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도 세월을 먹어 나이들어간다
시는 숙성되고
인생을 선생이 되어 들려준다

소여물 같은 생을 인식하는 그 생각은
어느 때는 아내,엄마,꿈으로 나타나 비추고 들여다 보이다
아득하고 까마득하게 멀어지기도 하며
돌에 대하여
물에 대하여
나무에 대하여
어둠에 대하여
또 연에 대하여
마침내 소멸에 대하여에 이른다

그리하여 잊혀지는 청춘을 곱씹게 하고
지난 추억을 어른거리게 하고 생각나게도 한다

래여애반다라 9수로 종결하며
우리를 바라보는 생에게 말한다

˝어떻든 봄은 또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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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이마에 있는 물결무늬 자국처럼
각각의 시편마다 이성복을 새겨놓은 시집이다

한편마다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은 듯 에세이처럼 길게,
어떤것에는 다닥다닥 붙여 백과사전적 의미처럼 써놓고

어느 곳에서는 자기고백하듯 처연하게
어느 곳에서는 동네 할매나 딸아이 친구의 병아리를 등장시키기도 하고

꿈 깨기전의 꿈인 삶과 삶 깨기전의 삶인 꿈을 여전하게 붙잡고
비가 바람에게 말하듯 하는
당부이거나 확신같은 면도 있고
잠언같기도 하고

눈은 감고 뜨지만 귀는 그리 못하는 것처럼
그것이 시적 정의의 전달이든 해석이든 이야기이든
어떤 형식이든 여전히 그의 말을
귀담아 듣게 될 것같다라는 점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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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입이 없는 것들

순탄하지만은 않은 생의 우여곡절을 마디마디 구분하여 써넣은 것이리라 짐작만 한다

목이 없는 바다가 우는 것으로,
사방을 뒤집으며 내려오는 미친 바람으로

봄밤에 철없이 새는 ,찻길로 뛰어드는 인생을 마냥 노래한다
각각의 빛깔과 소리를 다해서,
어둡거나 애처롭거나 캄캄하게
우리 안에 있는 풍경을
보여준다

가끔은 봄과 꽃과 해로 따뜻하고 밝은 부분도 있기는 하다

그리워할 줄 모르는 것은 병이니
실컷 그리워하게나 하고
다시는 못 돌아올 하루가 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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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의 기억 문학과지성 시인선 128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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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고 구체적으로 삶과 풍경을 들여다 보고 표현해내는데

식당으로 밥먹으러 가는 생활에 아침부터 전해오는 떨림을 전하고
바람이 본 것들을 같이 보고
아주 조그맣게
동글동글하게
칭얼거리듯
어머니와 아내와 그의 아이가 등장하여 따뜻하다

여태 보였던,숨긴 것 아닌 ,이쪽에서 누르면 저쪽으로 빠져나올것 같은,개밥같은 나날을

여전히 링거 방울처럼 천천히 떨어지는 비를 맞게 하여 햇빛의 맨살이라고는 만져도 못보게도 하지만

이전보다는
덜 처절하고 덜 숙연하게 슬프다
그거야 숙명적이니까 다만 통곡적이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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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의 끝 문학과지성 시인선 86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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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로만 보아도
사랑을 참 곡진하게도 담아내어 놓았다

어디에나 존재할
너와 그대와 당신에게
산,바다,강을 보내고
기차,섬,별을 보여주고
노래도 부르고 편지도 쓰면서

그는
사랑을
세상의 온갖 것들로 그리 길을 내고 이야기 만들었으니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보여준 셈이다

전작의 ˝남해 금산˝만 따로 보태어 읽었다
그 느낌이 더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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