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승객이 미어터지는 아침 버스를 탔고, 교문 앞에 다다라 선도부를 본 순간 뒤늦게 넥타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복장 관련 벌점은 3점인 데다 점수가 몇 점이든 일단 벌점이 있으면월말에 우르르 불려가 체육관 청소를 해야 했다.
게다가 곧 있으면 진로상담이랍시고 엄마가 학교에 올 텐데, 그때 이 얘기가 나올지도 모르는일이다. 집에 갔다 오자니 지각이었고 지각 벌점은 10점이었다(이 대목에서 김상연은 벌점이 초래할 무서운 결과들을 나에게 몇 분간 장황하게설명했는데, 나는 넥타이 하나로 대하소설을 쓰는 김상연 이 약간 강박증 같다고 생각했지만 굳이 말로 꺼내지는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2주가 지났을 무렵 김상연은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는 실수를 범했다. 그래 봤자 10분이어서 지각할 정도는 아니었으나종종 차로 태워다 주던 형은 그날따라 김상연을기다려주지 않고 먼저 나가버렸다.
같이 점심을 먹게 된 지 일주일 만에 김상연이털어놓기를, 존경스러울 정도로 마이웨이를 걷는 그의 약점은 바로 ‘기록‘이라고 한다. 내신 성적표, 모의고사 전국 등수, 학생기록부 등등 그의 앞날을 결정지을 학교와 성적 관련 기록들.
사방으로 가시를 세우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다.예민해진 게 맞다. 사고 회로가 천제림에게만 쏠리다 보니 애꿎은 사람에게 화살이 날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