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다는 착각 - 우리는 왜 게으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가
데번 프라이스 지음, 이현 옮김 / 웨일북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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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착취를 멈춰라

'게으르다'는 죄책감은 사회가 만든 허상이다

자본주의 아래 현대인들은 치이는 업무와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새벽 12시 쓰다 만 서평에 눈을 비비고 일어나는 현실이 그렇다. 미처 못한 작업들에 스스로를 게으른 존재가 아닌지 채근하는 사회. 사회 심리학자인 데번 프라이스는 게으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다. 정말일까. 우리는 게으르다고 스스로를 채근하며 남는 시간마다 노력을 채워 넣고 있다.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지 않는 위해 계획과 도전의 실패로 또 스스로를 절벽에 밀어 넣기도 한다.

'게으르다는 착각'에서처럼 성과로 가치를 입증해야 하는 시대는 끝난 것일까.

저자는 게으름이란 제국주의, 노예제, 산업화 시대를 거친 방대한 역사 속에서 만들어진 허상이자, 세뇌에 가깝다고 말한다. 이는 하층민들에게 무능과 게으름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사람들 마음속에 패배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 더욱 일에 매진하게 만들었다.

저자는 게으름이 죄악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게으름의 가치를 재정의 한다. 게으름은 몸에서 보내는 일정한 신호에 가까우며, 신호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늑장을 부리는 이유는 신경을 쓰고 잘하려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으며, 게으름은 완벽주의 및 실패로 인한 불안감으로 인해 발생될 수 있다. 게으름을 탓하기보다는 게으름의 신호가 주는 의미를 파악하여 보다 생산적인 방법으로 나를 이끄는 것이 옳지 않을까.

삶의 가치는 나의 일을 더 하고, 목표치를 채우는 것이 아니다. 일을 조금 줄이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더 신나는 일, 나 자신이 가치 있다고 느끼는 일을 찾아서 즐겨야 한다.

완벽해야, 더 잘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게으르다는 착각은 이미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완벽한지를 이해하고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최근 사회에 확산되고 있는 자기 긍정 이론은 '이런 나라도 괜찮아.'라는 의식을 바탕에 둔다고 한다. 게으름은 이런 자기 긍정감이자 자신을 해방하라는 몸의 신호임을 알아야 한다.

게으르다는 착각 이 책을 활용하는 방법

게으름으로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과도한 스케줄과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 책은 가까운 곳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일들을 어깨 위에 지고 다니는 이들, 번아웃증후군에 시달리는 이들에게도 이 책은 삶의 중요한 지침서가 될 것이다.

'게으르다는 착각'은 성과주의, 관계 주의의 압박에 시달리는 이들을 위한 변론서라고 말한다. 성장과 위로 올라가는 방법을 찾는다면 이 책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조금 느리고 덜 생산적일 순 있지만, 삶을 편안하게 느끼는 방법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될 것이다.

지치게 하는 목표, 과중한 업무에서 일을 줄이고, 지치게 하는 관계에서 경계를 설정하라고 말하는 책이다. 이 모든것은 스스로에게 휴식을 창출하는 일이다. 무언가 쫓기는 기분을 느끼고 있다면 '게으르다는 착각'을 추천한다.

게으르다는 착각 속 문장들

내가 ‘게으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십중팔구 상대방은 자신이 얼마나 게으르고 형편없는지 나를 설득시키려고 애쓴다. 무언가 깊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자신이 게으르다는 것이다. 나는 성공하고 열심히 살면서도 자신이 게으르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사람을 많이 만나봤다.

1장 게으르다고 느끼는 이유 중에서

늑장을 부리는 사람은 완벽주의, 불안, 주의 분산, 실패의 주기에 갇힌다. 잘하는 것에 마음을 너무 많이 쓰기 때문에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기준에 매달린다. ‘완벽하게’ 하기를 원하지만 초기의 시도가 결코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곧 좌절하고 불안해진다. 시간이 지나고 기한이 다가오면 더 불안해지고 실패할까 봐 걱정한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집중해 진도를 나가기가 더욱 어렵다. 불안감에 대처하려고 어떤 식으로든 딴짓을 한다. 그러고 나면 마감일이 되어 대충 급하게 해서 제출하거나 아예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2장 게으름은 죄악이 아니다 중에서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그 한계는 당신이 깨달을 수 있는 것보다 더 극단적이다.

