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빛 - 김수온 소설집
김수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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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성이 가득한 세상 속에 담긴 눈물 한방울. 아름다운 책이라 작가의 다음 소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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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선의 사람들 - 후쿠시마 원전 작업자들의 9년간의 재난 복구 기록
가타야마 나쓰코 지음, 이언숙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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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HBO 드라마 '체르노빌'. 역사적 사실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내 감탄과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체르노빌 사건은 비참한 사고도 사고지만 이를 대처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원전 사고로 피폭된 사람들이 피를 토하는데 단순한 화재라고 말하는 관리자. 피해자의 구조, 사건의 해결보다 우선시된 것은 사건의 은폐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라는 핑계를 대며 주변을 봉쇄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지도자들은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 하고, 책임을 물을 사람들을 색출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희생한 것은 일반 시민들이다. 최소의 장비로 원전 현장에 뛰어든 그들. 그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지만 많은 이들이 죽거나 피폭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게 된다. 국가는 그들의 상처와 피해가 피폭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방기한다.

25년 뒤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까.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원폭 사고에 대해선 속수무책인듯하다. 일본 사회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속수무책이다. 똑같은 지옥도가 펼쳐진다. 일본 역시 피폭 지역을 강제로 봉쇄한다. 사람들에게 물과 식량을 공급하지 않았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언론 역시 통제당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심한 기자들이 현장에 몰래 잠입하면서 사실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고 충격을 주었다. 아베 총리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배상을 줄이기 위해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에 주민들을 귀환시키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광고와 후쿠시마 농산물 먹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국가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은 여전히 후쿠시마의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후쿠시마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폭된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졌다. 원전 사고 당시 중학생이던 청년은 성인이 되어 방사선 현장에 투입되었다. 비극은 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은폐와 방기, 일반인들의 희생.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내부 사정과 다르게 후쿠시마 사건이 일어난 지 11년, 세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잊었다. 심지어 근방에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아직도 핵을 처리하는 작업자들이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사고를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잊어선 안된다. 이 책은 이런 비극적인 원전 사고는 반복되어선 안된다는 선언에 가깝다.

도시의 오염 제거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몇 년 몇십 년이 지나도 돌아갈 수 없는 게 아닐까? 불안합니다.

2011년 원전에 일하러 온 이유 중에서

사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재해 '원전'

원전 사고 처리 과정은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다. 이 책은 다른 의미로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다. 2012년의 기록 '힘내라고 하지 마세요' 편의 소제목들은 대략 이러하다.

빈번한 지진에 퍼지는 두려움 / 거절당하는 실무자의 제안들 / 피폭량 한도가 초기화되어도 실제 피폭량은 그대로 / '탈원전'과 '재가동'의 모순 / 사고 수습 선언 이후 급격히 나빠진 처우 / 동일본 대지진 이후 1년 부족한 기술자들 / 원전이 안전할리 없다 / 재해로 만들어진 이산가족 / 테이프로 봉해진 원전 작업복 / 힘내라고 하지 마세요/ 원전 사고는 인재인가, 자연재해인가?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사고 처리 및 처우는 엉망이고 사고를 덮으려고만 하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피해 보상금과 원전 작업자들의 처우가 더욱 나빠지고 열악해진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사고를 수습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 언젠가는 돌아가기 위해 일한다. 원전 이후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보상으로 인해 이웃과의 마찰이 빚어진다. 원전 사고로 그들이 잃은 것은 물질적인 부분만이 아니다. 이웃 간의 정, 개인의 인성까지 사고는 삶의 근간 모든 것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탈원전, 재가동 원전 사고는 반복되지 않는다 말하는 일본

총리는 오이 원전에 후쿠시마를 덮친 것 같은 쓰나미가 와도 전혀 걱정할 것 없다고 했다. 동일본 대지진 전에도 원전은 안전하다고 했다가 이런 사고가 났다. 이제 누가 안전하다는 말을 믿을까? 원전을 가동하지 않으면 일본 사회를 지탱할 수 없다고 하지만, 또다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면 그야말로 일본은 더는 생활을 영위할 수 없게 된다.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화를 선언했으나 비용과 전력량을 이유로 다시 원전을 가동하기 시작한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기소된 500명 가까운 이들을 모두 불기소 처리한다.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라고. 이런 운이 나쁜 사고는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얘기한다. 한 번의 사고로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미 잊었다.

원전 사고에 만약은 없다. 단 한 번의 사고로 전 국민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아니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뒤다.

