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하게 파도치는 상상을 억누르기 위해 이불 밑으로 주먹을 세게 쥔 순간이었다. 코끝에뭔가가 가볍게 부딪혔다. 곧이어 입술이 닿았고,문질러졌다. 자는 척도 잊고 놀라 눈을 뜨자 색이 옅은 속눈썹이 먼저 보였다. 따뜻한 숨이 입가에 스몄다.
어느새 옮겨가 뺨이며 귓불을 실컷 어루만지던 손가락이 또다시 떨어져 나갔다. 열아홉, 도화가 오지 않는 밤의 혼자 남은 집에서 몇 번이나 잠자리를 더럽히며 꿈꿨던 욕망이 그 틈을 참지 못해 고개를 내밀었다. 살갗 아래 혈관까지간질이는 것 같은 이 체온을 잡아끌어 언젠가 그랬듯 손등을 옭아매고 놓아주지 않는다면, 혹은손가락 사이사이에 제 손을 집어넣어 깍지를 끼거나… 끝이 둥근 손톱 끝마다 깨물고 입 맞춘다면.
낯선 충족이었고, 동시에 처음 경험하는 불안이었다. 도화를 좋아한다는 걸 깨닫기 전에도,깨달은 이후에도 재우는 가끔 궁금했다. 도화가선사하는 모든 처음은 왜 이렇게 매번 떨리도록황홀한 건지.
한참 동안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넘기던 손끝은 꿈이 아니라는 걸 불현듯 깨닫고 만 재우가미간을 찌푸리자 살짝 떨어졌다가, 이내 조심스레 다시 다가와 눈가를 건드리기 시작했다. 설탕으로 빚은 공예품을 만지는 것처럼 맥없이 애틋한 손길이었다. 그래서 재우는 가만히 자는 척을할 수밖에 없었다. 눈을 뜨면 사라질 것 같았기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