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프로세스의 대가라는 로버트 프리츠가 인생을 녹여서 만들었다는 책. 84년에 저술된 이 책은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상가, 기업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최소 저항의 법칙. 의미 있는 인생을 창조하는 삶에 대해 설명하는 책이라니 호기심이 들어 신청하게 되었다.
유명한 책들은 읽으면 뻔한 경우가 많다. 자기계발서, 인문학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책 역시 그런 의미로 쉽게 읽힐 거라 생각했다. 책을 빠르게 읽는 편인데, 다른 책에 비해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 두께도 두께지만 페이지가 쉬이 넘어가지 않았다. 중간부터는 왜 이 책이 이리 잘 안 읽히는지를 고민할 정도였다.
'최소 저항의 법칙'은 여타의 자기 계발서처럼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데일리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처럼 뭘 하고, 뭐는 하지 말고 이런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란 소리다. 제목에 두괄식으로 기본 개념을 제시하나, 내용이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 저항의 경로로 가기 위한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큰 에너지는 더 큰 사회적 파장과 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고 적는다. 이런 부정적 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보다 궁극적인 대의가 필요하다. 전체주의인 파시즘이나 테러리스트들이 활용하는 에너지라 설명한다. 구조적 긴장에서는 창조를 하기 위한 비전(이상)과 현실의 불일치에서 탄생하다고 적는다. 신기하게도 창조 에너지의 대부분은 불일치, 불만, 대립이라는 부정적 감정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 부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창조의 과정으로 연결하는 계단을 제시한다.
2부 창조 프로세스의 과정에는 다양한 현상들이 발생한다. 이는 여러 감정 에너지와 충돌과 파동으로 발생하는 것이다. 충돌하는 감정과 갈등은 창조를 극대화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고 흐름을 전환시키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창조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한다. 그것을 쓸지 말지 판단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발아, 동화, 모멘텀, 전략적 순간 다양한 개념을 설명하지만 어떻게 사용하라는 얘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결과에 대한 해석이 없이 뚝 끊겨버린 느낌에 읽는 독자는 길을 잃고 혼란스럽다.
결말에 대한 해석도 없고 앞서 나오던 개념들을 뒤집거나 흔드는 구조들이 서슴없이 나오다 보니 내가 잘 읽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까지 드는 책이다. 이 책을 선택한 많은 이들이 지금 고통받고 있겠지. 이해한다.
창조 프로세스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해가 되지만,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대한민국 독자들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책이다. 저자는 창조 프로세스의 도구를 제시할 뿐이다. 생각해 보라 창조라는 과정에 답이 정해져 있을 리 없고, 창조의 물고와 길을 트는 것은 실행자의 역할이다. 이 과정에 저자가 물꼬를 트거나 이것저것 방법론을 제시한다면 다양한 가능성의 여지를 줄이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우리는 창조라는 과정에 저자가 획기적인 답을 제시해 주길 바라는 것일까. 어불성설이다.
'최소 저항의 경로'에서 말하는 주요 내용은 짧고도 간결하게 맨 마지막 '초월'에서 설명하고 있는데, 많은 이들이 제목에 꽂혀서 다들 최소 경로의 이야기만 하고 있다. 다들 2부 창조 프로세스에 지쳐서 3부는 대충 넘겼으리라, 나 역시 그랬기에 그 마음을 알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