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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나 ㅣ 스토리콜렉터 56
마리사 마이어 지음, 이지연 옮김 / 북로드 / 2017년 7월
평점 :
열여섯의 어린 레바나 공주는 왕실의 근위병을 짝사랑한다. 에브렛 헤일 경. 수려한 외모와 그의 눈 속에 자리한 회색과 에메랄드색 반점들은 레바나의 가슴을 무척이나 설레게 한다. 어릴 때부터 봐왔지만 말은 몇 마디 나눠본 적 없던 그가 부모님의 장례식에 찾아와 조의를 표한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귓가에 맥박이 고동친다. 레바나는 그의 말 한 자 한 자를 기억하려 애쓴다. 보고 싶어지면 언제든 기억을 꺼내볼 수 있도록. 얼마 뒤 열린 레바나의 생일 파티에서 그가 선물을 주었다. 이곳 왕실에서 투명인간과도 같은 나를 유일하게 제대로 봐주는 사람. 그에게는 임신한 아내가 있지만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곧 그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까.
신데렐라, 라푼젤, 백설공주, 빨간 모자의 동화 속 주인공들이 새롭게 등장하는 SF소설 루나 크로니클 시리즈. 지구를 위협하는 달의 폭군 레바나 여왕에 대항하는 소녀들의 여정을 그려냈으며 총 4편으로 시리즈의 막을 내렸다. 전세계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작가는 레바나의 어린 시절을 다룬 프리퀄을 선사했다. '레바나'는 루나의 여왕 레바나의 권력에 대한 욕망과 광기,사랑에 대한 갈망 등 레바나라는 인물의 성장배경을 보여주며 본편과는 또 다른 재미를 보여준다. 자식에게 무관심한 부모 밑에서 자랐고 흉측한 외모로 늘 자신의 겉모습을 마법으로 숨기고 살아온 그이지만, 악인으로서의 면모는 후천적 영향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부분이 더 크다고 느꼈다. 절대 선과 악이 없듯, 자신의 백성들에게 추앙 받기 위해 좋은 정치를 하고 싶었으나 다만 그 방향이 잘못되고 악했을 뿐이다. 그녀가 처절하게 매달린 사랑은 어떠했나. 비록 빈 껍데기뿐이었지만 사랑하는 이를 곁에 두었으며 나름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했으나 그에 응당하는 대가는 받지 못했다. 원하면 원할수록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모든 좌절감은 푸른 별 지구에 대한 열망에 더욱 불을 짚힌다. 사랑과 집착. 감정이 야속하다.
레바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온몸을 쾅쾅 때리며 울려대는 음악을 몰아내보려고 했다. 손님들의 조롱 섞인 웃음. 언니의 비웃는 말들. 채너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레바나는 단순히 에브렛의 죽은 아내를 대신하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자신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헌신하고 더 많이 신비로운 사람이 될 것이다. 그가 언젠가 다른 사람을 사랑했다는 사실조차 잊게 만들 것이다. p.98