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평꾼들
제프리 유제니디스 지음, 서창렬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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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소설이 영화화가 많이 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대중성을 갖추었다거나 작가의 인지도가 있다거나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겠으나 영화 '스위치' 프란시스 코폴라 감독의 '처녀 자살 소동'등 그의 작품이 영화와 될 수 있는 기반은 뛰어난 서사성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3대 문학상의 후보에 오르고, 퓰리처상과 피츠제럴드상을 수상한 주요 작가로 그의 작품의 기반이 되는 불평꾼들은 '제프리 유제니디스'라는 작가가 어떻게 거장의 자리에 우뚝 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좋아한다면 이 명망 있는 작가의 작품집이 탐이 날 수밖에 없다. 작년에 본 '청소부 매뉴얼'과 더불어 가슴 뛰게 하는 단편집 중 하나다. 작가의 초기작이라 하면 적어도 30년은 지난 작품이란 소린데, 지금 읽어도 옛스럽지 않은 세련미와 현재 사회의 고민들을 담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어 사람들의 욕망과 고민은 닮아 있기 때문이겠지만, 다양한 감정을 자아내는 인물들을 통해 사회라는 큰 그림을 펜으로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의 섬세함에 혀를 찰뿐이다.

렌터카를 몰고 진입로에 들어선 캐시는 표지판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다. 윈덤 폴스. 우아한 은퇴 생활.

불평꾼들

첫 번째 소설 불평꾼들은 미묘한 책이다. 책 속에는 또 다른 책이 등장하고, 그 책의 이야기가 그녀들의 처지를 설명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디언 여인은 부족에게 버림받게 된다. 늙음은 나약함과 불필요를 뜻했고, 그녀들은 늙음을 이용해 대접을 받으려 한다. 부족장은 생존을 위한 선택으로 그들을 버린다. 잔인한 책은 40여 년간 우정을 이어온 두 여인의 처지를 알려준다. 그녀들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그녀의 처우는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진 치매 진단, 여든여덟 살의 델라와 캐시는 현실을 뛰어넘을 일탈을 꿈꾼다.

여든여덟 살의 델라는 자신이 진단받은 병명을 입 밖에 내어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대신 '나의 병' '내가 걸린 이것'이라고 부른다. 난 내가 걸린 것의 이름이 뭔지 도무지 기억할 수가 없어. 늙으면 걸리는 거 있잖아. 절대 걸리고 싶지 않은 거. 그걸 내가 걸렸단 말이야.

책은 그들에게 어떤 삶의 이야기를 들려줄까.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통해 이 글을 썼다고 한다. 늙어간다는 것, 삶에서 불필요해진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매우 잔인하게 느껴진 작품이라, 작가가 늙어가는 어머니를 통해 느낀 연민과 늙어가는 삶에 대한 자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얽혔다. 한 문장, 문장들이 와닿았던 짙은 자국을 새긴 작품이었다.

우리가 이 집을 소유하게 된 지 이제 12년(헉!)이 된 것 같다.

나쁜 사람 찾기

나쁜 사람 찾기는 부부간의 문제를 다룬 소설이다. 전에 읽은 '19호실을 가다'와 스릴러 '나를 찾아줘'가 생각났으나 어떤 의미로 닮았지만, 조금은 결이 다른 작품이다. 그들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듯 보였으나 그것은 겉보기 일뿐이다.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가정에 남편의 자리는 없다. 그에게는 접근금지 명령이 내려졌고 그는 그 평화로운 광경을 그리워하고 지켜볼 뿐이다. 결혼생활을 아름답게 그리는 그와 달리, 아내인 요한나는 '좌절, 분노, 고독' 이 세 개의 단어로 결혼생활을 정의하고 있다.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부부는 상대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아내는 남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으나 결국 혼자 남게 되었다. 아내는 최선을 다했으나 남편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남편은 잃어버리고 난 뒤 상대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서로를 얼마나 찾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쁜 사람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자신을 고립시키고 고독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오래된 부부는 상대를 이해하지 못한 채 깊은 곳에 자신을 감추고 외치고 있을 뿐이다. 긴 모색의 시간, 자신을 감추고 말하고 있을 뿐이다. 어서 와서 나를 찾아줘. 이 작품은 여러모로 충격적이고 결혼과 가정, 부부생활에 대한 각자의 면, 그리고 이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잃어버리기 전에 아주 오랫동안 서로를 찾았다. 나 여기 있어! 우리는 마음 깊은 곳에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와서 나를 찾아줘. 무지개에 볼연지를 바르는 것만큼 쉬웠다.

작가의 유일한 단편집이라는 불평꾼들, 하나같이 편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감춰진 삶의 면면을 잘 다루고 있다. 특히나 현대 사회에서 볼 수 있는 보편적 문제들을 보편적인 감정들로 풀어가고 있다. 노년의 늙어간다는 점, 일탈, 빈부갈등, 차별, 실직, 고립과 고독 등 누군가는 제프리 유제니디스를 미국을 가장 잘 표현한 작가라 했으나 미국뿐이겠는가, 그의 섬세한 시각은 사회의 빛과 어둠 그 깊이의 층위를 섬세하게 다루고 있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작가의 작품을 만나게 됨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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