2장 게으름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 중에서

성취는 덧없는 것이다. 진정한 만족을 줄 수 없다. 결승선을 지나 트로피를 받자마자 경주의 기쁨은 끝난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의 가르침을 이겨내는 것만큼 훌륭한 승리는 없다. 사실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우리가 결코 만족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친다. 즉, 아무리 승리를 많이 하더라도 새로운 기회를 계속해서 좇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식으로 성취에 집착하게 되면 실제로 삶에서 보람과 즐거움이 줄어든다.

4장 나의 성취가 나의 가치는 아니다 중에서

게으름이라는 거짓은 근본적으로 경계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왜곡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타인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믿게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를 돕기 위해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사실 타인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결국 우리는 좌절하고 지치고, 우리와 타협할 수 없는(혹은 하지 않을) 누군가를 돕느라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음을 깨닫는다.

6장_지치게 하는 관계에 경계를 설정하라 중에서

아이러니하게도 게으름이라는 거짓에 저항하는 법을 배우려면 끊임없이 지속되는 내적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자기 연민과 친절을 계속해서 실천하고, 변화가 바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노력한다고 결과가 바로바로 나오는 게 아니며, 게으름이라는 거짓과의 싸움에서 승리한다 해도 받게 되는 트로피도 없다. 그냥 계속해서 배우는 것이다. 결코 완벽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 지금 그대로의 당신으로도 괜찮다. 다른 모든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가는 글 중에서

게으르다는 착각을 읽고 나서

나무늘보는 자신의 느림으로 4천6백 만년을 살아남았다고 한다. 개미지옥은 뒤로 물러나는 방식으로 진화하여 살아남은 생명체다. 바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삶이 미래로 가는 것이 맞는가? 이 책은 나의 몸이 그것을 진정 원하는지 생각해 보라 조언하는 책이다.

7장의 목차가 꽤 멋지다. 우리의 몸은 이미 완벽하며, 꼭 멋져야만 잘 사는 게 아니다. 게으르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07466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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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문장력이다 - 베스트셀러 100권에서 찾아낸 실전 글쓰기 비법 40
후지요시 유타카.오가와 마리코 지음, 양지영 옮김 / 앤페이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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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해서가 아니라 우리는 정말 많은 글을 쓰고, 글쓰기란 중요하다. 살면서 다양한 텍스트로 된 발행물들을 접하고 학교 과제부터 시작해 보고서, 품의서, 제안서, 프레젠테이션까지 다양한 글을 쓰고 써야 한다. 삶의 굴레에서 마주한 글쓰기란 삶의 통과의례 같은 느낌이 있다.

최근 블로그, 웹소설 등이 화제가 되면서 글쓰기란 부가가치 창출 수단,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소설 쓰기, 글쓰기 관련 서적을 보고 있다. 최근 베스트셀러 중에서 웹 소설 작법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많은 작법서를 읽고 내린 결론을 말하자면, 소설의 구성, 플롯이란 누군가 알려 줄 수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 그에 반해 글쓰기 도구에 해당하는 문장은 이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인다.

'결국은 문장력이다'는 이런 글쓰기의 중요성을 알아차린 일본 편집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서적이다. 두 명의 저자는 100권의 책을 구입한 뒤 베스트셀러와 스테디셀러로 구분한 뒤, 각 저자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문장을 찾아 '노하우 목록'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 집요한 과정을 걸쳐 항목별로 목차를 만든다. 중요한 항목에는 별표를 붙이기도 한다. 집요함으로 만들어진 책은 나름의 가치를 가진다.

'결국은 문장력이다'에서는 다양한 작법을 얘기하지만 결국 바른 문장을 쓰는 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대신 독자들이 읽기 편하고 즐거움을 주는 리듬감 등 몇 가지 기교를 첨가한 책에 가깝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말하는 세 가지를 꼽자면 1) 일단 많이 써라 2) 쉽고 간결하게 써라 3) 독자를 의식하며 써라 정도 일 것이다.

책 속의 문장들

10위는 ‘훌륭한 문장’에 관한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모델로 삼을 만한 훌륭한 문장을 찾는 게 좋다. 뛰어난 문장을 자주 접하면 적절한 단어 사용법을 배울 수 있을 뿐 아니라 어휘력과 문장 리듬감이 좋아진다. 따라서 필사하고 싶은 문장을 찾는 게 중요하다. ‘아쿠타가와상(賞)’과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등 많은 문학상을 휩쓴 평론가이자 작가 마루야 사이이치는 『문장 독본』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단어를 창조할 수 없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이전부터 존재하던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문장을 쓰는 것뿐이다”라고 이야기했다.

