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사피엔스 - 현실이 된 가상을 살아가는 메타버스의 신인류
송민우.안준식.CHUYO 지음 / 파지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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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본가에 갔더니 초등학생인 조카가 같이 놀자며 로블록스가 있는지 물어왔다. 로블록스라니 한 번도 들은 적 없는 단어가 낯설다. 대체 로블록스가 뭐냐 물으니 아바타 가상현실 게임이라 한다. 가상의 캐릭터가 서울 시청을 본 딴 거리를 걷는다. 그날 간 곳은 이벤트 고깃집으로 테이블에 젓가락이 없어 좌석을 몇 번 옮겨야 했다. 자리에 앉자 조카가 메뉴판이나 고기 접시를 들고 이동했다. 심지어 다른 테이블로 이동하여 동석도 가능하단다. 고기를 불판에 올리면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조카는 실재감 있는 상황을 찾기 위해 고기를 들고 돌아다니거나 불판에 올려도 보고 호출벨을 찾는다.

내게는 낯설지만 조카에게는 친숙한 가상현실. 디지털 세계는 증강현실, VR을 통해 일상에 침투해 있고, 앞에 소개해 로블록스, 제페토 등 가상현실의 캐릭터를 통해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점점 영향을 넓히고 있는 메타버스의 삶. 또 하나의 새로운 물결이라 지칭되는 메타사피엔스 역사의 첫 장. 우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 책은 메타버스의 개념과 역사를 통해 미래사회의 변화와 메타사피엔스의 신인류의 출현까지를 정의하고 있다.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떠돌고 있고 관심이 생겨 다른 유사한 책들을 보던 중 메타사피엔스, 어쩌면 이 제목대로의 세계가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허나 펼쳐 본 책은 목차와 제목과는 좀 다른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이었다.

이 책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메타버스 내 '아바타' 에 대한 이야기다. 보컬로이드에 관심이 오랫동안 있었던 저자가 왜 사람들은 이렇게 이 현상에 집착을 하지? 이건 가짜인데 왜 진짜처럼 믿었다가 실망하고 상처받고 돌아서는 걸까?에 궁금증을 가지며 다각도로 인문학적인 시각을 더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메타버스 내 아바타가 생명을 갖는 순간과 실패한 순간들을 세밀한 기록에 가깝다.

가상현실의 아바타들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현실성을 띠게 된다. 영화 'HER'의 사만다처럼. 하여 사람들은 반려동물, 연인, 친구처럼 사랑하고 아낌없이 돈을 퍼붓게 된다. 가상현실의 캐릭터는 죽지 않고 배신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들에게 정신적인 위안을 준다는 이유다.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가상현실의 아바타는 해킹에 취약하다. 이로 인한 피해 사례가 벌써부터 발생되고 있다. 가상현실의 범죄는 피해액 피해 규모 피해자와 가해자까지 파악을 하기가 쉽지 않다.

메타 사피엔스의 장점은 챕터별 내용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 개발하고 있는 사람이 쓰고 있기에 내용의 전문성과 자료를 방대하게 사용한다. 아쉬운 점은 두 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관점에서 기술한 것 같았다는 점이다. 다른 챕터를 병행하면서 맡았는지 구성이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았다. 이런 유의 책들은 대체로 역사와 문화 장점과 단점, 미래 예측 등으로 갈 텐데 이 책은 기술 위주로 흘러간다. 저자들이 연구 개발하고 관심 있는 기술들. 그러다 보니 미쿠미쿠라는 보컬로이드 아바타 가수가 나왔다가 다음 챕터에는 VR 브랜드가 소개된다. 비전문가들이 읽기에는 흐름을 따라잡기가 난해한 아쉬움이 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특정 시점에 머물러있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다양한 기술을 다루고 있고 최근 그 기술은 급진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증강현실 캐릭터인 K/DA의 슈퍼스타가 5억 뷰를 앞에 두고 있고 현실 캐릭터와 증강현실 캐릭터가 한무대에서 공연을 한 것이 2018년도다 벌써 4~5년 전 일이다. 허나 보컬로이는 현재 버전 업데이트로 캐릭터만 달라지고 있다. 음성은 보다 인간에 가까워졌을지 모르나 무언가 아쉽다. 어딘가 멈춰져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보컬로이드를 메타버스에 맞추는 게 맞는 것일까?



