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쓰기를 합니다 - 더 괜찮은 나로 살고 싶어서
박선희 지음 / 여름오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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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면서 내가 머무는 사회는 나를 평가한다. 그 평판에 의지하여 우리는 타인에게 비칠 자아를 만든다. 이는 매우 유의미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지치게 만들기도 한다. 삶에 지칠 때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일전에 소개한 책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에서처럼 우리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는 찾으려 하고, 쓰인 내가 내가 아님에 실망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글을 잘 쓰려고 하면 할수록 타인이 보는 것을 의식하며 문장을 검열하게 된다. 그 간극에 우리는 글을 쓸 수 없게 되거나, 스스로에게 실망하게 되기도 한다.

'마음 쓰기를 합니다.'와 '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두 책의 저자는 문학적 글쓰기를 표방하는 책은 아니다. 글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고 삶을 정리하는 글쓰기를 표방한다.



‘나는 ________다’는 끝없이 나왔다. 그것은 캔버스를 종횡무진하며 연결성 없이 자기 모습을 그려가는 자화상 그리기 같았다. “자기소개를 해보세요”라고 했던 면접관에겐 뜨악한 내용이겠지만 의미 있는 자화상이었다.

태어나서 가장 어려웠던 질문 중에서

다른 이들에게는 가치가 없을 수 있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유의미한 글. 나의 삶을 정리하고 나를 보다 나답게 만드는 글쓰기. 최근에 이런 심리학 서적과 글쓰기 관련 서적이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개인은 자신의 가치가 재화를 버는 부품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지 되묻곤 한다. 최근 힘든 사회의 분위기가 존재의 가치와 의미를 되묻게 한 것일 수도 있다.

1장에서 저자는 나에 대한 글쓰기에서 두 개의 키워드를 제시한다. '나는 __다'는 내 속에 있는 다양한 나를 끄집어 내는 과정에 가깝다.

두 번째는 '나는 기억한다'라는 키워드이다.

마음을 쓰는 글쓰기의 워밍업은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자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는지, 삶이란 나와 함께 하는 여행이다. 동반자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면 내 안의 갈등을 조율하고 원활히 여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순식간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게 나야.’ 이 말이 ‘바보처럼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느껴질 때 강력한 영양제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게 나야가 주는 힘 중에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 그 핵심에 '이게 나야'라는 말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나는 나에 대한 기대로 내가 생각하는 나보다 커 있지 않을까? 나의 기대치가 나를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이 책에서 나를 적어가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받아들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마음 쓰기를 합니다. 이 책은 내가 쓴 문장으로 나를 발견하고, 내 일상과 관계의 어려움을 풀어가는 과정을 전하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나에 대해 적어가면서 진짜 내가 누구인자,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는지, 사회에서 학습되고 타인에 의해 만들어진 내가 아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문장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위로하고, 응원할 수 있다니, 어떤 의미론 멋진 책이라 말할 수 있다. 많은 책들과 심리학 서적들이 말한다. 관점을 달리하고, 내 안의 나와 가까워지는 일들을 만들라고 책에선 말한다.

펜은 칼보다 힘이 세다더니, 세상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나 개인에게도 글이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만든 책이다. 그리고 그 능력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통의 능력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이 한 번더 와 닿는다. 나를 치유하고 강하게 만들 힘은 처음부터 내 안에 있다는 소리다. 단지 나는 그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동안 이 책은 내 안의 내재된 힘을 발견하는 성실한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

지금 쓰는 글쓰기가, 진짜 나로, 어제보다 더 괜찮은 나로, 건강하게 나와 내 삶을 지켜주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힘이 쎈 문장, 진짜 문장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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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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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이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중성을 갖추었다거나 작가의 인지도가 있다거나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영화 '스위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처녀 자살 소동'등 그의 작품이 영화와 될 수 있는 기반은 뛰어난 서사성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후보에 오르고, 퓰리처상과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한 주요 작가로 그의 작품의 기반이 되는 불평꾼들은 '제프리 유제니디스'라는 작가가 어떻게 거장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한다면 이 명망 있는 작가의 작품집이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작년에 본 '청소부 매뉴얼'과 더불어 가슴 뛰게 하는 단편집 중 하나다. 작가의 초기작이라 하면 적어도 30년은 지난 작품이란 소린데, 지금 읽어도 옛스럽지 않은 세련미와 현재 사회의 고민들을 담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욕망과 고민은 닮아 있기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감정을 자아내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라는 큰 그림을 펜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섬세함에 혀를 찰뿐이다.

렌터카를 몰고 진입로에 들어선 캐시는 표지판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윈덤 폴스. 우아한 은퇴 생활.

