴먼, 디지털 기술의 혁명으로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이지는 않게 되었다. 냉동인간은 이미 실험을 시작한 지 꽤 되었으며, 이론상 인간 육체의 한계를 초월한 슈퍼 혈청 캡틴 아메리카도 가능할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우생학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윤리적 문제가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인간의 유한성을 극복하게 된다면, 그때의 나는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불멸을 꿈꿀 수 있는 것도 ‘뇌’가 작용하기 때문인데, 뇌는 분명 유한한 시간 동안 작동하는 신체 기관이다. 유한성을 벗는다는 것은 뇌의 유한성조차도 초월해야 한다. ‘테세우스의 배’를 떠올려본다. 배가 낡으면, 부서진 부분에 새로운 판자를 덧댄다. 그래도 그 배는 동일한 배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가, 오랜 세월이 지나게 되면 언젠가 원래 오리지널 배의 부품은 하나도 없게 될 것이다. 그래도 그 배를 오리지널 테세우스의 배라고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이상이 생긴 육체의 장기를 다른 장기나 기계로 대체하고, 그렇게 내 모든 기관이 새로운 무언가로 대체되고 불사를 한들, 불멸을 꿈꾸던 진정한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불멸을 꿈꾸는 문제는 단순히 과학 기술과 의학의 문제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윤리와 철학의 문제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나도 물론 가능만 하다면 천 년이고 살고 싶지만, 육체와 정신이 오리지널의 나라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정신은 멀쩡히 수천 년 사는데 뇌만 달랑 통 속에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 보면, 끔찍하다. 영화에도 이런 경우가 있지 않나? 차라리 유한한 시간, 그만큼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아름다워 보인다. 기술은 지금도 발전하고 있고, 앞으로 미래에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모르겠다. 다만 가능성과 희망으로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