처음 소개한 로블록스는 현재 주춤하고 있으나 처음의 선전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선전세는 무엇일까. 로블록스의 세계는 현실과 차이가 없다. 로블록스의 아바타들은 가상현실세계에서 현실과 차이로 인한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보컬로이드의 종말로 메타사피엔스의 종말과 한계를 단정 지을 수 있을지 읽는 동안 의문들이 꼬리를 잇는다. 보컬로이드에는 오타쿠 문화라는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것을 메타버스의 한계라고 볼수는 없다. 다른 사례와 비교, 분석이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은 아쉬움은 책을 덮는 순간까지 남는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39294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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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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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질문투성이인데, 그 까닭은 우리가 죽은 자들이 묻힌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리라. 그곳은 ‘질문’이라고 이름 붙인 땅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랍비 델핀 오르빌뢰르는 “오직 모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죽음에서 떼지 않으니 엄청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김연수 추천사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만 모아 책을 한 권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추천사 장인은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책의 핵심을 뚫는다. 문장을 따라가는 순간 운명처럼 젖어 들었다.

랍비 델핀 오르빌뢰르는 홀로코스트와 테러, 국가적 슬픔으로 명명되곤 하는 죽음들과 개인사적인 죽음_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까지. 그 비극을 통해 어떤 씨앗이 삶에 씨앗을 틔우고 확인하고자 한다. 허나 어떤 챕터에도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죽은 자의 결말은 살아 있는 자들에게 이어진다. 죽은 자의 질문은 살아있는 자의 과업으로, 삶은 또 다른 삶으로 이어졌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일견 터무니없고 모순된 이름으로 불린다.

‘베트 아하임 BEIT HAH’AYIM’, 이름하여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이다.

'유령'을 뜻하는 히브리어 루아흐 레파임 rouaH' refaïm 이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문자 그대로 ‘늘어진 영혼’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올 풀린 영혼이다.

단어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들의 문화 사상 생각,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들은 안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풀어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의미가 나온다. 랍비인 그녀는 그 어원을 이야기 할 뿐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에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에 탈무드와 종교, 역사적 사건, 랍비인 작가의 견해를 담고 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을 위에 설명한 어원들이다. 삶을 뜻하는 '하임'은 복수형이다. 히브리어로 '삶'은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삶이 단수로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은 무엇일까. 망자들이 내려간다는 '스올'은 '질문'과 같은 어원을 갖는다. 이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우리는 이 질문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매 챕터마다 어떤 단어가 나오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라인 테이프를 붙이며 의미를 새긴다. 책에 실린 이야기와 의미들은 저마다 아름답다.

르포처럼 딱딱하기보단 에세이처럼 물 흐르듯이 읽혀가는 이야기들은 많은 정보들과 아름다운 이야기, 감동을 전해준다.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기독교는 죽음 이후 기회가 없다고 한다. 그 이후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심판이 있을 뿐이다. JTBC 프로 '다수의 수다'에서 신부는 기독교에서 윤회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정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거부한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인정하게 되면 다음에 잘하자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면 지금의 삶을 부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 그렇다면 다음 생을 기할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심판과 뜨거운 불구덩이 많이 존재한다. 이생망이란 없다. 보다 나아질 수 내일과 지금부터 달라질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질 뿐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삶에 대한 강력한 찬가라는 르 몽드의 지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았던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이야기의 중요성과 언어, 구전되는 것들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연결되는 것들은 단순히 존재와 존재만이 아니다. 이야기와 이야기, 의미와 의미. 많은 것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복잡하게 얽혀 우리의 영혼에 맺혀 있다. 그것이 유대인의 저력과 무서움이다. 전 세계가 보다 미래로 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버려왔지만 유대인들은 결코 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긴 시간 떠돌며 아프게 잃어 오던 중 많은 것들은 영혼과 핏 속 깊이 새겨왔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보다 의연하고 단단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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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걷는사람 에세이 12
길상호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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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에 젖어들고 있다. 반려동물은 강아지뿐이라고 생각했던 우리 집에도 네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하고 있으니 말이다. 애묘인들이 즐길 수 있는 화집과 일러스트 에세이와 소설까지 다양한 책으로 고양이를 접할 수 있다. 전작 '우리의 죄는 야옹'이라고 적을 때부터 애묘인을 알아챘던(챌 수밖에 없었던) 길상호 시인이 이번에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라는 산문집을 발표한 것은 필연이라면 필연일 것이다.