불평꾼들

첫 번째 소설 불평꾼들은 미묘한 책이다. 책 속에는 또 다른 책이 등장하고, 그 책의 이야기가 그녀들의 처지를 설명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디언 여인은 부족에게 버림받게 된다. 늙음은 나약함과 불필요를 뜻했고, 그녀들은 늙음을 이용해 대접을 받으려 한다. 부족장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그들을 버린다. 잔인한 책은 40여 년간 우정을 이어온 두 여인의 처지를 알려준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녀의 처우는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진 치매 진단, 여든여덟 살의 델라와 캐시는 현실을 뛰어넘을 일탈을 꿈꾼다.

여든여덟 살의 델라는 자신이 진단받은 병명을 입 밖에 내어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나의 병' '내가 걸린 이것'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걸린 것의 이름이 뭔지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어. 늙으면 걸리는 거 있잖아. 절대 걸리고 싶지 않은 거. 그걸 내가 걸렸단 말이야.

책은 그들에게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늙어간다는 것, 삶에서 불필요해진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매우 잔인하게 느껴진 작품이라, 작가가 늙어가는 어머니를 통해 느낀 연민과 늙어가는 삶에 대한 자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한 문장, 문장들이 와닿았던 짙은 자국을 새긴 작품이었다.

우리가 이 집을 소유하게 된 지 이제 12년(헉!)이 된 것 같다.

나쁜 사람 찾기

나쁜 사람 찾기는 부부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전에 읽은 '19호실을 가다'와 스릴러 '나를 찾아줘'가 생각났으나 어떤 의미로 닮았지만, 조금은 결이 다른 작품이다. 그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듯 보였으나 그것은 겉보기 일뿐이다.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가정에 남편의 자리는 없다. 그에게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그는 그 평화로운 광경을 그리워하고 지켜볼 뿐이다. 결혼생활을 아름답게 그리는 그와 달리, 아내인 요한나는 '좌절, 분노, 고독' 이 세 개의 단어로 결혼생활을 정의하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부는 상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아내는 남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으나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아내는 최선을 다했으나 남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남편은 잃어버리고 난 뒤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서로를 얼마나 찾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쁜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고립시키고 고독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오래된 부부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깊은 곳에 자신을 감추고 외치고 있을 뿐이다. 긴 모색의 시간, 자신을 감추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서 와서 나를 찾아줘. 이 작품은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결혼과 가정, 부부생활에 대한 각자의 면, 그리고 이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잃어버리기 전에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찾았다. 나 여기 있어!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와서 나를 찾아줘. 무지개에 볼연지를 바르는 것만큼 쉬웠다.

작가의 유일한 단편집이라는 불평꾼들, 하나같이 편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감춰진 삶의 면면을 잘 다루고 있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문제들을 보편적인 감정들로 풀어가고 있다. 노년의 늙어간다는 점, 일탈, 빈부갈등, 차별, 실직, 고립과 고독 등 누군가는 제프리 유제니디스를 미국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라 했으나 미국뿐이겠는가, 그의 섬세한 시각은 사회의 빛과 어둠 그 깊이의 층위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됨에 감사할 따름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39840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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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아오바 유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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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감동에 무뎌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그것을 성장이라 말했지만, 포기나, 실패, 상처나 아픔에 무뎌진 게 아닐까, 그게 너무 당연해져서 공감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그건 좋은 걸까. 의문이 많아졌지만, 질문을 삼킨다. 감정이 무뎌진 순간은 소설에서도 나온 위의 문장을 잃어버린 순간과 비슷했던 것 같다. 나의 한계를 알게 되었고, 가능성을 한 수 접기 시작했다.

이건 성장한 걸까, 아니면 익숙해진 걸까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 이 책은 어른이 되면서 당연히 받아들이는 감정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그리고 한 무명 아티스트의 곡을 통해 이상과 현실 그 간극을 설명하고 있다. 어른이 되면 참아야 한다고 말하는 사회에 '왜'라고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다면, 무뎌진 감정과 꿈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면 누구와도 공유할 수 없는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친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 안내 데스크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는 기와사키 하루카는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4년째 지속된 연애도 일도 지쳐가고 하루하루 쌓이는 건 일상의 피로뿐이다. 어느 날 유튜브에서 무명 가수의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노래를 듣고 음악에 몰입하게 된다. 하지만 그 가수는 이미 일 년 전 사망했다.

