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HBO 드라마 '체르노빌'. 역사적 사실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내 감탄과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체르노빌 사건은 비참한 사고도 사고지만 이를 대처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다. 원전 사고로 피폭된 사람들이 피를 토하는데 단순한 화재라고 말하는 관리자. 피해자의 구조, 사건의 해결보다 우선시된 것은 사건의 은폐다. 사람들의 불안감을 확산시키지 않기 위해라는 핑계를 대며 주변을 봉쇄하자는 주장이 받아들여진다. 지도자들은 사고를 축소 은폐하려 하고, 책임을 물을 사람들을 색출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희생한 것은 일반 시민들이다. 최소의 장비로 원전 현장에 뛰어든 그들. 그들의 희생으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지만 많은 이들이 죽거나 피폭 피해로 평생을 고통받게 된다. 국가는 그들의 상처와 피해가 피폭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책임을 방기한다.
25년 뒤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까.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원폭 사고에 대해선 속수무책인듯하다. 일본 사회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속수무책이다. 똑같은 지옥도가 펼쳐진다. 일본 역시 피폭 지역을 강제로 봉쇄한다. 사람들에게 물과 식량을 공급하지 않았으나 아무도 알지 못했다. 언론 역시 통제당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심한 기자들이 현장에 몰래 잠입하면서 사실이 일본 전역에 알려지고 충격을 주었다. 아베 총리는 사건을 축소 은폐하고, 배상을 줄이기 위해 방사선량이 높은 지역에 주민들을 귀환시키고 있다.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광고와 후쿠시마 농산물 먹기 운동까지 벌이고 있다. 국가는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하는 가운데 많은 이들은 여전히 후쿠시마의 핵폐기물 처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후쿠시마의 상황을 지원하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피폭된 사람들은 하나 둘 쓰러졌다. 원전 사고 당시 중학생이던 청년은 성인이 되어 방사선 현장에 투입되었다. 비극은 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은폐와 방기, 일반인들의 희생. 익숙한 장면들이 반복된다.
내부 사정과 다르게 후쿠시마 사건이 일어난 지 11년, 세상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잊었다. 심지어 근방에서 도쿄 올림픽이 개최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아직도 핵을 처리하는 작업자들이 존재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사고를 세상이 이렇게 빠르게 잊어선 안된다. 이 책은 이런 비극적인 원전 사고는 반복되어선 안된다는 선언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