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난 도토리 ㅣ 풀빛 그림 아이
조은수 지음, 안태형 그림 / 풀빛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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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는 조그마한 도토리가 자기 몸보다 훨씬 큰 꽃을 들고 어디론가 힘껏 달려가고 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작은 도토리는 어디로 가는 걸까? 무엇을 만나게 될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귀여운 그림 속에는 자연과 생명, 성장에 대한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작고 평범해 보이는 존재도 저마다 소중한 삶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길을 걷다가 쉽게 지나치는 도토리 한 알도 그냥 작은 열매가 아니다. 땅에 떨어져 겨울을 견디고, 알맞은 햇빛과 비를 만나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견디며 자라 마침내 커다란 나무가 된다. 손가락만 한 도토리 속에 거대한 나무가 될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다.
자연 속에서 작은 벌 한 마리와 꽃 한 송이, 도토리 한 알까지 서로 연결되어 살아간다. 사람 역시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갈 수 없다. 누군가의 관심과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고, 나 또한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어 주면서 함께 살아간다. 어느 것 하나 쓸모없는 존재가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고 수업하면서 아이들의 반응에 한 번 더 웃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작은 도토리가 왜 모자가 없다고 할까? 그렇다면 우리가 모자를 만들어주면 어떨까?라는 질문을 하니 아이들은 의외의 반응이 나오기도 했고 이쁜 모자를 만들어 주자고 하기도 한다.
-엄마가요, 도토리는 껍질을 까서 도토리묵을 해먹는데요.
-할머니집에 가면요. 할머니가 산에서 주워온 걸로 도토리묵했다며 주세요. 그럼 아빠가 소주 에 먹어요.
아이들은 일상에 보이는 그대로를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소주’라는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나쁜 말이라고 쓰지 말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저 웃으며 어른들이 마시는 것라는 말뿐...
그 반면이 그림책에서 나온 것처럼 예쁜 꽃으로 모자를 만들거나 떨어진 나뭇잎으로 모자를 만들어 도토리에서 선물하면 어떻겠냐고 한다. 숲공원에 가면 나뭇잎이 많다면서 말이다.
이번 연휴 때 가족여행가는데 도토리 모자 만들 재료를 가져오겠다는 아이도 있다.
귀여운 발상이다. 아이들에게 작고 힘없는 생명체의 소중함과 자연의 흐름과 계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며 친구들 중에 힘없고 약한 친구들이 있다면 도울 수 있는 강인한 친구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너도나도 그렇게 하겠다며 그림책을 다시 한 번 더 읽어달라고 한다.
책을 덮으며 빨리 자라려고 서두르기보다는 내 자리에서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비바람을 견디며 조금씩 단단해지는 삶. 작다고 해서 결코 보잘것없는 것은 아니다. 작은 도토리 안에 커다란 나무가 숨어 있듯 우리 안에도 아직 피어나지 않은 수많은 가능성이 있다. 그것을 믿고 기다려 주는 마음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하게 해 준 따뜻한 그림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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