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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허우원용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연 / 2016년 9월
평점 :
2016-09-29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
요즘 한국은 바야흐로 ‘대’ 힐링의 시대이다. 노래든 문학이든 영화든 강연이든 정말 그 어디서건 힐링이란 단어가 넘쳐난다.
그만큼 사람들이 지쳐있어서 진부하단걸 알면서도 힐링에 목 메게 되나보다.
사실 나도 힐링이란 단어는 너무나도 흔하게 남용되고 오용되는 듯해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가끔은 진정한 힐링이 간절하게 필요할 때가 있다.
뭐 나만 그러겠는가, 누구나 다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중요한 것은 남의 말이 아닌 자기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 안의 상처를 완전하게 치유하기 위해서는 결국 나를 제일 잘 아는 자신이 상처를 유심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 책, 내 안의 나와 나누는 대화는 그런 점에서 제목부터 내 생각과 일치하고 있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던가. 내 안의 나와 진득하니 대화를 나누어 완전하게 파악하고 상처를 아물게 만들어야 한다.
10개의 챕터로 나뉜 이 책은 다양한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그 중 태어나기를 본투비 비관주의자였던 나는 실패, 포기, 걱정을 주제로 한 이야기들에 가장 눈길이 갔다.
어느 날 작가는 독자에게서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그래도 계속 도전하는 것이 나을까 하는 내용의 질문을 받고서 고민에 빠진다.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면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일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대한 ‘분명하다’는 판단은 어떻게 내리는가?
쓸데없는 걱정과 비관, 불안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정신을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오히려 자충적 예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나오는 표현에 따르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상상속의 고통이다’라고 한다.
원인으로 인해 결과가 나타나는 인과관계가 아닌, 실패할 것이 분명하다는 결과를 결정짓고 원인을 만드는 데에 실패의 궁극적 이유가 있다.
나는 유독 고민과 걱정이 많다. 무슨 사건이라도 터지면 늘상 일어날 수 있는 극악한 확률의 최악의 사건을 머릿 속으로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또 걱정만 한다. 걱정을 하면서 실제로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이런 생산적인 걱정도 아니다.
그냥 어떡하지, 안 일어나면 좋겠다, 그런데 일어나면 어떡해, 울고 싶다, 죽고 싶다, 정말 싫다. 이런 생산성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나 자신을 갉아먹는 소모적인 생각뿐.
실제로 그런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 경우는 아예 없고 대부분은 유야무야 지나가게 된다. 차라리 그 쓸데없는 고민의 시간을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는데에 사용했더라면.
이번에는 이러한 쓸데없는 후회의 반복이다. 걱정과 후회. 나를 피곤하게 좀먹는 괴물들이라고 욕해보지만 결국 그것들을 만든건 나 자신이었다.
나를 괴롭히고 있던 것은 결국 나 자신이었다는, 새삼 이러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갑자기 이런 못된 습관을 없애버리기는 힘들겠지만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해봐야겠다. 어그러진 인과관계를 똑바로 고쳐봐야겠다. 굳게 다짐을 해본다.
잘 지내다가도 문득 이유 없이 피곤해지고 지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으면서 고요하게 나와의 대화를 나누어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