소중한 건 반복해야 돼. 몇 번이든. 끝없이. 잊어버리지 않도록, 꺾이지 않도록,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잘 가 원더 중에서

잘 가 원더는 원곡 가수 기리노 줏타의 이야기다. 오미야 나쓰가는 올림픽 수영선수를 꿈꾸며 연습을 하던 중 전학생 기리노 줏타와 친해지게 된다. 음악과 수영이라는 꿈이 있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이끌리듯 친해진다. 부모님의 전근으로 전학을 가게 된 나쓰가 두 사람은 바다에게 미래에 대해 약속을 한다. 그때 줏타가 불러준 노래가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였다. 두 사람은 자신의 꿈을 향해 걸어가면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음을 기약하고 이별한다.

거대한 흐름 속에서 누구나 무언가를 포기한다. 그걸 어른이 된다는 말로 포장하며 태연하게 살아간다. 그런 법이다. 그런 법이지만, 포기한 걸 자랑스러워하고 싶지 않다. 평생 동안 새로운 상처처럼 끌어안고 살고 싶다. 이걸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 아픔을 아픔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말로 하찮은 인간이 되어 버리고 만다.

태어나다 중에서

뮤지션 마사히로는 버스킹을 하는 줏타를 만나게 된다. 마음이 잘 맞았던 둘은 밴드를 구성하기로 한다. 함께 곡도 만들고 연주도 하지만 큰 인기를 얻지 못한다. 드럼을 치는 히로키는 새로운 직업을 찾아 떠나고, 마사히로 역시 음악을 포기하고 아즈사와 결혼한다. 결국 줏타만이 남아 객원 뮤지션들과 함께 음악을 계속한다.

꿈을 포기하는 순간에 대한 위의 문장은 너무나 잘 아는 감정이라 마음에 와닿았다.

역시 그렇다. 우리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아가는 것에 더 이상 의미는 없다. 글을 쓰는 의미, 물속을 헤엄치는 의미, 기타를 치는 의미,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 그런 건 진즉에 잃어버렸다. 그래도 잃어버린 것들은 채워지지 않는 공백으로 각자의 몸 안에 존재한다. 지워지지 않는 가슴속 아픔이 우리를 계속 살게 한다.

극적인 카타르시스는 이제 없다. 그럼에도 어렴풋한 희망을 끌어안고, 오늘도 살아간다.

파안 중에서

프리랜서 기자 히카리는 오미야 나쓰카 수영선수를 인터뷰하게 된다. 그녀와의 인터뷰 중 '잔잔한 파도에 빠지다'라는 노래가 나쓰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이고, 나쓰카의 첫사랑이 기리노 줏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두 사람은 기리노 줏타의 흔적을 찾던 중 줏타가 세이라와 결혼했음을 알게 된다.

위의 문장은 두 여자가 세이라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나눴던 대화를 통한 히카리의 독백이다. 나쓰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간다'라는 이 대사는 잘 가 원더에서 줏타와 나쓰카가 나눈 대화이기도 했다.

음악과 예술이 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이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하나의 음악에 영향을 받는다. 삶과 연애에 매너리즘을 느끼고 있거나, 현실로 인해 꿈을 포기하게 되거나, 꿈을 향해 가지만 매 순간 불안감을 느끼는 이들에게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렸으나 성공하지는 못했던 무명 가수의 음악은 어떤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 이는 하나의 반환점이 되거나 그저 스쳐지나 가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예술과 우리의 삶, 꿈, 많은 것들이 일상 속에 공존한다. 마치 이 소설처럼. 마주했다, 흩어지고, 모였다가 각자의 길로 향한다. 소설 속 나쓰카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그녀의 삶에는 '나아간다'는 의미가 한 층 더 짙게 새겨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나 역시 나아간다는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문장이 훌륭하거나 기가막히게 잘 쓴 소설은 아니다. 이야기와 소재와 구성의 기발함과 공감이 이 책을 살리는 포인트가 아닐까 싶다. 삶이 숨이 막힐 때, 쉼표가 되어주고 주변을 환기 시킬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가 어려서 인지 그 시대에 이야기할 수 있는 '꿈'이란 소재, 그리고 꿈을 향해 달리는 이들의 모습과 고민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그리고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387637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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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람들 - 강원구 소설
강원구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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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스티븐 스필버그의 소설 '언더 더 돔' 이 소설에는 돔에 갇힌 사람들이 등장한다. 어느날 갑자기 저쪽과 이쪽으로만 나뉘었을 뿐이다. 그저 저쪽과 이쪽으로, 그럼에도 많은 것들이 바뀐다. 그 안에서 생긴 새로운 세계, 정치와 권력이 생겨난다.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하나의 공간이 나뉜 것 뿐이다.

