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라서 숭고해진다. 우리는 그것을 긍지로 삼는다. 춤추는
바보로 보이는 바보. 같은 바보라도 춤추는 바보가 낫다고 한다.
그렇다면 멋지게 춤추면 된다.
우리 몸속에 매우 진한 ‘바보의 피‘가 흐른다는 사실을 한 번도 창피하게 생각한 적이 없다. 이 태평성대를 살아가며 맛보는기쁨이나 슬픔도 모두 이 바보의 피가 가져다주는 것이다. 우리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도,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도 모두 그랬듯이 시모가모가의 너구리들은 대대로 그 몸속에 흐르는 바보의 피가 시키는 대로 때로는 인간을 호리고 때로는 덴구를 함정에 빠뜨리며, 때로는 펄펄 끓는 철제 냄비에 빠지기도 했다. 이것은 창피해할 일이 아니라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다.
아무리 눈물이 고여도, 그래도 또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세가우리 형제의 진면목이다. - P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