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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인생에서 워킹 푸어라는 단어는 생소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하지만 가난한 상황이라고 설명하면 이해가 될까...
이 책은 일본의 현실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열심히 일해도 하루하루 살기 어려운 일본의 모습을...아마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왜.. 직접 겪어보지 못했으니까...
pc방이나 만화방에서 노숙을 하면서 살아가는 도시의 젊은이들, 경기회복이 더딘 지역사회를 지키는 지역상인과 농민들, 아이들을 위해 수면 시간을 줄여가며 투잡을 하는 여성들, 연금으로 살아갈 수 없어 매일 빈 캔을 주어 사는 노부부..
이런 모습이 현재 일본의 모습이지만, 이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대국 일본이라는 이미지에 가려서...
게다가 이런 문제는 표면화되지 않은 채 조용히 진행되고 있다. 워킹푸어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얼마정도 인지, 이들의 평균 연봉은 어느정도 인지, 지역상인이나 농민들이 왜 복지 혜택을 못 받고 1년에 10만엔에 못 미치는 수입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시민단체나 행정기관, 어느 곳이든지 알지 못한다. 이런 현실의 문제는 빈곤이 대물림 된다는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아버지 세대의 빈곤이 자녀들에게까지 물려지고, 자녀들 또한 그 빈곤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투 잡을 해서 20만엔을 버는 사람은 자녀가 대학교에 입학하는 등록금 100만엔 조차도 저축할 수 없기에 자녀는 대학을 포기하고 생활전선에 투입되는 것이다.
워킹푸어의 발생은 일본의 장기간에 걸친 경기 침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즉 거품 경제가 붕괴되고 지속된 15간의 디플레이션 현상은 고용기회의 축소를 가져왔고, 여기에 외국인들의 산업유입으로 인한 일본인들의 일자리 상실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 국의 성장으로 인해 일본이 워킹푸어의 현실에 직면하게 한 것이다.
또한 일본의 워킹푸어에 일조한 것이 노동자 파견법이라고 말할 수 있는 기업들의 정규직의 비정규직 전환이었다. 이것은 일본의 사회적 구조 변화 속에 일본 기업들은 자구책으로 내놓은 것으로 정규직은 완전한 고용과 경력 연수에 따른 임금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비정규직은 지속적인 저임금을 유지하기 때문에 기업입장에서는 노동시장의 변화를 명분으로 1600만명의 비정규직을 양산했다.
이런 과정에서 일본은 젊은이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거리에 보다 쉽게 안착할 수 있는 사회라기 보다는 고교 졸업 후 아르바이트라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일본 사회에는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직시하지 않고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것이 젊은이들의 게을름에 기인한다고 여기는 듯이 니트, 프리터라는 단어로 호칭한다. 하지만 현실은 몇 년동안 구직 생활을 하고, 구직이 안 되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현실의 모습을 본다면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사회의 문제이지 않을까 여겨진다.
일도 생활도 불안정한 젊은이들의 모습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이런 실상에 대해 자기 책임을 강조하면서 자립하려는 사람들을 지원하려고 한다. 그러나 기존에 수혜액을 삭감하여 자립하려는 사람들이 다니는 학원 수강료의 1/2을 대신 감당하는 자립정책이 실효가 있을지 의문스럽다. 책상앞에서 구상하는 것과 현실은 엄연한 차이가 있으니까...
이러한 일본의 모습은 한국 사회에서도 점차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젊은이들은 구직난에 처해있고, 중소기업의 일자리는 외국인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저소득층은 빈곤의 악순환을 겪고 있는 실상... 이제는 일본만의 모습이 아닌 것이다.
타산지석이라는 글귀가 있듯이 일본이 겪고 있는 모습이 한국의 실재로 전이되기 전에 한국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문제를 직시하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실마리라도 찾을 수 있듯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인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