아담하고 얇은 책은 한 손에 들어와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안에 담고 있는 내용도 길지 않아 틈새 시간에 읽기 좋은 책이다. 편하게 읽지만 그 여운은 결코 짧지 않은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 이 책은 고양이와 작가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로 작가가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은 덤이다.



나는 벽에 기대 이불을 덮고 잠시 잠이 든 척하려다 깜빡 잠이 들고 말았소. 그런데 잠결에 방 안에서 뭔가 다른 생명이 느껴지는 게 아니겠소. 살짝 눈을 떠 보니 흰 배를 갖고 있는 녀석이 구석에 쌓아 둔 이불 더미 위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소. 딱 두 번 만난 고양이와의 동숙. 생명과 생명이 경계를 풀고 한곳에 있다는 사실에 나는 무척이나 설렜다오.

새벽에 다시 깨어났을 때 고양이는 나가고 없었지만, 나는 이 여관의 잠을 오래오래 잊지 못할 것이오. 여관 이름은 천일장이오. 자고 일어나면 천 일이 흐르고, 자고 일어나 보면 고양이와 사람이 뒤바뀌기도 할 것 같은 참 이상한 곳이라오.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거울 속의 자신과 악수를 하려고 시도하다가 아파하는 사람(그는 훗날 스스로가 거울 속의 자신과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게 될 거라고는 이때 생각하지 못했다.)

이상 중에서

작가는 이상이라는 시인을 좋아하는 듯하다. 이상 시인의 시가 등장하기도 하고, 시인의 어투로 쓴 글도 있다. 이상 시인을 '거울 속 자신과 악수하려고 시도하다가 아파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문장은 시인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어두운 새벽이에요. 이렇게 긴 비는 처음이에요. 창고 건물 틈으로 숨어들어 비를 피하고 있어요. 빗방울은 위험한 거라고 엄마는 늘 이야기했어요. 털이 흠뻑 젖으면 심장이 식어 버릴 수도 있다고 했어요. 뭔가 번쩍, 어둠을 쪼개 놓더니, 우르르 쾅쾅!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한없이 비가 중에서

한없이 비가는 고양이의 시점으로 쓴 글이다. 겨울 가고 나면 따뜻한 고양이에는 시점을 바꿔 쓴 글이 다양하게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범상치 않다. 에세이지만 평어의 문장이 아닌 시의 함축된 문장이 사용되어 운율감과 아름다움이 있다. 시와 에세이 중간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답고 섬세한 문장들. 매혹적인 문장을 읽어 나가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에 다다른다.

시인들이 쓴 에세이나 단어집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는 편이다. 섬세하게 졸여진 단어와 문장들. 그 행간까지 숨을 쉬는 책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시인 답게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만큼 더 매력적인 글들이다.

길상호 시인은 정말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선물처럼 고양이 그림이 등장하는데, 시인이 직접 그린 그림들이라 고양이를 향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함께한 고양이들이 품종묘가 아닌 점도 좋았고, 담겨진 이야기들도 읽으면 가슴 따뜻해질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34251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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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 나를 잃어버리게 하는 가스라이팅의 모든 것
신고은 지음 / 샘터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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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페미니즘 소설의 시작점 중 하나인 '현남 오빠에게'를 기억할 것이다. 별것 아닌 연애사인 듯 보이는 소설은 세상에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를 가져온다. 그것은 알 듯하면서도 알 수 없는 것이었다. 단지 남에게 자존감을 타인의 자존감을 밟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타인을 상처 입히는 것은 매우 쉬운 것이란 생각도 했다. 너무 쉽고 일상적이었다.