NO. 10 ‘훌륭한 문장’은 반복해 읽는다 중에서

더불어 글쓰기 훈련을 하는 동안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적어도 자기 비하는 하지 말라는 것이다. 매일 글쓰기 훈련을 하는데도 좀처럼 실력이 나아지지 않으면 “나는 글쓰기에 소질이 없구나” “헛수고만 하는 것 아닌가 몰라” 등 부정적인 생각에 빠지기 쉽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의욕을 꺾는 생각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라며 스스로 격려하고 꾸준히 쓰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NO. 15 일단 많이 써 본다 중에서

16위는 ‘가독성과 수식어’에 관한 것이다. ‘수식어’는 문장을 장식하는 표현이다. 한 마디로 수식어는 주어와 서술어의 내용을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만들거나 개성 있고 명확하게 설명하는 꾸밈말이다. 한 가지 예로 ‘빨간 꽃이다’에서 ‘빨간’은 수식어, ‘꽃’은 수식을 받는 ‘피수식어’다. 이처럼 하나의 수식어가 사용된 문장, 즉 수식어가 단순하고 그 수가 적은 문장은 뜻도 명료하다. 반면 수식어가 많으면 문장이 복잡해진다. 다른 단어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그 특성상 사용 빈도수가 높다. 그러므로 읽는 사람이 내용을 오류 없이 받아들이고, 글을 읽고 헤매지 않도록 제대로 사용하는 게 중요하다.

NO. 16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수식어는 고친다 중에서

이 책을 활용하는 법

스티븐 킹도 말하지 않았는가. 문장과 단어는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도구라고. 이 책은 연장들을 보다 뾰족하고 날카롭게 담금질을 해주는 책이라 볼 수 있다.

막 글을 시작한 글을 잘 쓰고 싶은 열정 많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또는 글을 쓰다 쓰고 있는 글에 확신이 들지 않을 때, 무언가 변화를 주고 싶을 때도 활용해 보면 좋을 책이다.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꾸준히 글쓰기 관련 수업을 들어왔다면 '결국은 문장력이다'에서 나온 많은 내용들은 이미 들었을 확률이 높다. 몇 년 이상 꾸준히 글을 써왔다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이미 자리 잡혀 있어 바꾸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꾸준히 써왔다는 부분에서 이미 칭찬받아 마땅하다) 이 경우 이 책의 내용들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머리를 아프게 할 수 있다.

작법서를 추천하다 보면, 실용서를 좋아하는 이들과 개론서를 좋아하는 이들로 나뉜다. 서평을 쓰기 위해 두 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올린 적이 있다. 그때도 기술하였으나 '서평 글쓰기 특강'은 실용서에 가까웠고, '서평 쓰는 법'은 서평 개론서에 가까운 책이었다.

'결국은 문장력이다'의 경우 실용서에 가깝다. 정확하게 기술하는 법을 설명하고, 방법론을 제시하는 책이다. 읽고 따라 하고 실행하면 전부는 아니지만 단기간 눈에 띄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성취감이 글을 쓰는 재미를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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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서

많은 이론이 나열되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히 쓰고, 퇴고를 하는 것이다. 모든 작법서에 나와 있고 중요한 내용이지만, 실행으로 옮기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덕분에 이런 작법서는 끊임없이 나오고 팔리는지도 모른다.

쓰는 내용을 구조화하라는 내용, 메모를 생활화하라는 내용도 글을 쓰는 습관에 도움을 주는 행동이다. 습관화된다면 무엇보다 도움이 되겠지만, 현실화하기 어려운 내용이기도 하다. '결국은 문장력이다'를 읽으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보다 나은 글쓰기를 위해 다짐과 맹세를 쌓기도 했다. 읽고 나서 부디 이 책의 내용들이 휘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또 바라게 된다.

정말 잘 쓰고 싶다. 정말 잘 쓰고 싶은데, 이런 기분이 든다면 한 번은 읽어보라 추천하고 싶다. 포스트잇은 아낌없이 붙이자. 읽은 내용들은 한 번 더 읽어보자. 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기분을 잊지 말라고 스스로에게,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전하는 바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0351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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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술 1 - 시원한 한 잔의 기쁨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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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일상 힐링물. 소설에 나오는 여성에 대한 시각에 울컥한 부분이 없지 않으나 그것만 제외하연 일상의 소확행으로 꽤 유쾌하게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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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산책 - 자연과 세상을 끌어안은 열 명의 여성 작가들을 위한 걷기의 기록
케리 앤드류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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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산책'에서 나온 작가들의 글쓰기와 산책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같이 낯설다. 이유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책에 나온 작가들 대부분을 모르기 때문이다. 작가인 케리 앤드류스는 읽는 독자들이 소개된 작가를 알 것이라는 전제하에 글을 쓰는듯하다. 자연스럽게 작가의 편지와 글 일부를 소개하고 작가의 삶을 얘기한다. 작가의 저작물을 스쳐가듯 소개가 되어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다.

