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천국 - 서울대 교수진이 추천하는 통합 논술 휴이넘 교과서 한국문학 20
이청준 지음, 이진우 그림, 방민호, 조남현 감수 / 휴이넘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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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섬을 다스려온 분들은 섬사람들을 달래고 설복시키기 위해 전부터 자주  천국의 축복을 가불해주는 버릇들이 있었습니다. 천국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사람들을 그 몇 년 뒤이 천국의 꿈에 취하게 하여 그들을 손쉽게 지배해오곤 했습니다. 내일의 꿈을 오늘 미리 가불해주고, 그 가상의 현실을 당장 오늘의 그것으로 착각하고 즐기게 하여 진짜 현실의 갈등을 잠재워버리는 말의 요술은 이 섬을 다스려온 사람들의 해묵은 수법이기는 하지만, 그러나 오늘의 삶이라는 것이 늘 힘겹고 짜증나는 사람들에게는 그 야말로 지극히 손쉽고 효과적인 지배술의 하나였습니다." 

 당신들의 천국,  

 천국은 누가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라야 한다.  

 천국이라 하더라도 자신에게 지옥이라면 그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선택의 자유. 

 5천만 나환자들의 섬, 소록도. 그 섬을 천국, 낙토로 꾸미고자 하는 원장들 . 

 하지만 원장들의 낙토는 그들만의 천국일 뿐, 나환자들의 천국은 아니다.  

 뿌리 깊은 편견과, 의심, 배반.  

 나환자도 하나의 인간이지만 인간의 천국이 아닌 나환자의 천국을 만들겠다는 

 원장들,  

 누구도 그 사람이 되어 보지 못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해하고 동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완전할 수 는 없다.  

 그 사람이 그 처지에 놓여보지 않는 한은 알 수 없다. 

 황희백 장로의 "원장은 우리를 사랑으로 대했고 우리는 자유로 행했고, 거기서 

 우리는 믿음이 생길 수 없었다" 라는 말. 아직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이상욱의 편지에서 이 책에 대한, 나환자들의 무기력함에 대한  

 설명이 어느정도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원장은 어디까지나 원장, 건강인이며, 나환자들은 환자이다. 

 그 들 사이에 보이는 울타리는 치워졌지만 아직도 견고하게 자리잡고 있는 

 마음의 울타리는 남아있다. 

 원장의 낙토는 원장의 것이며 그 만들어진 틀에 나환자들은 그저 들어가서 

 묵묵히 천국을 맛보며 살면 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나환자들 스스로의 자유는 없다. 거기서 천국은 더이상 

 나환자들의 천국이 아닌 것이다.  

 이상욱이 그렇게 집착했던, 동상. 

 그 동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게 만든다. 

 병원을 떠나 7년만에 사직서를 내고 원장이 아닌 건강인으로 다시 

 섬에 돌아온 조원장. 건강인이면서도 바다를 헤엄쳐 섬을 탈출한 이상욱, 

 그도 다시 돌아와 서미연과 윤해원의 결혼으로 이야기는 끝이 난다. 

 건강인과 나환자의 결합으로 섬은 마음의 울타리를 걷어내려 한다.   

   

 비단 나환자와 건강인들의 이야기만은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선생님과 학생, 대통령과 국민 등. 

 모든 관계에 다 통하는 것이 아닐까.  

 누구를 위한 낙토인지를 잊어버린 채 

 자신의 동상만을 신경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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