라디오를 듣던 중 심리학 박사가 지나가 듯 한마디를 던졌다. "사람들은 가스라이팅은 거창하게 생각하는데, 가스라이팅이 특별한 건 아니에요. 니가 그걸 어떻게 하니? 이런 말만 반복한대도 그게 가스라이팅입니다. 이 말은 보다 충격이었는데, 연인이나 가족이 아니더라도 주변인들에게 너무 흔하게 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가스라이팅이 뭘까 그 기준은 대체 무엇일까.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에게 가해를 하거나, 타인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위축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가스라이팅은 전문 학술 용어도 아니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된 분야도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별것도 아닌 걸 그럴싸한 용어로 어렵게 말하냐고 폄하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아직’ 연구되지 않았다고 해서 사실이 아니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이 증명되지 않던 시대에도 이미 지구는 둥근 모양이었던 것처럼 말이지요. 가스라이팅은 분명히 실재하는 행위이고,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쉽게 우리 삶을 침범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알아야 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들어가는 글: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에서는 가스라이팅이 일상에서 이루어진다고 적는다. 가해자는 멀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피하기 쉽지도 않다. 연인, 가족, 직장 동료 가깝고 친밀한 이들을 통해 가스라이팅이 실재하며, 우리 삶을 침범한다. 동시에 나의 자존감을 좀 먹고 나를 잃게 만든다. 친밀한 얼굴은 하고선 치밀하게 나를 병들게 하는 적. 그것이 가스라이팅이다. 개인의 자존감을 위해서라도 이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다양한 매체들 영화,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가스라이팅을 설명하고 있다. 이는 가스라이팅으로 화제가 된 소설도 있었으나 어벤저스 인피니트 워 같은 가스라이팅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인기 영화도 함께 한다. 매체와 연결하여 설명하기에 보다 친숙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가스라이팅은 가해자가 자신의 주장을 상대에게 세뇌하는 과정에 속한다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존중받아야 할 개인의 가치는 무너지고 만다. 피해자는 가해자의 잘못된 행위를 통해 자신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바람피우는 남자친구의 행위를 보며 자신이 쿨하지 못한 거냐고 묻는 여자의 말에 가슴을 쳤지만, 그 과정에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시키는 세뇌의 시간이 있었을 것이다. 하여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는 타인이 보기에는 납득될 수 없는 이야기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정당화된다.

문제는 가스라이팅이 전이된다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위계를 통해 생성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행해지는 행위가 다수다. 피해자는 시간에 따라 성장을 하여 자녀는 부모로 부하직원은 상사의 위치로 이동한다. 위치의 이동과 함께 피해자는 자연스럽게 가해자의 위치로 이동하게 되며 자신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 타인을 가스라이팅 하게 되는 것이다.

가스라이팅은 상호작용이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자신 내면과 주변을 살펴야 한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상대의 실패와 그로 인한 고통을 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피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에게 부담스러운 것을 강요하는 이들을 거절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상한 건 내가 아니라 당신이에요.' 이 가볍지만, 어려운 말. 이 한마디를 내뱉기 위해 자신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마음의 중심을 언제나 자신에게 두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착하게 살기보다 선을 지켜 살기를 선택해야 합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것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지요. 그것이야말로 나에 대한 선입니다. 나는 내 삶의 군주입니다. '나'라는 국가를 지키는 것은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강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조금 비겁해도 괜찮아요. 연약한 방법이라도 괜찮습니다. 해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시작할 수 없으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그 시작은 아주 사소해야 합니다. 한 번도 내지 못했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초라하고 유치한 방법이라도 시도해야 합니다. 그 한 번의 성공 경험이 무기력감으로 바닥친 마음에 작은 용기의 씨앗을 틔워줄 것입니다. 계속되는 성공 경험의 양분을 먹고 자라 언젠가는 당당한 목소리라는 열매를 맺을 것입니다.