'카뮈와 함께 프란츠 파농 읽기'에서도 이야기하지만, 한국 문단은 프랑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기에 영미문학 작가들과 친하지 않다. 또한 여성작가들에겐 매우 인색하여 구글 검색 시에도 나오지 않는 작가들이 대부분이다. 어떤 작가들은 남편이나 시인인 오빠에게 가려지기도 했다. 대화체 시로 유명한 시인인 도로시 워즈워스의 경우 그녀의 이름을 검색하면 그의 오빠인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에 대해 소개된다. 낸 셰퍼드는 스코틀랜드의 작가이자 시인이지만 그녀의 저작물에 대한 소개보다. 2016년 5파운드 지폐 모델로 선정된 이야기만이 소개된다. 이 책에서 작가 소개 없이 알 수 있는 작가는 아나이스 닌과 버지니아 울프가 유일했다.

'자기만의 산책'에서 나온 여성들의 공통점이자 책을 읽는 키워드는 '지식인, 부유층, 그럼에도 제한적인 여성'들의 삶이다.

'자기만의 산책'에 나온 작가들은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다른 여성들에 비해 나은 삶을 살고 있음에도 제한된 작가들의 삶. 그들은 자신의 여성성에 대해 평가받았어야 하며, 그들에게 걷는 일이란 위험을 감수한 모험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산책은 삶에 대한 저항이자 하나의 탈출구였다.

작가들은 계속해서 걸었다. 버지니아 울프에게 걷는 일이란 기묘하고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었다. 아나이스 닌은 자유롭고 싶어서, 마음껏 사랑하기 위해서 걸었다. 엘리자베스 카터는 방랑자의 삶을 동경하며 걸었다. 그들에게 걷는 일이란 꿈이자 모험이기도 했다.

책이 주는 선물

자기만의 산책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은 작가들의 문장이다. 작가들의 편지와 시, 다양한 문장들이다. 저자가 설명하는 작가에 대한 소개가 지루하고 다소 장황하게 느껴진다면 작가의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색상을 따로 구분해 읽기 편하게 되어 있다.)

소개된 글이 너무 매력적이라 읽는 순간 작가에 대한 호감이 생길 것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작가의 삶을 읽으며 여성들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어진 삶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저항하는 여성들의 삶을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책 속의 문장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을 울게 만들 수 있고, 그들이 대단히, 맹렬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 들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과 할 수 없는 말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에게, 내 글, 내가 혼자 걸으면서 쓰게 된 글이 그들에게 가닿는다면, 우리 중 몇 명은 다른 이들도 혼자 걷는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고, 그걸 아는 건 좋은 것이다.

출발 중에서

그리고 나는 당신이 단순히 보는 것 이상을 한다는 걸 알아요. 당신은 당신의 발밑에 있는 그것의 '느낌'을 '알죠'. 당신의 얼굴에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고 당신은 산에서 그 냄새를 들이마시죠. 난 그걸 알아요. 나도 그러니까요. 나는 나라는 존재를 그 사랑하는 곳들과 하나로 합친답니다. 나와 산이 혼연일체가 되진 않았지만 (한때는 그랬지만) 그래도 더없이 행복하죠.

낸 셰퍼드 중에서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길을 걸으면서 며칠씩 내 인생의 슬픔에 대해 숙고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어쩔 수 없이 육체적 고통에 정신을 집중하게 된 바람에 정신적인 고통은 어느 정도 사라지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주가 끝나갈 무렵 이 여행을 떠난 후로 눈물을 단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셰릴 스트레이드 중에서

'자기만의 산책'에 실린 글들은 정해진 주제 아래 정제되고 다듬어진 소설이나 산문 등의 작품이 아니다. 에세이 편지 등 작가 솔직한 마음을 담고 있다.

작가라는 존재가 한없이 대범하고 멋져 보일 수 있지만, 그 내면에는 주변 시선에 따른 두려움과 공포가 존재한다.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심지어 삼백 년 전 작가들은 산책을 하면서 생길 위험과 산을 오르는 일조차 고민을 해야 한다. 이동의 자유가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감사하게 된다.

동시에 이 작가들은 주변의 비난을 글로 정리함으로써 그것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설명한다. 어떤 작가들은 세상의 낯선 시각과 비난을 당당하게 맞서기도 한다. 그들은 자신의 성취, 결과를 자랑스럽게 적어간다.

