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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철이 ㅣ 고정순 그림책방 4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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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평 — 『로봇 철이』
커다랗고 둥근 얼굴을 가진 로봇 ‘철이’는 얼핏 보면 감정이 없어 보이지만, 책은 곧 그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함과 순수함을 차분히 펼쳐 보인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마음을 가진 로봇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며, 우리가 ‘사람다움’이라고 믿어온 것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철이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스스로 느끼고 반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기쁨과 슬픔, 외로움 같은 감정의 결을 이해해 가며 점점 ‘살아 있는 존재’처럼 성장한다.
감정 표현과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이 결국 마음의 움직임을 함께 느끼는 일임을 알게한다.
철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서툴지만 진솔하다. 계산된 친절이나 목적이 아닌, 그저 ‘함께 있는 것’에서 비롯된 애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철이의 행동 하나하나는 작은 울림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그 감정에 반응하게 된다.
고정순 작가 특유의 연필 질감이 살아 있는 섬세한 그림 역시 매우 인상적이다. 로봇의 차가운 금속질이 아니라, 마치 손으로 쓸어 넘기고 싶은 듯한 따뜻한 표면을 만들어내며 철이의 존재감에 온기를 더한다. 말수가 적은 그림책이지만, 한 장면 한 장면에 담긴 감정의 깊이가 매우 크다. 그림이 먼저 말을 걸고, 그다음에야 글이 살며시 따라오는 구조라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로봇 철이는 기술과 감정, 기계와 인간이라는 대비되는 요소를 다루지만 그 결론은 단순하다. “사람답다는 것은 완벽한 기능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이다.” 철이는 바로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는 존재다.
따뜻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여운을 남기며, 로봇 철이의 눈빛은 책장을 덮은 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