현장에 남은 사람들

언젠가 노부 씨와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미래의 어느 날 그의 고향집 툇마루에 앉아 차를 마시며 "마침내 폐로네요."라는 소식을 나누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폐로를 보기는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9년 그날의 참사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중에서

후쿠시마에는 많은 이들이 현장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고, 원전과 관련된 일을 했기에 책임을 지기 위해 남은 이들도 있다. 그리고 자신의 고향을 지키고 다시 돌아가기 위해 현장에 남아 일하는 이들도 있다. 그 안에는 많은 이야기가, 일상이 전개된다.

피폭으로 인해 아이를 만날 수 없어 불만이 많은 아이를 달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 후쿠시마 현장에 나타난 포켓몬이 화제가 되자 그에 빗대 포켓몬 괴물들과 싸우고 있다고 말하는 아버지, 그리고 그 와중에 피폭으로 인해 암이 발병된 이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비슷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체르노빌에 있는 많은 이들은 노조를 결성하고 반발하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본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특유의 국민성 때문일까. 상황이 더욱 나쁜 쪽으로 흘러가는 건 일본 사회와 국민들이 침묵하기 때문이다.

정말 속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쪼록 남아 있는 이들이 무사하기를 바란다. '결국은 사람'이라는 말을 일본이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사고를 수습하는 것도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의 일이다.

원전 사고, 과거가 미래에게 전하는 경고

몇 년 전부터 일본은 핵 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말한다. 이미 폐기물 처리가 되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사고처리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는 것일까? 나름 선진국이라 말해지는 일본에서 말이다.

원전 사고는 사람의 힘으로 수습할 수 없는 사고에 가깝다. 수습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다. 원전으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 원전 핵처리 중 피폭을 당한 이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보상 비용. 비용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다.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에 러시아와 일본은 그 규모를 축소하고 피폭과 피해 여부 판단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을 보류한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다른 것인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

'최전선의 사람들' 이 책은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원전 사고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하는 책이 아니다. 원전 사고의 위험과 그 재앙을 엄중히 경고하는 책에 가깝다.

새 정부에서 탈원전화를 무효화한다고 한다.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그리고 만약의 사고에 대해 어떤 대비책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다. 원전과 관련된 산업이 있고, 그로 인해 돈을 버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담보 잡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17429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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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의 조건 - 철학이 진실을 구별하는 방법
오사 빅포르스 지음, 박세연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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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트럼프라는 대통령이 당선된 일은 미국 내에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미국의 언론과 인문학자들은 트럼프 현상을 분석했다. 덕분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을 읽고 서평을 올렸던 2년이었다. 노벨상을 심사하는 철학자 오사 빅포르스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듯하다.

저자는 트럼프의 당선, 그 배경에 있는 가짜 뉴스에 집중했다. 활성화된 가짜 뉴스로 인해 거짓과 진실은 위치를 바꾸거나 그 의미를 잃어버렸다. 많은 것들이 가짜였으나 사람들은 이를 신앙처럼 신봉한 이유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과부하 된 정보화 사회 쏟아지는 뉴스가 사람들의 눈을 가렸다. 넘쳐나는 뉴스 중에서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마치 남의 일 보듯이 볼 일인가. 기자를 기레기라 부르는 사회. 뉴스 기사를 찌라시 취급하는 사회. 우리 역시 가짜 뉴스에 자유로울 수 없다.

철학이 무너진 사회에서 저자는 철학의 역할을 설파한다. 세계적인 철학자는 다양한 인문학 분야를 넘나들며 진실의 역사, 사실, 거짓, 지식 등이 어떻게 정의되는지 개념을 살핀다. 보다 나아가 진실을 지키기 위해 대중, 언론, 전문가의 소임을 규명하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제시한다.

진실은 의심받고 있다

이 책은 사실과 진실을 알기 위해 그 구조를 이루는 지식에 대해 말한다. 사람들은 사실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지식에 저항하는 것이라 저자는 말한다. 사실을 알기 위해서 그 안에 있는 지식을 먼저 알아야 한다.

지식을 얻기 위해서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믿음을 가져야 하고, 그 믿음이 진실이어야 하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좋은 근거가 있어야 한다.

지식을 보는 우리의 눈은 편향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바라는 진실에 좀 더 가까울 때, 그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지식 여부에 관계없이 우리는 믿게 된다. 믿게 되는 순간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의미를 잃는다. 또한 우리의 시야는 좁기에 많은 근거가 되는 지식을 살필 여력을 갖지 못한다. 이론 인해 많은 이들은 신뢰할 만한 인물, 내가 신뢰하는 언론의 주장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 언론이니 좋은 근거를 당연히 가질 것이라 여긴다. 지식은 이렇게 오염이 되고 사람들은 잘못된 지식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게 된다.