걷기와 글쓰기는 여성작가들에겐 동일한 가치였다. 도전임과 동시에 하나의 위로였고, 휴식이자 피난처였다. 모든 작가들이 동일하게 이야기한다. 걷고 싶다. 걷고 또 걷고 싶다. 작가의 걷기와 삶에 의미를 새기면서 우리의 걷기가 무엇인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자기만의 산책'은 도전을 시작하기 전 우리의 내부를 점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마음속에는 어떤 두려움이 존재하는가, 그것은 우리를 어떻게 멈추게 하는가. 그리고 그 도전을 달성했을 때 스스로에게 어떤 성취를 줄 것인가. 도전이 두렵다면, 세상을 향한 내부에 두려움이 있다면 그것을 글로 적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의 힘과 함께 도전하는 여성들의 힘을 느끼게 될 것이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032967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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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 일상을 환기하고 감각을 깨우는 사물 산책
김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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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 안에 있는 사물들은 모두 나를 위한 것이다. 그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의 가치를 확장하도록 만드는 책. 당연한 말인데, 순간 멍해졌다. 이 표현에 주변을 한 번 둘러보게 된다. 필통, 연필, 책상, 노트북 무엇 하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손을 통해 만들어진 물건들. 그 안에는 수고와 정성이 녹여져 있다.

일전에 블로그에 포스팅한 '내 방 여행하는 법'이 생각나는 책. '내 방 여행하는 법'은 사물에 대한 사유를 기준으로 전개되는 에세이다. '우리가 사랑한 사물들'에서는 사물의 근본과 그 가치를 높이는 일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속 가능'이라는 단어가 자주 보이는 이유기도 하다. 리보틀, 농부시장 마르쉐, 재생한지 등 자연과 삶의 가치를 높여준다고 믿는 저자의 가치관이 반영되었다.

​'우리가 사랑한 사물들' 이 책에서는 우리의 삶을 채우고, 더욱 풍족하게 만드는 사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것은 단순히 물건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물에 대한 이야기는 제품들이 만들어지는 제작자의 노고 일 수도 그 안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하는 일일 수도 있다.

방 안 한 편에 나만을 위한 작은 공간을 두라고 권하고 싶어요. 읽고 싶지만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읽지 못하고 바라보기만 하는 책 한 권, 비어있는 찻잔과 접시를 두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빵 한 조각을 올려놓고 싶기도 하고, 차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의 공백도 생길 거예요.

마음에 공백을 주다 중에서

물건들에 가치를 둔다는 것은 무엇일까. 마음을 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물건을 애정한다는 것은 채우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물건에게도 공간을 주어야 한다. 삶과 마음에 여유를 주는 것, 이것이 우리가 주변을 둘러보는 궁극적 이유가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이고, 사랑한 만큼 보인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알고 난 이후 전과 같지 않은 삶이 펼쳐질 것이다. 사랑으로 충만해진다.

인간은 촉각 없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상기해 볼 때, 제아무리 뛰어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라 해도 촉감으로 이어질 수 없다면 친밀감을 유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삶은 소소한 판타지 스튜디오 오리진 중에서

사회적으로 거리를 둬야 하는 기간이 해를 넘기고, 마땅히 즐길 거리가 없다고 생각했을 때 바라본 일상이 새삼스레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일상의 주변이 달라진 것은 없지만, 일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섬세해졌기 때문이다. 멀리 보지 않고, 가까이 매일, 자주 본 덕분에 일상은 새로운 즐거움으로 넘쳐난다. 무구본의 꽃에 계속 눈길이 갔던 건 꽃의 아름다움만은 아니었다. 매일같이 나타났다 사라짐을 반복하며 일상을 밝히는 세상 모든 것들의 반짝이는 순간들이 전하는 생의 감각이었다.

생의 감각 무구본 중에서

물체가 빛을 받을 때 빛의 파장에 따라 그 거죽에 나타나는 특유의 빛이 있다.

쓸모를 재생하는 종이 한지문화산업센터 중에서

간결한 문장,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사유가 문장들. 따스한 문장의 온도가 심장에 전이되는 느낌이다. 페이지마다 실려있는 제품 사진들이 예뻐 읽는 재미를 주는 책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가 사랑한 사물들'이란 제목과 책 소개 글을 통해서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은 내 주변, 내 사람의 공간을 채우는 물건들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막상 펼쳐본 책은 순수 공예품, 처음 겪어본 생활 문화 제품 소개처럼 느껴져 제목과 내용의 불일치에서 오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점은 조금 아쉽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02888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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