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았던 날들 - 죽음 뒤에도 반드시 살아남는 것들에 관하여
델핀 오르빌뢰르 지음, 김두리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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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질문투성이인데, 그 까닭은 우리가 죽은 자들이 묻힌 땅 위에 서 있기 때문이리라. 그곳은 ‘질문’이라고 이름 붙인 땅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랍비 델핀 오르빌뢰르는 “오직 모를 뿐”이다. 그러면서도 눈은 죽음에서 떼지 않으니 엄청난 용기가 아닐 수 없다.

김연수 추천사

김연수 작가의 추천사만 모아 책을 한 권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추천사 장인은 가장 아름다운 문장으로 책의 핵심을 뚫는다. 문장을 따라가는 순간 운명처럼 젖어 들었다.

랍비 델핀 오르빌뢰르는 홀로코스트와 테러, 국가적 슬픔으로 명명되곤 하는 죽음들과 개인사적인 죽음_ 가족이나 친구의 죽음까지. 그 비극을 통해 어떤 씨앗이 삶에 씨앗을 틔우고 확인하고자 한다. 허나 어떤 챕터에도 결론을 내리고 있지 않다. 죽은 자의 결말은 살아 있는 자들에게 이어진다. 죽은 자의 질문은 살아있는 자의 과업으로, 삶은 또 다른 삶으로 이어졌다.

히브리어로 묘지는 일견 터무니없고 모순된 이름으로 불린다.

‘베트 아하임 BEIT HAH’AYIM’, 이름하여 ‘생명의 집’ 혹은 ‘살아 있는 자들의 집’이다.

'유령'을 뜻하는 히브리어 루아흐 레파임 rouaH' refaïm 이라고 불리는데, 그것은 문자 그대로 ‘늘어진 영혼’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올 풀린 영혼이다.

단어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그들의 문화 사상 생각, 단어를 안다는 것은 그들은 안다는 것이다. 당신이 살았던 날들에는 히브리어의 어원을 풀어 삶의 의미를 설명하는 의미가 나온다. 랍비인 그녀는 그 어원을 이야기 할 뿐 부연 설명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에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한 사람의 죽음에 탈무드와 종교, 역사적 사건, 랍비인 작가의 견해를 담고 있다. 가장 맘에 들었던 것을 위에 설명한 어원들이다. 삶을 뜻하는 '하임'은 복수형이다. 히브리어로 '삶'은 단수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삶이 단수로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은 무엇일까. 망자들이 내려간다는 '스올'은 '질문'과 같은 어원을 갖는다. 이는 누구도 알 수 없고, 우리는 이 질문을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매 챕터마다 어떤 단어가 나오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라인 테이프를 붙이며 의미를 새긴다. 책에 실린 이야기와 의미들은 저마다 아름답다.

르포처럼 딱딱하기보단 에세이처럼 물 흐르듯이 읽혀가는 이야기들은 많은 정보들과 아름다운 이야기, 감동을 전해준다.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기독교는 죽음 이후 기회가 없다고 한다. 그 이후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심판이 있을 뿐이다. JTBC 프로 '다수의 수다'에서 신부는 기독교에서 윤회는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가정으로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거부한다. 만약이라는 가정을 인정하게 되면 다음에 잘하자는 그 가능성을 인정하게 되면 지금의 삶을 부정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번 생은 망했어, 그렇다면 다음 생을 기할 것인가? 기독교에서는 심판과 뜨거운 불구덩이 많이 존재한다. 이생망이란 없다. 보다 나아질 수 내일과 지금부터 달라질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질 뿐이라고 말한다. 죽음은 삶에 대한 강력한 찬가라는 르 몽드의 지의 말이 다시금 떠오른다.

단순히 죽음을 이야기하는 책인 줄 알았던 '당신이 살았던 날들'은 이야기의 중요성과 언어, 구전되는 것들의 위대함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연결되는 것들은 단순히 존재와 존재만이 아니다. 이야기와 이야기, 의미와 의미. 많은 것들이 유기적 관계를 맺고 복잡하게 얽혀 우리의 영혼에 맺혀 있다. 그것이 유대인의 저력과 무서움이다. 전 세계가 보다 미래로 먼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버려왔지만 유대인들은 결코 버리지 않는다. 그들은 긴 시간 떠돌며 아프게 잃어 오던 중 많은 것들은 영혼과 핏 속 깊이 새겨왔다. 그래서 그들은 결코 죽지 않는다. 보다 의연하고 단단해질 뿐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638419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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