그렇다면 진실은 항상 옳은가? 진실은 우리는 대변하는가? 진실은 지극히 객관적이기 때문에, 개개인의 삶을 대변하지 못한다. 그 사실이 진실이지만, 그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거나 득이 된다는 법은 없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증편향'된 시각으로 지식을 받아들인다.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조건에 맞는 정치적으로 '의도된 합리'를 진실인 양 받아들이기도 한다. 나와 비슷한 정치적 견해를 진실인 양 받아들이는 '인식의 왜곡'은 이렇게 생겨난다.

그들의 목표는 시민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고 지도자를 따르도록 만드는 것이다.

거짓말과 가짜 뉴스, 그리고 선전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감옥에 보낸 사안 중 하나인 'BBK 실 소유주'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당시 주요 현안 중 하나는 자신이 BBK의 실소유주라 말하는 대학 강의 동영상이었다. 당시 나경원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말에 주어가 없다는 이유로 그가 실소유자가 아니라 주장했다. 그 논리를 받아들여졌고, 이명박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사건과 함께 진실은 미궁으로 가라 앉는 듯 했다. 결국 거짓은 밝혀졌고, 그는 개인 비리로 인해 감옥에 수감된 대통령이 되었다.

이는 미국이라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스캔들 당시 이를 부정하는 클린턴의 말에 is 논박이 벌어졌다.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와의 관계를 부정하며 "우리 사이에는 아무 일도 없었다. there is nothing going on between us"라 진술했다. 나중에 그들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로 밝혀져 법적 소송이 진행되자 빌 클린턴은 is의 의미를 현재라 말하며, '현재 아무 관계도 아니다'라고 해석한다. 교묘한 말장난으로 그는 대통령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으나 언론과 국민은 그를 '야비한 윌리'라 부른다.

이렇게 정치인들은 섹스 스캔들이나 뇌물 수수, 팩트 체크가 까다로운 일 등 개인적인 사건을 덮기 위해 거짓말을 사용한다. 그리고 많은 정치인들은 이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여 거짓과 진실을 뒤흔든다.

트럼프의 거짓이 실수와 무책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는 정교하게 설계된 거짓이라고 말이다. 트럼프는 자신을 공격하는 언론의 논거를 거짓으로 반박하고 비난을 왜곡한다. 동시에 자신을 인신공격의 피해자라는 이미지를 만든다. 언론은 당혹스러워했다. 그 흔적이 위에 링크 된 책들이다. 특히 '세상 곳곳에 포진한 무지한 자들과 대화하는 법'은 당시 트럼프를 대한 언론이 얼마나 분했는지가 확실히 느껴진다. 제목을 보라... 언론의 짜증이 그대로 묻어나는 것 같지 않은가.

저자 오사 빅포르스는 트럼프의 이런 행위가 전체주의 국가의 선전에나 어울릴 법한 교묘한 전략이라 주장한다. 트럼프는 진실과 거짓의 관계를 기묘하게 뒤섞으면서 사람들이 진실과 거짓보다는 자신의 말에 따르도록 선동했다. 이를 거짓말쟁이나 헛소리꾼으로 묘사할 때, 사람들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상황은 훨씬 더 암울해질 수 있다. 트럼프의 목표는 전체주의 지도자의 목표와 동일했다. 현실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미국 내 흑인과 이민자들을 파괴하면서 미국을 오직 강한 자만이 구원할 수 있는 무법 국가로 묘사한 것이 그런 의도에 가깝다.

지속적인 거짓말의 효과는 거짓을 진실처럼 받아들이게 하고 진실을 거짓이라 선고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대한 방향감각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이다.

거짓말과 가짜 뉴스, 그리고 선전은 우리의 판단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가짜 뉴스 근절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저자는 교육, 언론, 사회에게 필요한 것은 비판적 사고라고 말한다. 비판적 사고를 이루는 구조물은 사실적 지식이다. 때문에 언론에서 필요한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출처 비평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토론에는 팩트체크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그리고 아닌 주장에는 '아니라고'말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토론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신공격보다 사실적 지식의 집중과 이로 인한 검증이다. 특히나 이 근간이 되는 출처에 대한 검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읽고 나서

진실의 조건, 이 책은 여러모로 어렵다. 목차만 봤을 때 이렇게 어려울 것이라 상상도 못했다. 플라톤부터 칸트까지 모든 철학 이론들이 총출동한다. 각주도 꼼꼼하게 달려있는데, 읽고도 이해를 못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넘어가지 않는 페이지를 원망하지 않도록 하자. 누구나 그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운 책은 최근 자주 만나고 있다. 최근 읽은 '예술, 진리를 훔치다'가 최고일 것이라 예상했다. 난이도는 역대급. 싸우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정리를 하면서 희열을 느꼈다. 이런 책은 서평이라기보다는 어설픈 요약에 가깝다. 어설프기 때문에 이 서평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 대충 훑은 서평이 맘에 들었다면 책도 읽어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 고통 나만 당할 순 없지.

