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맛집 - 음식칼럼니스트 주영욱의 서울 맛집 77
주영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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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칼럼니스트 주형욱 님이 쓰신 서울 맛집 추천 책!
최근 몇 년간 한국 문화의 트렌드는 당연 음식 아니었을까? 음식을 주제로 한 방송, 예능, 드라마, 책이 넘쳐나고 SNS에는 맛집을 다녀와서 예쁘게 찍은 음식 사진들이 가득하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일단 나는 본 적이 없다. 인간은 살기 위해서는 매일 밥을 먹어야 한다. 무엇이든지 매일 하는 것은 지겨워질 법도 한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항상 새로운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대학교에 합격하고 서울에 올라왔으니 올해로 벌써 서울 생활 3년 차이다. 그렇지만 나는 아직도 서울맛집을 잘 알지 못한다. 이따금씩 고향 친구가 서울에서 놀러 온다 하면 며칠 전부터 열심히 인터넷에 '서울 00구 맛집'을 서치하지만 어찌나 광고가 많이 깔려있는 건지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분명히 극찬하는 후기를 잔뜩 읽고 데려간 건데 막상 음식을 맛보면 끔찍하게 맛없을 때 친구들 앞에서 어찌나 초라해지던지... 그래서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스스로를 유희하는 인간, '호모루덴스'라고 지칭하는 주영욱 칼럼니스트님의 맛집 칼럼 모음집이다.

 

 

이렇게 목차에는 주제별로 추천맛집이 있다. 집밥이 그리울 때, 특별한 데이트 날, 뜨끈한 국물 요리가 먹고 싶을 때 등 총 77곳의 맛집이 소개되어있다. 목차를 처음부터 끝까지 찬찬히 읽어봤는데 3년 동안 가본 곳이 하나도 없다. 지금까지 내가 괜히 실패한 건 아닌가 보다. 하하...

 

 

 

책을 펼치면 이런 식으로 식당 이름, 한 줄 평, 식당 설명 글과 사진 한두 장이 있다. 글의 분량은 4페이지 정도로 가볍게 읽기에 부담 없다. 사실 음식은 직접 맛을 보기 전까지는 어떻게 확언할 수 없기에 음식 설명이 구구절절 길게 있는 게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보통 식당에 대한 간단한 배경지식이나 역사, 혹은 읽다 보면 식당 분위기가 절로 머릿속에 그려지는 설명글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 가보는 집이라도 이 책에서 읽은 내용을 넌지시 친구에게 이야기해주면서 단골 식당인 것처럼 젠체해도 되려나? 마치 '프로서울맛집러'가 된 것처럼 말이다!

 

 

새삼 내가 서울에서 안 가본 곳들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남아있구나 싶다. 3년 동안 호기심에 여기저기 열심히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세상이 넓다고들 하지만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서울이라는 하나의 도시마저도 몇 년 동안 돌아다녀도 끝이 없는 걸 보니 더 열심히 돌아다녀야겠다는 의욕이 끓어오른다.

책의 서문에서

음식은 우리 삶의 근원이자 인생의 모든 순간에 닿아 있다. 음식을 빼고 우리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 그동안 내가 발품을 팔아서 찾아낸 맛집 정보를 통해서 누군가의 인생이 더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겠다.