강원구 작가의 소설 '푸른 사람들'에는 그저 푸른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무것도 바뀐 것은 없었다. 그저 그들은 푸른 색을 띄고 있을 뿐, 청인들은 하나의 낙인에 가까웠다. 모습이 파랗게 변한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들, 청인들은 하나의 전염병 취급을 받으며 배척되었다. 인터넷에는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들이 퍼져 있었다. 배우인 주인공은 인터넷 상에 떠도는 근거없는 루머에 한 껏 희망을 부풀였다가 하염없는 나락으로 추락하곤 했다.

많은 후기와 소설 해석에는 '푸른 사람들'을 코로나로 비교하지만, 이것은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모르기 때문에 퍼지는 이야기들과 두려움은 소수자에 대한 차별에 가깝게 느껴졌다. 꼭 성적 소수자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그렇다고 성적소수자들을 제외하는 것도 아니지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무슬람들, 이주노동자, 인종차별, 이런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소수자들이 있고 차별과 편견이 따라붙는다. 이들이 차별과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소설 속에서 청인들은 저항하지만 결국 그들은 '참 푸른 사람들'이란 말장난 같은 표현을 통해 자신에게 주어진 편견의 화살을 돌리려 한다. 그들의 슬픈 시도는 통할 것인가.

이 책은 대통령 연설비서관의 글쓰기 '하루 한 문장'과 닮아있다. 짧은 문장으로 쉬이 읽히고 속도감을 더했다. 사건 역시 빠르고 스피디하다.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갑갑한 현실은 쉬이 바뀌지 않는다. 저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단편의 마지막 페이지마다 던져진 마지막 문장의 의미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375761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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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수록 나는 내가 된다 - 텅 빈 마음을 어루만지는 성찰과 치유의 글쓰기
손화신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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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글을 쓰려는, 자기 앞의 생으로부터 소외된, 삶이란 핍박을 견디는 모든 이에게 인사를 건넨다. 평안에 이르고 싶지만 아직은 그러지 못하는, 나 자신이 될 수 없음에 홀로 좌절하는, 어딘가 조금 불행한 사람들에게

글을 쓰는 건 어떤 일일까? 어쩌면 외로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다. 행위의 주체가 '나' 자신이 유일한 행위. 그럼에도 불구한 건, 손끝에서 나온 텍스트는 결코 내가 될 수 없다. 저자는 이를 깨달으며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원하는 일을 찾는 과정에서의 방황은 공황장애에 이르렀고 나 자신을 잃었을 때 저자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온전한 '나'를 찾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스스로를 배반하기도, 온전한 자신을 찾아주기도 한다. 정말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일일까. 이것은 글이란 매개체를 통해 온전한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다.

삶이란 문제를 풀기 위해선 인생이란 오답노트가 필요하다. 한 번 뿐인 삶 속에서 어떤 오답노트를 만들 수 있을까. 책을 읽는 이들은 이야기 속 주인공을 통해 타인의 인생을 엿볼 수 있다. 글을 쓰는 이들은 옳든 그르든 끊임없이 적는 행위를 통해 오답노트를 만들 수 있다.

지도 없는 여행을 떠날 때: 속마음 쏟아내기

나를 사랑하는 만큼 솔직하고 싶다: 숨은 목소리 찾기

과하지 않게 지금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 감정 손질하기

필사의 기쁨과 감정의 호명: 마음에 이름을 붙이다

내 생각은 가끔 완전한 착각이었다: 기억의 팩트체크

나에게 친절한 글쓰기: 팩트체크를 넘어서

감정의 재구성: 감정의 패턴 인식은 이해로 나아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3장, 챕터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쓰기를 설명하고 있다.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글쓰기란 문장이나 표현을 보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 최근의 감정부터 시작해서 너무 오래되어 잊어버린 해묵은 감정들까지, 그 모든 것들은 정리되지 않아도 상관없다. 이따금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것, 나의 감정을 솔직하게 지각할 수 있는 것, 이 순간 문장은 훌륭한 내면의 거울이 되어준다.

쓰는 것이 자신을 이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는 것은, 글쓰기란 자신과의 거리 두기 때문이라는 저자의 말이 무척이나 와닿았다.

글이란 건 혼자 쓰는 것이지만, 혼자와 혼자가 만나 각자의 혼자를 응원해 줌으로써 우리는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비평을 위한 비평을 일삼으며 남을 함부로 깎아내리거나 자기 글만 정답인 양하지 않는 사람들과 쓰기 공동체를 이룬다는 건 큰 행운이다. 글쓰기라는 고독한 행위에 달콤함을 한 스푼 얹는 일이다.

글쓰기란 정말 어떤 것일까. 나는 왜 지금 글을 쓰고 있을까. 정말 나는 아픈 것일까. 병든 것일까. 자신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이 책은 내면의 가이드북이 되어 줄 것이다. 그간 읽은 어떤 심리치료서 보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아 좋았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370465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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