'이토록 치밀하고 친밀한 적에 대하여' 이 책은 가스라이팅을 얘기하지만 결국을 자존감을 지키는 법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가스라이팅이란 자존감 결여로 인해 개인이 받을 수 있는 큰 피해 사례 중 하나를 예로 든 것에 가깝다. 이 책 안에 가스라이팅이란 사례를 읽다 속도 상하고 화가 나기도 했으나, 그 상황을 이해하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자신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여유가 타인의 상처에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스라이팅을 피하는 효과적인 방법 중 불편한 사람을 피하라 말한다. 그 과정이 조금 비겁하고 불편하더라도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또한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작은 성공을 실천해야 한다고 전한다. 그것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된다. 작은 약속을 만들고 그 약속을 지킨 자신을 칭찬해 주는 것, 그것이 자신의 자존감을 만드는 작은 시작이라고 말한다. 이 축약된 이야기들은 이 책의 진면목을 알기엔 부족하고 얕다. 사람들이 말하는 가스라이팅에 호기심이 있다면, 자신이 귀가 얇고 자존감이 약하다고 느낀다면 한 번쯤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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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 - 지옥의 풍경, 요한계시록부터 단테까지 해시태그 아트북
알릭스 파레 지음, 류재화 옮김 / 미술문화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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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사자는 언제부터 갓을 쓰고 까만 도포를 입었을까. 불교의 영향을 받은 차사들의 기록은 관복을 입고 등장한다. 대체로는 붉은색을 주로 사용한 의복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저승사자는 언제 만들어진 것일까. 전설의 고향 피디가 보다 음산하고 무서운 기운을 만들기 위해 까만 관복을 입은 저승사자를 차용했다고 전해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들은 그 기원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악마의 뿔과 그들이 들은 삼지창에도 나름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이미지로 남기 까지 나름의 계기를 갖고 있지 않을까.


서적 악마의 표지의 그림을 보면서 생각하게 된다. 그림에 꽤 관심이 있다 생각했으나 악마 그림은 본 적이 있던가. 악마의 그림은 종교화 정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이유로 악마의 그림을 그려왔다. 화가들은 어떤 이유에서 악마의 그림을 그려왔을까, 그 그림 속 이미지들은 어떻게 변모해 왔을까. 그간 가져온 궁금증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다.


표지만 봐도 으스스 해지는 그림들. 악마의 기원과 유래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화가의 작품들을 역사적으로 배치하며 역사적 배경과 상징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그림을 통해 관련 있는 단어에 대한 해석, 책 안에 등장한 메타포에 대한 설명과 메타포를 활용한 작품의 연대기나 현대 매체에서의 활용까지 다방면으로 디테일하게 설명하고 있다.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면 좋은 참고 서적이 되어 줄 것이다.


악마 그림은 종교의 표현으로 건축물 등에서 표현되었다.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해 회화에 영역에 들어온 악마의 그림은 일종의 종교화로 순수의 표상인 양과 반대되는 염소를 그림으로써 악마를 드러내곤 했다. 르네상스 시대 루카 시뇨렐리와 미켈란젤로가 그린 인간적이고 근육질의 괴물들이 나타났다. 16세기 인문학자들이 인간을 하나의 주제로 깊게 고찰하면서 중세시대의 악마와는 절연하고 인간 내면의 악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현재 파울 클레의 악마처럼 다양한 메타포와 상상력을 통해 보다 자유로워진 악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책의 편집이 아쉽긴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볼 수 있는 고퀄리티를 자랑하는 서적이다.

미술이 주가 되긴 하나 근대 예술은 철학과 문학,예술이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다양한 분야를 설명하고 있다. 보들레르의 시와 단테의 신곡까지, 노틀담의 성당의 악마 석상부터 시작해서 파울 클레, 데이미언 허스트의 악마까지 고전과 현대미술에 이르는 다양한 악마를 다루고 해석하고 있다. 일전에도 신화속에 등장하는 110가지 괴물에 대한 서평을 작성한 적이 있다. '세계 괴물 백과'가 신화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괴물을 설명하고 있다면, 이 책 '악마'는 예술작품을 통해 그 의미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작업을 위해 자료가 필요하다면 두 책 모두 참고할 만한 서적이라 생각한다. '악마'의 경우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보는 즐거움까지 두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이라 더 좋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2961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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