라고 적혀있는 부분이 있다. 저의 서울 생활을 한층 더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드는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의 '진정한' 맛집을 찾고 싶어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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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번역가로 먹고살기 - 미드, 영화를 번역하는 먹고살기 시리즈
최시영 지음 / 바른번역(왓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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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7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의 영상물에 푹 빠져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이라도 꿈꿔보지 않았을까 싶은 직업이다. 영상번역가! 그런 영상번역가로 '먹고 사는 방법'이라니 책 제목이 매력적이었다. 미드 영어공부법이 유행하고 외국 영화나 토크쇼 등등 다양한 영상물에 대한 국내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 연예인들이 전세계로 진출하면서 한국 영상물에 다양한 언어로 자막을 달아주기 원하는 전세계 수요도 장난아니다. 유튜브에서 한국 예능이나 아이돌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본 적 있는 사람들은 아마 다 알 것이다. 무슨 영상을 들어가던 꼭! 외국인이 'eng sub please~:)'라고 단 댓글이 성가실 정도로 널려있다는 사실을! 거기다가 영상번역가는 아침에 지옥같은 지하철에 낑겨서 출근하고 이미 해가 다 저물어버린 밤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퇴근하는 삶을 살 필요없다. 책의 앞부분에서부터 설명하듯이 아침형인간은 아침이 있는 삶을, 올빼미형인간은 저녁이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한다. 출근은 여유롭게 몸을 일으켜서 내 집 안에 있는 책상에 앉으면 끝!

     그렇지만 뭐든지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따라오기 마련일 것이다. 누군가는 프리랜서의 자유로운 삶이란 장점 속에서 불안정한 수입을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는 대신에 마감할 때까지 눈 벌게지도록 밤새 작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그 답변을 위해 이 책이 나왔나보다. 실제로 영상번역가로 오래 활동해온 저자는 책 속에서 마냥 영상번역가를 찬양하지도 않고 비난하지도 않으면서 진솔하게 영상번역가의 삶과 매력에 대해 설명한다. 카더라 통신을 배제하면서 스스로의 경험과 다른 영상번역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제를 낱낱이 드러낸다. 읽다보면 마냥 부러워만 했던 삶 속의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다.

     물론 단순히 그런 내용만을 담아내지는 않고 영상번역가를 지망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도 가득 담아냈다. 많은 사람들은 흔히들 번역가는 영어실력(혹은 여타 외국어)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번역은 그렇게 만만한 것이 아니다. 한국인이라고 모두 수능 국어 백 점 받은 건 아니듯이 번역가도 마찬가지이다. 어학실력은 그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혹은 한국어를 외국어로 번역하기 위해서는 언어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전을 달달 외우고 있다고 해서 말을 잘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말을 잘해야 한다. 비문을 만들지 않고 매끄럽고 자연스러운 말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전문적인 일이다. 이는 본인이 번역하고자 하는 양 쪽 언어에 모두 통달한 상태가 아니라면 힘든 일이다.

    저자는 또한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철학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심오한 분야를 맡게 된다면? 의학이나 사극 분야의 전문적인 어휘와 상황들을 맞닥뜨린다면? 이런 전문적인 분야가 아니더라도 각 나라의 문화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그 나라에서만 이해할 수 있는 미묘한 상황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누이트 족은 눈(雪)을 나타내는 단어가 100개가 넘는다고 한다. 한국어에 없는 단어를 한국어로, 외국에 없는 단어를 외국어로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지는 번역가의 손에 달려있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들에 일일히 그 문화에 대해서 긴 줄글로 설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영상번역가가 엄연한 전문직업으로 나오게 되고 사람들의 수준과 지식이 높아졌다. 영상번역가는 더 이상 골방 안에서만 작업하는 익명의 작업가가 아니다. 영화 크레딧에 당당히 이름 석 자가 뜨고 오역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의에 대해 성실하게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영화를 즐겨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몇몇 번역가에 대한 이름과 평판이 널리 알려져 있고 오역을 일삼으며 피드백을 성실하게 하지 못하는 번역가에 대해서는 보이콧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상관없는 여담이지만 나는 기자가 쓴 책을 좋아한다. 기자는 다양한 수준의 배경지식을 가진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 분초를 앞다투어 빠르게 글을 써야하는 상황도 있고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하면서 땀 흘리며 쓰는 상황도 있다. 그러면서도 대중의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를 써야한다. 그래서 기자가 쓴 책을 보면 항상 필요한 배경지식들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잘 정리되어 있으며 문장도 간결하고 빠르게 읽어내려도 이해하기가 쉽다. 대중을 위한 글을 업으로 삼은 사람들은 그렇게 문장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인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영상번역가도 다양한 수준의 대중을 대상으로 간결하면서도 충실하게 글을 쓰는 사람이다. 어려운 글을 읽기 힘든 사람들, 책을 읽는 것이 너무 지겨운 사람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결코 알맹이가 가볍지는 않다. 내가 일일히 다 열거할 수는 없지만 책 속에 알찬 내용이 가득 들어있으니 영상번역가에 대해 흥미가 있는 사람은 한 번 읽어보기를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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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겉보기에 노력하고 있을 뿐 - 천만 열혈 청춘의 사고를 혁명한 인생지침서
리샹룽 지음, 박주은 옮김 / 북플라자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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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대륙의 기상의 일부분인지, 중국은 팩트폭력도 남다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는 그 어떤 힐링 에세이류의 위로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지금 자신이 왜 주저앉아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현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꼰대의 '요즘 젊은 것들은 노오오오력이 부족해'같은 쓸데없는 개소리나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시대가 경제성장이 둔화되어 현재의 청춘들은 예전보다 성공하기가 더 어렵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허망한 힐링에도 지쳐버린 사람들에게 외면하고 있는 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작가나 주변 인물의 경험을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담아내면서 작가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낸다.

