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제림은 내가 자기 말대로 움직이는 것을 보며 만족해했다. 나는 가끔 유리 장 앞에 퍼질러 앉아 새끼손톱만 한 열쇠 구멍을 노려보았다. 그러곤 애꿎은유리를 주전자처럼 손으로 쓸었다. 난데없이 지니(Genie)가 튀어나와 초능력을 선택할 결정권을 준다면, 주저 없이 눈빛만으로 지질 수 있는 레이저를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레이저를 가지게 된다 해도, 순전히 저 틈을 쪼갤 수 있을까? 자유를 택하는 대신 다시 예전의 곪은 삶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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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삭아 갔지만 정신적으로 안정이 찾아왔다. 정신적으론 괴로웠지만 겉으로는 풍족해졌다. 생활에여유를 가져다주는 방법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방법이었다. 나는 덫에 걸린 노루처럼 이 생활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겁이 났고, 무서웠고, 때로는 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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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여섯 자리의 숫자는 매달 통장의 공백을 채웠다. 빼곡한 숫자를 볼 때마다 가슴속에 거센 파도가몰아친다. 들어오는 돈이 내 노동의 대가와 비례하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다음 학기에 받아야 할 장학금은 더 이상 눈앞의 당근이 아니었다. 예상보다 액수는 커져 갔다. 천제림이 맨 처음 내게 편히 살게 해 주겠다는 뜻이 이런 것임을 지레짐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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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가 걱정스레 쳐다본다. 나는 혹시 후배가 나와천제림을 일부러 이어 준 건 아닌가 싶은 불신이 들었다. 한통속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었다. 왜 하필 나한테 천제림을 소개해 준 거지. 사방으로 가시를 세우고 뽈뽈거리며 돌아다니는 고슴도치가 된 기분이다.
예민해진 게 맞다. 사고 회로가 천제림에게만 쏠리다 보니 애꿎은 사람에게 화살이 날아간다. 나는 내탓이 아니라는, 내 역량이 이거밖에 안 돼서 상황이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책임 회피책이 필요했다. 그 타깃이 내게 천제림을 소개해 준 후배에게향했을 뿐이다. 이 일의 시초는 네 탓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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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천제림에게서 내 약점을 들고 도망칠 때까지는 쥐 죽은 듯이 그 집을 방문해야 했다. 지리적으로집의 구조가 익숙해져야 하며, 유리 장식장의 열쇠를찾아야 한다. 그 영상을 가지고 내 목숨 줄인 것처럼흔드는 꼴은 볼 수 없다. 그 이후부터, 내가 오는 시간에 음식을 하시던 아주머니의 뒷모습은 더 이상 볼수 없었다. 천제림은 나를 방이 아닌 거실로 데려갔다. 얇고 커다란 텔레비전이 켜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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