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희씨의 나들이
박리리 지음 / 사소한기록소 협동조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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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다려 입고 얼굴에 분칠하며 곱게 차려입은 할머니 어디로 가려고 하시는 걸까?

강냉이가 여물어간다.
곡석이 크는 걸 보면 신기하고 세월이 너무 빠르다.
해마다 봄이 오면 심고 또 심었는데 내년에도 강행이를 심을 수 있을까 생각한 이 내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마음이 찡한 생각이 든다.(할머니 글 그대로 적음)

서랍 안에는 손주들이 적어 준 편지와 돋보기, 그리고 한글 배우는 노트와 연필. 공부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시절. 한 맺힘을 이제서야 풀어놓는 할머니의 보물 상자

글이 없는 그림책으로 그림 속에 모든 것들이 다 담겨있다.

우리 할머니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는 그림책은 그리운 마음을 더 크게 만들어낸다.

꽃단장을 하고 머리를 곱게 염색하고 찾아간 곳은 사진관... 마지막 고은 모습을 담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 온다.

"농사를 짓고 자식을 위해 희생했던 시부모님이 떠올랐다.
홀로 47년을 사신 어머니는 농사 일로는 삼 형제를 키울 수 없어 청소 일로 한평생 사셨다.
젊었을 때 고생으로 지금은 거동이 힘든 어머니지만 자식을 위해 무엇이든 하셨던 어머니.
더 늙기 전에 영전 사진을 찍어야 된다고 말씀하셨던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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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영전 사진이 떠올랐던 그림책이다.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았던 아버지
겨우겨우 찾은 사진은 늙고 야윈 모습의 아버지 모습이라 장례식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진작에 찍어둘걸... 무엇이 그리 바빴다고 그 한 장도 못 찍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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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속에 주인공은 실제 인물이고 현재 한글을 배우고 건강하게 살고 계신 걸로 안다.
부디 건강하셔서 올해도 강냉이 심으셨으면 좋겠다.
잔잔한 울림과 소곤거리는 심장소리가 그림책 속에 나를 넣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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