돈을 아끼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허무맹랑하게 흥정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그 시간을 생산적인 곳으로 돌려서 돈을 버는데에 쓴다던가 그런 말들이다.

사실 우리는 말로는 세상이 너무 어려워서 노력을 해도 좁혀지지 않는 격차에 좌절한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진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시험공부를 하겠다고 야심차게 앉아서 금방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시간가는줄 모르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수업 듣겠다고 나와서는 꾸벅꾸벅 졸고 있는다.

나는 '젊음을 즐기겠다고 친구들과 열심히 모여서 놀고 술마시는 것이 사실은 시간의 낭비일 수 있다.'

이 말에서 제일 마음 깊은 곳을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대학에 와서 청춘을 20대를 즐기겠다고 하면서 해온 것들을 보며 그저 청춘의 낭비나 다름없었다.

열정적인 에너지를 쓸데없는 인간관계 관리와 음주가무따위에 낭비하고 SNS로 내가 이렇게 잘 살고 있다를 광고하고 싶어서 안달나고

그러면서도 진정으로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남들에게 보이는 대외적 나는 두꺼운 가면을 뒤집어 쓰고 있다.

지금아니면 언제 할 수 있겠냐는 생각에 과외를 두서개씩 하면서 정작 나는 지금 아니면 어려울 대학에서의 배움의 기회를 낭비하고 있었다.

읽고나면 결국 허무함만 남는 위로와 격려 책들을 보면서 끝끝내 외면하던 진실을 마주하면서 마치 나신으로 서있는 것 같은 부끄러움과 수치를 계속 느꼈다.

더 이상 외면하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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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지지 않는 나무
김만옥 지음 / 나남출판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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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9


책을 펴들기 전에는 몰랐는데, 단편집이었다. 작가님의 90년대초~00년대초에 만들어진 단편들을 엮어서 하나의 책으로 낸 것이다.

대략 10개 정도되는 단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상한 작별과 해후'.

미국 뉴저지로 이민을 간 아마 한 할머니가 어느 날 암으로 죽은 친구 문희가 나오는 꿈을 꾸게 된다.

그러면서 대학시절부터 이어온 문희와의 기억들을 회고하는데 20페이지도 안되는 엄청 짧은 단편인데 깊은 감성이 담겨 있고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다.

반대되는 성격으로 서로 죽일 만큼 미워하며 투닥거린 적도 있지만 결국엔 서로 손주들이 생길때까지 연을 이어가고 그리워하게 되는 것들이 뭔가 찡한 기분이 든다.

사실 대학에 들어오고나서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많이 느끼고 있는 나인데 나도 이렇게 어떤 친구와 오래가고 그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하게 되는 날이 오련지,

친구의 결혼식도 아직 상상도 안가는데 장례식에서 어떤 기분을 느낄지는 정말 가늠도 안가는데 이 단편을 읽으면서 간접경험해본 것 같다.