철학자의 시선으로 본 가짜 뉴스, 그 근본적 문제와 해결 방안. 다양한 인문학적 관점과 철학자의 시선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동안 관점에 계속 환기가 되며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철학의 세계는 신기하다. 많은 인문학 서적이 말하는 뻔한 얘기를 하지 않고 다양한 관점, 조금 다른 각도에서 얘기하는 관점을 읽으면서 재밌게 느꼈다. 이것이 공부하는 재미인 걸까. 확실하게 이 책은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책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짜 뉴스를 대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부분이다. 언론에게 다른 역할들에게 부여되지 않은 '대안적 사실'을 전하라는 임무는 가짜 뉴스를 잡는데 큰 역할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내의 언론들은 경제의 자본과 정치의 권력과 연계되어 진실을 전하는 힘을 잃게 되었다. 그런 그들에게 '본분'을 말하는 것이 옳을까? 보다 근원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학자이기에 그저 일반적인 답변을 던진 것일까. 아니면 서구의 많은 언론들은 아직 그 밑바닥을 내보이지 않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제시한 것일까. 생각해 보니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BBC 등 신뢰받는 언론이 존재하는 해외 매체에서 경언유착, 검언유착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과 관련하여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게만 느껴져 아쉬웠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1264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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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보다 2021
강보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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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문학을 이끌 대세 신인들의 다양한 시를 볼 수 있어 너무나 멋진 책. 시는 여전히 어렵지만 문장은 아름답다. 그 이미지 하나로도 가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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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축제 - 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8020 이어령 명강
이어령 지음 / 사무사책방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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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보는 수의 세상은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세상에 전해진 수의 세계는 명확과 효율에 가깝다. 태어나는 순간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는다. 군대나 병원에서도 효율을 위해 번호를 사용한다. 숫자 속에서 사람들은 '진짜 자신'을 잃어버렸다 주장한다.

우리의 삶은 수에 지배받고, 우리는 숫자에 집착한다. 심지어 사람의 마음이나 애정 같은 부분까지 수의 세계로 환치하려 한다.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라는 질문은 답을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질문이다. 우리는 이 불가능한 영역까지 수로 계산하려 하나 이들은 수가 아닌 언어의 지배를 받는다. 삶이 수의 세계로 함몰될수록 수의 세계를 벗어난 것들은 더욱 귀중해진다. 사랑과 마음, 정의 등 우리는 측정할 수 없는 가치의 귀중함을 깨닫지 못한다. 대신 GNP, GDP, 서열, 학벌, 돈의 액수 등 숫자로 나열할 수 있는 것들에게서 가치를 찾는다.

자본주의 사회 아래에서 수에 대한 이야기는 비극으로 시작될 수밖에 없다. 삶을 규정짓고 한계를 만드는 이 '수'에 함몰되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

오늘의 젊은 벗들에게 창조력과 상상력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다른 생각, 다른 삶'을 선택한 젊은이들이 창조력과 상상력을 이해한다면, "악마의 숫자든 뭐든 오너라. 인생이 숫자 아니면 이름으로 시작된다고? 어느 것이든 좋다. 숫자든 이름이든 인생의 운명이여 오라. 나는 나의 인생을 나의 창조적 상상력으로 행복하게 만들겠다. 숫자도 만들겠다. 숫자와 함께 수많은 아름다운 이름과 시 또한 발견하겠다" 고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젊은이들에 의지하여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도전 앞에 머뭇거리지 않는 용기와 열정으로 활짝 열린 것입니다.

내용은 재밌었으나 어려웠고, 그 깊이를 알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나 결론 부분에선 삶을 구분 짓는 '수'의 세계가 아닌 '창조력과 상상력'의 세계로 나아가라 말한다. 그러니까.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주입식 교육에 함몰된 독자들은 이 부분에서 벙찌게 될 것이다. 내가 읽은 것이 맞는지를 허무하게 되거나 고민을 할 수도 있다.

'생각의 축제' 소개 글에서처럼 홍을 ㅎㅎ(히읗히읗)이라 읽는 아이의 눈과 같은 삶. 이어령 작가는 그런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삶을 살아가라 말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작가 역시 아이는 천재이거나 우주인일 수 있다 칭하지 않았는가. 그만큼 흔하지 않다는 말일 것이다.

