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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물건 - 물건들 사이로 엄마와 떠난 시간 여행
심혜진 지음, 이입분 구술 / 한빛비즈 / 2022년 10월
평점 :
나의 사물, 둘의 랑데부는 시간을 노래한다. 시간은 사물의 변화를 인식하기 위해 정립된 개념이다. 나의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 주변의 온갖 사물들은 과거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면서 점차 성숙해지기도, 해어지기도 한다. 나 역시도.
주변에서 흔히 사용하는 물건들, 예컨대 손톱깎이, 싱크대, 화장지, 이태리타월, 김 솔 따위. 인터넷 쇼핑, 생활잡화점 등에서 쉽게 설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물건들. 생활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손쉽게 구매해 사용하고, 닳으면 손쉽게 버리고 새 제품을 구매한다.
하지만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물건들은 어떤 시간의 노래를 담고 있는지. 궁금함에 답하기라도 하듯, 저자는 나에게 엄마의 목소리를 담아 노래를 들려준다. 전쟁둥이로 태어난 엄마, 노년에 접어든 엄마에게 자식이 묻는다. 엄마와 함께 사랑을 노래하며, 사람들을 품고 있는 사물들의 노래를.
책에 소개되는 약 20여 종의 사물들은 제각기 자기만의 노래를 갖고 있다. 그들의 노래는 제각기 자기만의 시간으로 흘러 왔다. 그리고 그 시간은 엄마에게 스며들고, 자식에게, 또한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스며든다.
저자가 소개하는 사물들의 노래는 엄마의 시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후 산업화가 되어 가는 한국의 모습을 담고 있는 노래. 고운 돌을 때수건 삼아 몸을 문지르다가 이태리타월을 처음 사용했을 때의 충격. 치약을 사용했을 때의 경이로움.
우리가 당연하듯 사용하는 물건들이지만, 산업화시기를 보낸 어른들은 사물들에게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갑자기 편리해진 생활과 함께 한편으로는 진정으로 삶의 질이 좋아졌을까 하는 의문도 함께 찾아온다. 과거에는 갑작스럽게 편리해진 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이었다면, 이제 우리는 그러한 사물들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고찰해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사물들은 과거부터 지금, 앞으로도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처음 접하는 물건들이 미래에는 당연한 것이 될지도 모르고, 우리의 시대적 문화사를 밝혀주는 좋은 단서가 된다. 물건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아름다운 책, 까칠하고 유쾌한 이것이 사랑일지도? 아직도 집에 갖고 있는 스네이크 척척이를 후손들이 본다면 뭐라고 생각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