요즘 한국 소설들의 트렌드는 추상적이고 복잡하고 한 두 번 읽어서는 이해도 안갈정도로 난해한 그런 내용과 문체들이 유행하는 것 같다.

그런 류의 소설들도 나름의 재미가 있지만 가끔은 직설적이고 너무 짜지도 밍밍하지도 않은 담백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이 김만옥 작가님의 문체나 글 스타일이 그런 딱 좋은 담백함이었다. 처음봐도 금방 가까워지는 듯한 친근한 느낌.

처음에 표지 그림 작게만 보고 뭔가 했는데 자세히 보니 나무그림이더라, 강렬한 에너지가 가득 느껴지면서 정말 아무리 도끼로 찍어도 베이지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이 책의 수록된 단편 중 하나인 ' 한 그루의 나무 '를 읽고 표지 다시 보니까 더 좋았다.

언젠가부터 고전명작들을 섭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잘 읽히지도 않는 고전들 억지로 손에 잡다가 책에 흥미를 점점 잃어버리고 있었다.

서투르고 복문이 가득한 번역투 읽다가 순수하게 한국어로 쓰인 글 읽으니 뭔가 피로함으로 뿌얘진 눈이 개안되는 기분...

김만옥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책들 몇 권 더 찾아읽어보고 싶어졌다.

중간고사 끝나면... 찾아봐야겠다. 이제는 강박관념 없이 즐거운 독서생활을 영위하는 책들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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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허우원용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연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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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29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요즘 한국은 바야흐로 힐링의 시대이다. 노래든 문학이든 영화든 강연이든 정말 그 어디서건 힐링이란 단어가 넘쳐난다.

그만큼 사람들이 지쳐있어서 진부하단걸 알면서도 힐링에 목 메게 되나보다.

사실 나도 힐링이란 단어는 너무나도 흔하게 남용되고 오용되는 듯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가끔은 진정한 힐링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뭐 나만 그러겠는가,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 안의 상처를 완전하게 치유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제일 잘 아는 자신이 상처를 유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는 그런 점에서 제목부터 내 생각과 일치하고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내 안의 나와 진득하니 대화를 나누어 완전하게 파악하고 상처를 아물게 만들어야 한다.

10개의 챕터로 나뉜 이 책은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중 태어나기를 본투비 비관주의자였던 나는 실패, 포기, 걱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에 가장 눈길이 갔다.

어느 날 작가는 독자에게서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 나을까 하는 내용의 질문을 받고서 고민에 빠진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분명하다는 판단은 어떻게 내리는가?

쓸데없는 걱정과 비관, 불안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자충적 예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에 따르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상상속의 고통이다라고 한다.

원인으로 인해 결과가 나타나는 인과관계가 아닌,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는 결과를 결정짓고 원인을 만드는 데에 실패의 궁극적 이유가 있다.

나는 유독 고민과 걱정이 많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늘상 일어날 수 있는 극악한 확률의 최악의 사건을 머릿 속으로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또 걱정만 한다. 걱정을 하면서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이런 생산적인 걱정도 아니다.

그냥 어떡하지, 안 일어나면 좋겠다, 그런데 일어나면 어떡해, 울고 싶다, 죽고 싶다, 정말 싫다. 이런 생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 자신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생각뿐.

실제로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는 아예 없고 대부분은 유야무야 지나가게 된다. 차라리 그 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에 사용했더라면.

이번에는 이러한 쓸데없는 후회의 반복이다. 걱정과 후회. 나를 피곤하게 좀먹는 괴물들이라고 욕해보지만 결국 그것들을 만든건 나 자신이었다.

나를 괴롭히고 있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새삼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이런 못된 습관을 없애버리기는 힘들겠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봐야겠다. 어그러진 인과관계를 똑바로 고쳐봐야겠다. 굳게 다짐을 해본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지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고요하게 나와의 대화를 나누어 볼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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