저자 이어령의 수업방식이 그렇다. 답을 주는 방식이 아닌. 읽는 이에게, 수업을 듣는 이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방식. 당신이 고민하고 있다면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하자.

시대의 지성이라는 별칭답게 다양한 이야기와 견해를 '수'안에 녹여낸다. 심지어 춘향가를 수와 연결 짓기도 한다. 이런 과정들이 어쩌면 편견과 수에 사로잡힌 굳은 뇌에게 활력을 부여하는 과정일 수 있다. 다양한 시각을 가져오는 저자의 두뇌와 생각이 부럽기만 하다. 고인이 된 저자의 수업을 책으로 밖에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작가의 유작들과 기록물들이 다양한 책으로 출간되고 있다. 작가의 수업과 이야기를 더는 들을 수 없겠지만, 이런 책들을 읽으면서 저자의 사상과 시각을 공유해 보는 것이 어떨까.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살아가는' 젊은 영혼들에게 저자가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는 우리를 생각의 축제 속으로 이끌 것이다.

생각의 축제 속 문장들

모든 것이 이렇게 숫자로 표현될수록 우리는 숫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 사랑이나 마음이나 정의 같은 것의 귀중함을 더 깨닫게 됩니다.

숫자는 얼어붙은 빙하처럼 싸늘하게 고정되어 있다.

컴퓨터는 1과 0으로 모든 걸 기록할 수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문화이고 음양사상입니다. 디지털의 원(One)과 제로, 즉 피타고라스가 얘기하는 2개의 대립하는 짝으로 보면 세상이 확연해집니다. 유한과 무한, 단수와 복수, 기수와 우수, 우와 좌, 정과 동, 직선과 곡선 등등 이 세상이 복잡하게 많은 것 같아도 정리가 되어 질서정연한 하나의 우주를 생각할 수 있지요. 삼라만상 무한한 우주를 음과 양으로 나누면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둘이라는 숫자가 없었으면 부부, 남녀, 빛과 어둠 등을 의식할 수 없었겠죠. 우리 머리 자체가 이미 디지털화되어 있는 겁니다.

분화하면서도 합쳐지는 세계 2 중에서

이 세상에서 언어라고 하는 것은 '정신' 그 자체다. 그런데 이게 쇠퇴하면 숫자들이 나와서 이 언어로 사색하는 개념을 전부 숫자화해서 이 세상은 완전히 숫자들이 판을 지배한다.

슈펭글러 서구의 몰락

숫자에서 벗어나 첫째라는 것. 제1인자 또는 유일자, 하나밖에 없는 것, 즉 'Only One.' 이것은 무엇입니까? 이것은 모든 숫자의 시작일 뿐만 아니라 우리 생각의 근원이 되잖아요. 바로 'Only One'이라고 하는 그 점에서 기준을 두고 세상을 바라보잖아요. 그러니 유일한 존재로 '절대'를 나타내는 1은 참으로 고독한 수입니다.

하나에서 둘이 나온다 1 중에서

릴케의 말처럼 우리가 숫자를 본 것은 단지 종이 위에서 밖에 없어요. 따라서 숫자에 매달리는 인생은 허무하기 마련이지요. 눈에 보이는 숫자를 넘어서 언어와 이름의 세계를 결합시켜야만 우리의 진정한 창조의 세계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파레토 법칙을 뒤집은 롱테일의 법칙 중에서

읽고 나서

'생각의 축제'는 제목 그대로 수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이 축제를 벌이는 책이다. 수의 탄생과 수의 역사와 수비학, 사회 안에서 수로 이름 지어진 것들과 이름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들의 대비 그리고 과거 우리가 수에 대해 생각한 인식까지. 다양한 관념과 인식들이 대립과 비교를 통해 우리의 지향점을 찾는 시간을 갖게 된다.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수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언어와 창조의 세계로 회귀를 권하는 책.

제목은 축제지만 사고의 틀을 바꾸라고 말하는 책은 혁명이다. 혁명군의 선봉장에 선 이어령 작가의 도발은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수의 비극'이라는 그간의 관점을 뒤집는 선언과 '나를 얼마만큼 사랑해? 이 질문의 모순과 불가능""미키마우스의 손가락은 몇 개인가?" 낯설고 당황스러운 질문들이 끝도 없이 던져진다. 시대의 지성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생각의 축제'를 통해 수와 관련된 다양한 인문학적 관점을 접할 수 있다. 굳어 있는 감각들이 무너지면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생각하게 된다.

멋지다. 이 책은 정말이지 멋진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젊은이들에게 남긴 저자의 선물에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https://blog.naver.com/sayistory/22271027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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